이태원과 강남, 홍대처럼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서울 주요상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커피나 음료 본연의 맛보다는 공간과 분위기에 집중한 카페들을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음료만을 마시기 위해 방문하기보다는 예쁜 한 장의 사진을 남기러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쉽게도 늘 새로운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런 카페에는 왠지 두 번 이상 발걸음이 향하게 되지 않는다.
반면, 잠깐 동안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자연스레 몸이 움직여지는 편안한 나만의 커피아지트는 늘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는 작고 소박한 카페들로, 보통 한 명 혹은 두 명의 대표가 직접 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맞이하는데, 그래서인지 방문하는 개개인에게 더욱 집중한다. 덕분에 ‘미니멀리즘 카페’라 칭할만한 단순하고 정다운 요소들이 존재한다. 작은 내부를 최대한 살린 심플한 인테리어와 세련된 가구배치, 선택과 집중이 돋보이는 메뉴구성 등 다른 곳에서는 흔히 느낄 수 없는 ‘손이 닿은’ 정성이 음료와 디저트, 공간에 담겨 있어 더욱 특별한 셈. 결국 미니멀리즘 카페의 인기는 가볍게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에 맞게 꾸밈없이 여유로운 커피 한잔과 디저트의 힐링이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01 mobler
02 KAFKA
따뜻한 필터커피와 피낭시에
모블러 mobler
INFORMATION
A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26다길 26
T 010 9209 7975
H 월-일 12:00~22:00, 화 휴무
P 주차 불가
*2인 예산 : 1만원 이내
서울 도심에 있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조용하고 꾸밈 없는 동네, 성신여대 인근 동선동에 자연스레 시선을 사로잡는 모블러가 있다. 올해 7월, 한 달 동안의 가오픈 기간을 거친 후 정식으로 문을 연 이곳은 근방에서는 찾기 힘든 필터커피를 만날 수 있는 카페다.
창업준비를 도와주는 컨설팅을 하던 김현진 대표는 커피를 단순히 ‘음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적인 매체와 접목시켰을 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교집합이 발생하는 커피의 매력을 자신의 가게에 담아보고자 흔히 말하는 ‘감성카페’가 없는, 조금은 생소한 동네를 선택했다.
7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비치된 소품 하나하나, 천천히 내려지는 커피, 커다란 JBL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리스트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이처럼 작은 요소들이 모여 모블러만의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특히 따뜻한 느낌의 목재와 차가운 노출 콘크리트의 상반되는 조화로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양옆 벽면은 콘크리트 질감을 그대로 살렸지만 바닥과 천장을 원목으로 사용해 편안한 공기가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한 것. 매장 전체에 가득한 필터커피의 향긋함은 이 모든 것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BS GUIDE
단맛과 고소함의 균형이 돋보이는 모블러의 필터커피는 매달 새롭게 선보이는 원두로 추출되는데, 너무 캐릭터가 강하지 않으면서도 ‘이 커피 한번 더 먹으러 가야지’ 하는 여운이 남는 원두로 선택해온다고 한다.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진 원두로 바뀌기도 하니 달라지는 필터커피를 마음껏 즐겨볼 것.
BLUE STREET’S SUGGESTION
1. 필터커피(Hand Drip)┃4천 원
대표가 직접 선택하는 '그달의 원두'로 내리는 필터커피는 산미가 강하기보다는 단맛과 고소함의 균형감이 돋보이는 커피다. 동네 상권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산미가 강한 원두를 캐릭터화했을 때 쉽게 질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과테말라와 케냐산을 주로 선택한다.
2. 비엔나 | 4천 5백 원
모든 음식의 향을 극대화하는 버터. 우연한 기회에 크림에 넣게 된 후 모블러만의 달콤쫀득한 크림레시피가 탄생했다. 이곳의 비엔나커피는 부드러운 크림과 커피의 찰떡궁합을 가장 잘 느껴볼 수 있는 메뉴로 평소 먹어오던 크림커피들과는 미묘하게 다른 '맛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피낭시에(플레인/초콜릿/견과/홍차/녹차) | 2천 1백 ~ 2천 5백 원대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일 디저트로 피낭시에를 판매하는 이곳. 총 5가지 종류로 매일 오픈과 동시에 매장에서 차례대로 구워져 나오는데, 다른 곳보다 수분감이 느껴지는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쓰거나 텁텁한 맛 하나 없이 달짝지근하면서도 담백한 무염버터의 풍미가 으뜸. 깜찍한 패키지도 준비되어 있어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골목 안의 작은 발견
카프카 KAFKA
INFORMATION
A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4길 55
T 010 2820 0406
H 매일 12:30~22:00, 휴무일은 변동(인스타그램 공지)
P 주차 불가
*2인 예산 : 1만원대
간판이라 부를만한 게 딱히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곳.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신촌 골목 안에 위치한 아담한 카페, 카프카의 매력이 궁금하다. 연극학부에서 연출을 공부했던 젊은 대표가 운영하는 이곳은 오픈한 지 약 1년 정도 된 신상카페다. 약 4~5팀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매우 협소한 공간이지만 모든 음료와 디저트에 들어가는 시럽, 과일퓌레까지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정성 담긴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무살 때 스타벅스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 그 후 8년 정도를 커피와 함께 한 그녀. 원래 꿈은 작가지만 글 쓰는 것 외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커피’라 생각했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만 하기로 결정했다. 시럽, 혹은 부재료를 넣어 만드는 첨가물음료나 디저트 대신 가급적 좋은 재료를 써서 다른 곳과 차별화를 두었다. 평소 다른 곳에 갔을 때 한번도 맛있다고 느끼지 못해 좋아하지 않았던 메뉴들에도 변화를 주어 건강하고 맛있는 음료, 그리고 커피와 곁들였을 때 더욱 찰떡궁합인 디저트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BS GUIDE
합성착향료, 감미료 등 몸에 좋지 않은 재료는 일체 첨가하지 않고 만드는 건강한 글루텐프리 디저트. 먹고 나도 속이 편안해 선물용 디저트만 사러 방문하는 단골들도 생겨났다. 쌀가루로 만들어 더욱 담백한 치즈케이크의 경우 산미 없이 고소한 카프카의 블랜딩 아메리카노와 곁들이면 그 조합이 훌륭하다.
BLUE STREET’S SUGGESTION
1. 크림커피┃5천 원
라떼는 너무 많고, 조금 더 달게 플랫화이트를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커피. 달콤한 시럽과 우유, 에스프레소샷이 확연하게 층을 이루는 비주얼음료다. 맨 위에 덮인 크림은 카프카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제조되는데, 100% 동물성크림에 연유를 소량 첨가해 달달한 맛을 더했다.
2. 치즈케이크(오리지널/쑥) | 5천 5백 ~ 6천 원
밀가루 없이 만들어지는 치즈케이크는 카프카를 대표하는 시그니처디저트로 100% 쌀가루로 만들어 더욱 담백하다. 꾸덕한 식감의 일반적인 치즈케이크를 생각했다면, 그보다 훨씬 '적당히 부드러운' 포슬포슬함을 경험하게 될 것. 매장에서 먹을 경우 달콤한 생크림과 제철과일이 토핑되어 나오는데, 산미 없이 고소한 카프카의 블랜딩 아메리카노와 곁들이면 그 조합이 찰떡이다.
Editor YOON SORI
Photographer CHOI JU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