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카페대담 3. 타이거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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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카페대담 3. 타이거에스프레소

YSYS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타이거에스프레소>

주소: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6길 37

메뉴: 아메리카노 4500원, 카페라떼 5000원, 플랫화이트 5000원, 아인슈페너 6000원, 두유프레소 5500원 (테이크아웃 –1000원)

영업시간: 10시 ~ 22시, 화요일 휴무.

방문 이유: 주말의 시작으로 카페인 듬뿍 찐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내가 타이거에스프레소를 처음 갔을 때에는 한창 경리단길이 유행을 탔을 시기였다. 깔끔한 외관에 코발트블루의 라마르조꼬 머신이 눈길을 사로잡아 가던 길을 멈추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한창 카페 아르바이트에 빠져 있을 때였는데 내 또래의 알바생이 아닌 중년의 여성 사장님이 혼자 매장에 계시는 모습이 꽤 신선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사장님이 얼마나 멋있어 보이던지. 

처음 타이거에스프레소를 갔을 때의 의 경리단길은 상점 내부도 길거리도 사람들로 인산인해였지만, 오랜만에 방문한 경리단길은 곳곳에 빈 상점들도 꽤 보였다. 자영업을 꿈꾸는 나로서는 발길이 끊긴 경리단길의 모습이 너무 씁쓸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들어간 타이거에스프레소엔 사장님이 우리를 기억한다며 다정하게 반겨주셨다.

요즘 언니Y의 카페 리스트에 오른 가게들 중 몇 군데가 사라졌다는 대화와 조용한 경리단길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혹시 타이거도..?’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 내 불안이 쓸 데 없는 것이라 말해 주는 듯, 손님들은 연이어 카페에 들렸다.

사장의 역량이
뛰어난 카페

타이거에스프레소는 테일러커피의 퍼플레인 원두를 사용한다. 같은 원두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테일러커피에서 마신 커피보다 타이거에스프레소에서의 커피가 더 진하다. 이런 맛의 차이를 만드는 이유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하다가 입자의 크기를 떠올렸다. 원두의 분쇄입자를 더 가늘게 해서 추출시간을 길게 뽑으면 에스프레소의 맛이 더 진해질 수 있다. 이렇게 뽑은 에스프레소는 자칫하면 탄맛과 쓴맛이 높아지기 쉬운데 우리가 마신 네 잔의 음료는 이 ‘나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만들기 어려운 ‘맛있는 쓴맛’을 일정하게 뽑아내는 사장님의 역량에 조용히 감탄했다.

나와 언니Y는 아메리카노, 플랫화이트, 아인슈페너, 두유프레소를 마셨다.

앞서 방문했던 카페들과 마찬가지로 기본메뉴인 카페라떼를 마시려다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처음 타이거에스프레소를 알게 된 검색 키워드가 그 당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던 플랫화이트였기 때문이다. 플랫화이트는 호주식 커피로 카페라떼보다 훨씬 적은 우유 양에 미세한 우유 거품이 들어가 라떼에 비해 커피의 맛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커피 메뉴다. 

낮부터 이른바 커피수혈이 필요했던 언니Y는 플랫화이트를 마시고 갈증이 해소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플랫화이트가 카페라떼보다 우유의 양이 적어 더 진하기도 하지만 진함을 넘어서 지나치게 시거나 쓴 맛 없이 부드러운 우유맛도 느낄 수 있어서였다. 

두유프레소는 두유에 에스프레소를 넣은 두유라떼인데, 그동안 마셔봤던 두유라떼 중 제일 취향에 맞았다. 기존의 두유보다 농도가 진해서 목넘김이 콩국수 같았다. 나는 따로 시럽을 추가하지 않았지만 원하면 시럽 첨가가 가능하다. 

두유프레소처럼 아인슈페너도 크림 아래 커피 베이스를 아메리카노, 라떼 중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산미를 좋아하지 않는 언니Y를 위해 라떼 베이스를 선택했다. 이곳 아인슈페너의 크림은 휘핑이 되어 뿔모양을 보이는 스타일이 아닌 생크림처럼 흐르는 스타일의 크림이다. 당도는 약한 편이라 주문 때 들은 사장님의 설명처럼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크림이 단 편은 아니지만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신맛도 강하지 않아 다음 방문 때는 두 가지 아인슈페너를 모두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래 가는 커피 맛

내가 카페에서 일 할 때에는 시간별로, 원두별로 에스프레소의 맛을 체크하느라 하루에도 많은 양의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 때는 그렇게 마셔도 카페인쇼크는 잘 없었는데, 요즘엔 꽤 자주 증상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우유가 섞인 메뉴를 마시거나 좀 진한 아메리카노는 천천히 나눠 마신다. 커피가 식으면 신맛이 부각되어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천천히 나눠 마시는 게 꽤나 힘이 든다. 맛있는 첫 한 모금의 느낌을 마지막까지 느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말이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타이거에스프레소에서 테이크아웃으로 가져나온 아메리카노는 뜨거울 때에도 부드러운 산미가 올라와 진한 커피의 맛과 조화가 좋았지만 내 입맛에는 조금 진한 아메리카노였고, 오히려 식은 아메라카노가 향에 비해 신맛이 적고 조금 벅찼던 진한 커피의 맛을 잡아주어 마지막 인상이 꽤 만족스러웠다. 천천히 맛 본 아메리카노의 인상이 재미있어서 핸드드립 메뉴도 궁금해졌다.

적당해서

예상도 하지 않은 “오랜만에 오셨네요.”라는 인사를 받았다. 언니Y는 반가웠지만 그 다음 순간 인사치레 정도겠거니 생각했는데 사장님이 언니Y의 표정을 읽으셨는지 정말 우리를 기억하고 계신다고 한 번 더 말씀해주시니 감사했단다. 오랜만에 들른 곳에서 예기치 않게 날 기억해주고 반겨주는 이의 말에 따뜻함을 느끼며 과거 다른 가게의 빵 봉투를 들고 온 내게 접시를 내어주셨던 일도 떠올라 ‘아 이런 곳이었지.’ 생각했다. 예전에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가보니 입간판에 외부 베이커리 반입이 가능하다고 적혀있었다. 디저트나 베이커리를 판매하지 않는 아쉬움이 해소되는 부분이다.

타이거의 공간은 정말 아담하고 전반적으로 밝은 색을 썼다. 그리고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소품의 자리’ - 셀카나 공간사진을 위해 연출된 포토존 - 가 마련된 곳은 아니다. 좌석도 4명이 앉을 수 있는 바와 2명씩 앉을 수 있는 동그란 테이블석이 4개. 당연히 푹신한 소파도 아니다. 하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표현하자면 ‘아늑하다’, ‘편안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왜 그럴까? 언니Y의 대답은 “과하지 않고 단정해서, 적당해서”였다. 언니Y는 사장님과의 짧은 인사와 커피 맛 그리고 공간에서 모두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와 언니Y가 미래의 카페를 구상해볼 때 의견차이가 생기는 몇 가지 부분 중 하나가 위치이다. 나는 큰 길가나 상권밀집지역을 1순위로 생각하지만 언니Y는 한적한 동네상권을 바란다. 타이거에스프레소는 예전엔 내가 원하는 위치였고, 지금은 언니Y가 원하는 위치에 가깝다. 만약 예전 경리단길 위의 타이거에스프레소였다면 이번 방문에서 느낀 과하지 않은 단정함, 아늑함을 크게 느낄 수 없었을지 모른다. 경리단길의 상권이 다시 활성화되기를 바람과 동시에 타이거에스프레소의 지금 느낌도 유지되기를 바란다.

동생S의 한 줄: 사람이 공간의 분위기를 채우는 곳.

언니Y의 한 줄: 짧지만 확실하게 커피휴식을 할 수 있는 곳

자매의 동상이몽: 일단 눈에 띄는 곳에 있어야 손님들이 들어온다는 동생S와 동네 구석에 숨어있어도 맛있는 곳은 손님들이 찾아온다는 언니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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