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스트
주소: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39 1층 (신문로2가)
영업시간: 월-토: 11:00~21:00 / 일:12:00~18:00
메뉴: 아메리카노 4500원(ice+500원), 미스사이공 6500원(ice only), 드립은 원두별로 상이(5500~6000원), 비엔나 6500원(hot only), 브라우니 6000원, 치즈케익 6500원
방문이유: 요즘같이 산책하기 좋은 날 방문하고 싶은 곳이라서
누군가 우리 자매에게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이 언제였는지 물어본다면 이구동성 휴학생으로 보낸 스물 세 살의 한 해였다 말할 것이다. 그 일 년 동안 언니Y는 전공관련 시험공부에 매진했고 그 스트레스를 카페를 찾아 다니는 걸로 풀곤 했다. 나는 겉으론 커피에 열중했다 말하지만 사실은 한량 생활을 했다. 그 때의 놀고먹음이란 뮤지컬을 보러 다니거나 핫한 카페, 식당을 찾아 다니는 거였다. 그 일상이 지금은 내 취미로 굳어졌으니 결과적으로 휴학생활은 나에게 큰 수확이다.
휴학계를 내고 얼마 되지 않았던 한겨울, 나는 처음 커피스트를 방문했다. 그 날도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광화문에 왔다가 이곳에 들어왔는데, 주중 낮에도 매장이 붐벼 여기는 커피 맛집이라고 짐작했다. 매장 벽면을 가득 채운 커피잔, 드립주전자, 모카포트, 이브릭 등이 앳된 커피입문자인 나에게 프로냄새를 물씬 풍겨주었다. 커피스트에서 그 당시엔 생소했던 베트남식 연유커피를 마셔보고 그 달달함에 반해 한동안은 하루에 한잔씩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드립커피의 맛이 일품
지난해 커피스트가 얼마간의 휴식을 갖는 동안 언니Y는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카페들을 전전해왔고 커피스트가 하루 빨리 다시 문을 열기를 바랐다. 기쁜 마음으로 다시 간 커피스트는 예전처럼 주말이면 조용해지는 동네 한 가운데에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우리는 드립커피, 비엔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미스사이공, 치즈케익을 시켰다.
커피스트는 로스터리카페로 드립커피가 주 메뉴고 다양한 종류의 원두도 판매하고 있다. 이번엔 그나마 익숙한 예가체프와 콜롬비아를 제외하고 신맛이 적은 원두를 추천받아 브라질 agata를 마셨다. 나와 언니Y 둘 다 구수하고 끝에 단맛이 돈다고 느꼈다. 커피가 식을수록 느껴지는 신맛은 그 느낌이 가벼워서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와 언니Y에게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드립커피로 만드는 비엔나는 커피의 양보다 크림의 양이 좀 더 많아 신맛을 잡아주어 맘에 들었다. 다만 시나몬을 싫어하는 나는 전체적으로 커피향보다 시나몬향이 강해 아쉬웠고, 반대로 시나몬을 좋아하는 언니Y는 마지막 한 모금까지 커피와 시나몬이 잘 어울려 맘에 들어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쓴맛이 진하지 않고 가벼워서 한여름에 꿀꺽꿀꺽 마시는 상상을 했다. 앞서 말했던 연유커피인 미스사이공은 첫 방문 때 작명이 절묘하다 생각했다. 차가운 음료로만 제공되는 미스 사이공은 연유가 섞인 우유와 커피, 우유거품이 차례로 층이 나눠져 있어 잘 섞어 마셔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유거품까지 섞으면 신맛보다 단맛을 더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평소 언니Y는 진한 단맛을 버겁게 느껴 연유커피는 불호에 가깝다고 말하지만 이 미스사이공의 단맛은 은은한 편이라 끝까지 마실 수 있었다.
디저트 종류도 서너가지가 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치즈케익을 시켜보았다. 사실 커피스트에서는 커피만 기대했었는데 치즈케익이 굉장히 맛있어서 놀랐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상큼하게 튀는 레몬의 신맛이 조화가 좋았고 시트에서 오트밀 맛이 나 건조하지 않고 촉촉했다. 다른 메뉴들 보다 부드러운 맛의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는 게 가장 잘 어울렸다. 쓴 맛이 강한 아메리카노였다면 치즈케익 보다는 초콜릿케익 같은 케익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다. 나는 치즈케익의 마지막 한 입을 먹으면서 홀케익으로 판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초코케익도 파운드케익도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 커피와 잘 어울렸다는 언니Y의 말에 다른 케익도 궁금해졌다.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사람
이곳은 건물의 코너에 위치해 있고 사각형의 공간 중 두 면이 전체 창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한낮에는 차양이 있어도 빛이 잘 들어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고, 한적한 골목에 해가 지면 카페도 아늑해진다. 창 앞으로는 데크 위에 외부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요즘처럼 공기가 선선하고 빛이 따뜻한 날 앉으면 좋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와 언니Y가 방문한 날도 외부좌석이 오히려 만석이었고 강아지와 산책하다 들어온 손님들도 꽤 있었다.
언니Y는 커피스트는 어느 계절과도 어울리는 곳이라 말한다. 나와 언니Y는 여러 카페를 다니면서 공간을 채우고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인테리어 외에도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게마다 컨셉이 있고 그것을 소비하는 주 고객층이 생기는데, 인테리어, 판매하는 메뉴 및 상품 그리고 위치 등으로 정해지는 고객층이 비슷한 연령대로 묶이는 것을 자주 봐왔다. 하지만 커피스트를 찾는 고객들은 연령도 성별도 다양하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고, 카페가 문 닫지 않는 한 내가 오랫동안 방문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
언니Y의 한 줄 : 맛도 분위기도 공간도 들뜨는 것 없이 안정적인 곳.
동생S의 한 줄 :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맛볼 수 있는 점이 이곳의 큰 메리트
자매의 동상이몽 : 블렌딩 원두를 더 좋아하는 언니Y와 싱글 오리진의 독특함을 좋아하는 동생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