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로컬
주소 :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2-9 2층
영업시간 : 11:30~22:00
메뉴 : 아메리카노 5,000원, 비트베리 스무디7,500원, 라즈베리 초콜렛 퍼프 7,500원, 트리플 초콜렛 타워 8,500원, 버터 스콘 5,500원, 로컬 콥 샐러드 12,900원
방문이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브런치 카페라서
영화 마틸다의 초코케이크 씬을 보며 비록 그 장면은 잔인하지만 그 케이크만은 너무나 먹음직해 보여서 잠시 영화를 잊고 머릿속에 맛에 대한 궁금증만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언니Y가 카페로컬을 알게 된 것도 초코케이크를 통해서였다. 너무 찐득하지 않고 부드러운 시트와 버터처럼 단단해 보이는 초코크림이 층층이 쌓여있는 비쥬얼에 지나치게 달지 않는 케이크! 포크로 툭 잘라 크게 한 입 먹자마자 시원한 크림이 버터처럼 부드럽게 녹는 맛에 절로 행복해졌다. 이 첫 기억 하나로 카페로컬은 이미 언니Y에겐 완벽한 곳이 되어있었다.
메뉴는 시즌에 따라 달라진다.이번 방문 때 찍어온 메뉴판에는 41개의 음료와 4가지의 팬케이크, 5가지의 케이크, 버터 스콘 그리고 8가지의 브런치가 있었다.
이렇게 많은 메뉴를 쭉 훑어보고 그 중에서 몇 가지를 고르는 것도 힘겹지만 꽤 즐거운 시간이다. 특히 쇼케이스 속 케이크들과 메뉴판에 있는 브런치 메뉴들의 풍성한 구성을 보면 절로 입맛을 다시며 머릿속에서 토너먼트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선택한 샐러드와 디저트를 맛보면 시키지 않은 메뉴도 분명 맛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면서 다음 방문이 빨라진다.
홈베이킹이 취미인 언니Y는 한동안 클로티드 크림과 라즈베리 잼 조합에 빠져 매주 스콘을 구워 나에게 주었었다. 계산대 앞에서 주문을 하는데 그 옆에 떡하니 클로티드 크림과 라즈베리 잼을 곁들인 스콘이 보였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주문했다.
이곳 메뉴에는 라즈베리가 들어간 것들을 몇 가지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라즈베리 초콜렛 퍼프를 시켰다. 이 케이크는 시트 위에 초콜렛 잼과 라즈베리 크림이 올라가 있어 찐득하게 단 맛에 상큼한 과일맛이 가미되어 질리지 않고 숟가락으로 듬뿍 퍼 올려 먹을 수 있다.
앞서 말한 41개의 음료들은 커피, 두유, 초콜릿, 에이드, 스무디와 쥬스, 차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아메리카노 등의 카페 기본 메뉴 외에 커피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나 다이어터들도 쉽게 주문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구성이 이곳의 장점이다.
말로만 다이어터인 나와 언니Y가 샐러드와 케이크라는 양심과 보상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는 구성이다.
다이어트 이야기를 해서 적은 양을 떠올릴 수 있지만 샐러드는 양도 푸짐하고 매장에서 직접 만든 빵과 함께 서브되어 든든하게 식사할 수 있다. 팬케이크는 2-3인용 정도의 양이고 파운드케이크는 내 손바닥 크기와 비슷할 정도로 큼지막하다. 음식뿐 아니라 이곳의 테이블도 아주 널찍한데, 2인석보다 3-4인석 이상의 자리가 더 많다. 친구들과 브런치-수다-후식-수다의 코스를 이곳에서 쭉 이어갈 수도 있다.
나와 언니Y는 미래의 카페를 구상할 때 메뉴구성에서 의견이 자주 갈린다. 나는 음료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베리에이션으로 구성을 채우고자 하지만 언니Y는 음료구성을 기본 메뉴로만 단출하게 하고 베이커리와 브런치의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싶어 한다.
나도 물론 다양한 메뉴로 각 섹션마다 시그니처가 생기면 좋겠지만 그 메뉴들을 만들기 위한 재료비, 인건비, 소요시간 등을 따져봤을 때 둘이서 운영하기엔 벅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브런치는 과채가 들어가기 때문에 손질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신선도에 따른 재료 손실도 커서 고객에게 제공하기 까지 유의할 점이 많다. 나는 만약 브런치 메뉴를 판매하더라도 오픈 초반에는 하지 않고 어느 정도 매장이 자리 잡혔을 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언니Y는 인건비는 우리 자매의 열정페이로, 소요시간은 효율적인 동선 구성과 반복되는 업무의 익숙함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주장하며 재료비는 아끼지 말자는 입장이다. 소박한 주머니 사정의 자영업자 마인드인 나도 이런 언니Y의 주장에 묘하게 설득당해 뭐라 크게 내 주장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대화를 마치기 일쑤다.
나와 언니Y는 재작년 여름에 유독 많은 브런치 카페를 다녔는데 가장 좋아하던 카페 세 곳 중에 한 곳이 작년에 없어져 매우 아쉬웠다. 그래서 우리 자매에게 카페 로컬은 더욱 소중한 곳이 됐다.
언니Y의 한 줄: 여기만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머물고 싶은 곳
동생S의 한 줄: 맛있는 브런치를 밤 9시에도 먹을 수 있어 고마운 곳
자매의 동상이몽: 음료의 다양한 구성을 원하는 동생S와 베이커리 등의 메뉴가 다양하길 원하는 언니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