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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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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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

<생각하다>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무거운 여자가 되면 13. 살로 된 갑옷

김현진

그리고 나는 살인자가 될 뻔 했다. 내 소중한 친구를 죽이고, 부부강간까지 일삼은 남편이라는 작자가 이 세상에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피는 피로 갚아야 할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날카로운 칼을 하나 쥐었고, 친구 만나러 나가는 일도 없이 집돌이로 집에 있는 남편을 해하기 위해 오래 전에 뛰쳐나온 신혼집으로 돌아갔다. 합의 이혼을 위해 법원에 출석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 칼자루를 꽉 쥐고 현관문을 열었다. 치가 떨리도록 죽이고 싶었다. 이 인간의 생명 같은 것은 이 세상에서 소멸되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 인간이 쓰는 산소도 아까웠다. 그런데 일 년에 한번 친구를...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9. '평범한' 인종차별

한슈

한국에서도 차별과 편견, 그리고 위협은 실재한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온 곳은 문화도 언어도 인종도 다른 이방인이 되었다. 눈에 띄게 다른 인종으로 산다는 건 외로운 일이며, 너무나 쉽게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다.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던 글래스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길을 지나가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니하오’라는 인사는 떠나올 때까지 익숙해질 수 없었고, 어디서 왔냐는 물음은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의 첫인사와도 같았다. 특히 내가 유학을 갔던 시기는 한창 북한의 핵 문제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때라서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는 당연하게 북한, 김정은, 핵무기 이 세 단어가따라붙었다. 반복되는 질문에 남한과 북한...

80년대생 미즈킴씨 10. 32세 차현지씨

미즈킴

저는 은평구에 사는 차현지입니다. 소설을 쓰고 있고, 문학 웹 플랫폼 SRS의 운영자이자, 또래 여성 문인 모임인 팀 왓에버의 멤버입니다. 2011년,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이라는 소설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소설은 언제부터 어떻게 쓰게 됐나요? 소설을 배운 건 문예창작과를 진학하면서부터였지만, 이야기를 꾸미고 쓰는 건 어린 시절부터 즐겨했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의 나 어릴 때 저는 수영을 했어요. 중이염 때문에 포기했지만, 나름 도에서 상도 받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선수가 될 줄 알았거든요. 쑥스러움이 많던 아이였어요. 그래서인지 개인이 혼자 하는 종목인 수영이...

여대에서 보낸 6년의 시간이 내게 남긴 것

수민

8월이면 졸업이다. “아직도 마음은 새내기” 같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생각보다 학교를 얼마 다니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끝났다는 생각은 든다. 원래 9월에 바로 대학원을 진학하기 위해 서둘러 졸업 신청을 했었더랬다. 계획이 완벽히 맞아떨어지진 않았지만 어찌됐건 이번 여름에는 지난 2년 반 동안 이어진 학부생으로서의 철학 공부에, 그리고 총합 6년 반에 달하는 나의 대학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지금까지 새롭게 배우고 성장하게 된 점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한 가지는 역시 ‘우리 학교이기에 가능했던 경험’들일 것이다. 우리 학교는 이화여자대학교. '이화'대학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

떼아모 쿠바 시즌 투 11. 외로움이 부른 폭식대참사

나오미

오늘의 에피소드 역시 내 쿠바 역사의 황금기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2개월간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쿠바를 못 잊어 한 달 만에 쿠바에 돌아갔던 시점이다. O군과 연애가 절정으로 치달았던 때였지만 그를 볼 수 있는 시간보다는 나 혼자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O군의 직업 특성상 이틀에 한번 밤에만 데이트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지냈고, 매일 맞이하는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지만, 이따금씩 고개를 내미는 외로움은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럴 때면 난 항상 허기가 졌다. 그러다 한번 대박으로 입이 터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까사에서 장기체류를 하다 보니 오고 가는 여행객...

언니, 우리 이민갈까? 14. 운전으로 주체성을 회복하다

유의미

보금자리를 찾을 때 여러 조건 중 하필 ‘위치’를 포기해서 생긴 어려움이 있다. 시티에서는 숙소에서 몇 걸음 가지 않아도 카페가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나 식당이 있었다. 이사 온 동네는 그렇지 않았다. 작은 식당이 몇 개 있었지만, 카페라도 가려면 삼십 분쯤 걸어야 했고, 그 외엔 모두 그냥 길이고 집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공터’라는 단어가 늘 낯설고 궁금했다. 서울의 모든 곳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고 주변에서 빈 곳을 볼 수 없었다. 뉴질랜드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이 꽤 보인다. 책에 나왔던 공터란 이런 곳이었을까 생각한다. 여유로운 느낌도 들지만, 오히려 휑하고 쓸쓸해서 걸어 다니기 무서운 길도 많다....

페미니스트 정치 탐구 일지 2. 엄마와 나

[웹진 쪽] 홍혜은

페미니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하게 보세요! 나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개인적인 것이 정치 되는 그 순간들이 모두에게 어땠는지 늘 궁금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언어로 쏟아져 나오는 그 순간들을 멀리서, 또 가까이서 응원하고 싶다. 두 번째 글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말하기에 대해 계속 얘기하면서 이전의 삶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써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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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정치 탐구 일지 1. 자기, 소개

[웹진 쪽] 홍혜은

페미니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하게 보세요!   지면을 얻었으니, 나를 소개해야 한다. 이런 나를 도대체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자기소개는 매번 어렵지만, 그걸 하기 전에 먼저 이에 대한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자기소개를 어디서든 무리없이 비슷비슷하게 해 내고도 무탈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의 인격 수준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분명 이 사회의 강자, 권력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인자한 표정을 하고 있어도, 나는 좀처럼 그를 믿기 어려울 것이다. 또, 나는 자기소개 자리에서 인기가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에게 쉽게 나의 호의를 내어 주지 않기도 한다.  일러스트 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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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삵의 삶 4. 내 몸으로서의 삶(3)

[웹진 쪽] 위단비

여성주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히 만나세요!   꼬리에 리본을 단 삵을 사람들은 여전히 쳐다보았지만 삵은 거울 속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처참했다. 네모난 몸과 드러난 갈빗대, 늘어진 살가죽들. 옷을 입었을 때와는 달리 날것으로 거울 앞에 서 있는 나는 초라하고 비참했다. 내 몸의 곡선들은 전부 직선 혹은 늘어진 선들이 되어 있었다. 거울 앞에서 알몸으로 서 본 적이 잘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내 몸은 내 생각보다 내게 낯선 것이었다. 인체 모델이 되면 알몸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림의 대상이 되어 포즈를 취해야 한다. 처참한 모습 때문인지 자신감이 없었던 마음의 문제인지 모델 면접은 2번 떨어졌다. 두 번째 떨어졌을 때 전화로 사정한 끝에서야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일러스트 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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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삵의 삶 3. 내 몸으로서의 삶 (2)

[웹진 쪽] 위단비

여성주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히 만나세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삵은 아끼는 빨간 리본을 꼬리에 달아도 될지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보이는 것을 신경 쓰지 않을 순 없다. 시각적이며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들의 사회에서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이미지’라는 것. 이미지는 힘이 있다. 시각적 혹은 비 시각적인 정보를 한 편의 그림으로 압축하여 담아두는 것이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압축된 이미지는 평면적인 하나의 조각이다. 타인을 대할 때 우리는 이미지 조각들의 총합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려 시도한다. 그러나 이미지 조각들의 총합은 과연 실재하는 타인과 완전히 일치할까. 일러스트 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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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삵의 삶 2. 내 몸으로서의 삶(1)

[웹진 쪽] 위단비

여성주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히 만나세요!   꼬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삵이 아파트 단지 내를 돌아다닐 때면 다른 주민들의 시선을 온몸에 받았다. 작년에 살이 많이 빠졌다. 일 년 동안 대략 20~30kg정도 빠졌으니 꽤 극적인 변화였다. 일부러 다이어트를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식사량이 갑자기 줄고 자전거라는 취미가 생기면서 일어난 변화였다. 직장 동료들은 ‘살을 어떻게 뺐냐’고 물어봤다. 심지어 날 모르는 사람이 우리 팀 동료에게 저 사람 살 어떻게 뺀 거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나는 일부러 뺀 게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잘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나를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 사회에서 다이어트가 여성에게 필수가 된 것은 따로 말하기 어색할 정도로 이미 오래됐다. 예전엔 접근성과 인식이 좋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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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삵의 삶 1. 구분되지 않는 삶

[웹진 쪽] 위단비

여성주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히 만나세요!   고양이처럼 사랑받고 있지도, 사랑받고 싶지도 않지만 고양이처럼 ‘나’의 공간에서 ‘나’라는 개인으로 살아남고 싶은 암컷 삵이 살아가며 보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 나는 개인주의자다. 그리고 여성이다. 개인주의자들을 대표하는 동물, 고양이. 나는 여성이며 개인주의자이지만 ‘고양이 같은 여자’는 될 수 없고, 되고 싶지 않다. 고양이라는 단어로 수식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려지는 만큼 도무지 실제의 나랑 닿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독립생활을 하는 고양잇과 동물 중 ‘삵’과 공통점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 단독, 또는 한 쌍으로 생활하며 2. 야행성으로 낮에는 주로 외진 곳에서 서식하고 3. 고양이보다 몸집이 크다. 4. 머리가 둥글며 5. (생물학적 동족 기준으로) 입을 크게 벌릴 수 있고 턱의 힘이 세며 5. (정신적 동족 기준으로)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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