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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 (Feminist) Scientists 시즌 2 5. 페미니스트로 학계에서 살아남기

하미나

어떤 분야이건 안 그러겠느냐마는, 학계에서 여성으로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더 어려운 일이 있으니 바로 학계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살아남는 일이다. 거기에 더해 만약 당신이 속한 분야가 페미니즘에 무척 적대적이라면? 페미니스트임을 커밍아웃하는 순간 지옥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페미니스트를 환영하는 학문 분야는 여성학 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막막한 상황. 이번 글과 다음 글에서는 내 경험에 빗대어 학계에서 페미니스트 연구자가 겪는 어려움과 이러한 어려움을 조금씩 넘어가기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여성학 외에 학문 분야에서 페미니즘에 영향을 받은 연구, 혹은 여성을 주...

여자 밀레니얼의 직장일기 4. 이 죽일 놈의 밀레니얼

은순

이 연재 제목에 있듯 저는 밀레니얼이에요. 정확한 나이를 밝힐 수는 없지만 밀레니얼의 중간에서 끝자락을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제가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지금처럼 밀레니얼에 열광할 때는 아니었어요. 사실 언제든 세대론은 있잖아요. ‘신인류’라는 말도 그렇고 ‘88만 원 세대’도 있었고 ‘X세대’도 있었고요. 게다가 한두 명(개)을 일반화시키며 집단 나누기를 좋아하는 나라기도 하고요. 여자라고, 남자라고, 비서울 출신이라고, 여대라고, 남녀공학이라고, 나이가 많다고, 어리다고... 뭐 정말 끝도 없죠. 밀레니얼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발단이 <90년생이 온다>(웨일북, 2018)가 될지는 몰랐어...

두 명의 애인과 살고 있습니다 1. 내 사랑이 불편한가요?

승은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핸드폰에 낯선 번호가 떴다. 평소에 각종 연체를 달고 사는 나는 습관적으로 모르는 전화번호를 피하는 편이다. 잠시 망설였지만 적어도 밤 11시에 독촉 전화가 오진 않겠지 싶어서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퐁~ 나야. 잘 지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군지 알았다. 이십대 초반에 인권캠프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너구리. 내가 번호가 바뀌었냐고 묻자 너구리는 어떻게 번호도 모르냐고 서운한 내색을 보였다. 몇 년 만에 걸려온 야밤 전화가 반가워서 끊임없이 그간의 근황을 나눴다. “나 두 달 뒤에 결혼해 퐁. 결혼식은 가족들과 조촐하게 할 거야. 혹시라도 축의금 걷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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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 않은 사람들 시즌 2 9. '기혼자' 답지 않은 마음

유의미

느티나무가 우거진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마음’을 만났다. 그는 감기에 걸려 목이 잠겼다며 유자차를 주문했다. 마음은 잘 다듬어진 문장과 단호한 말투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자칫 딱딱한 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인터뷰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마음은 때때로 일상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독특한 어휘를 선택하고, 질문자가 생각지 못한 방향의 대답을 하기도 해서 대화가 계속 재미있고 긴장감이 넘쳤다. Q. 오늘의 사소한 잘한 일이 있나요? 최근에 생리 기간이었고 날씨도 추워서 침대 밖으로 나오기가 힘들었어요. 근데 오늘은 샤워하고, 머리를 잘 말리고, 분칠도 하고, 정말 날씨에 딱 맞는 따뜻한 옷을 입고, 늦지 않게 잘 나왔어...

여자 밀레니얼의 직장일기 3. "오늘 어디 가?"

은순

드디어 이 주제를 쓰게 됐네요. 회사를 다니며 가장 열이 받았던 외모 평가요. 회사를 세 곳 정도 다녔고 일한 기간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회사 사람이 시시콜콜 떠들어대던 주제 중 하나죠. 저는 많은 회사의 문제점 중 하나가 시답잖게 외모 얘기로 대화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게 어디든 그 사람이 누구든 평가받고 싶지 않거든요. 저는 친구들과도 외양 얘기를 하지 않아요. 으레 할 수 있는 그 가방 샀네? 예쁘다, 너 살찐 것 같다, 빠진 것 같다, 화장이 잘됐다, 그 신발 별로다 등등 모든 평가를 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칭찬이든 욕이든 어쨌든 평가고 저는 누군가한테 평가를 받으려고 화장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엄마와 딸에게 상호 독립의 자유를!

두사나

파혼과 낙태라는 사태가 벌어진 후로부터 정확히 1년 1개월 동안 나는 농축된 방황을 했다. 아저씨들을 만나고 다니며 흑역사를 쌓았고 매주 클럽에 가서 머리를 흔들다가 모텔에서 깨어나는 식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정신을 차리니 엄마와의 관계가 망가졌다. 그렇게 살 거면 집을 나가라는 소리를 듣고, 바로 집을 나왔다....

나는 '나'로 살아남기 위해 낙태했다

두사나

어떤 낙태가 좋은 상황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만, 어쨌든 나의 낙태는 그다지 좋은 상황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24살의 여름이었다. 나는 9살 연상이었던 한 남자와 파혼했다. 파혼한 지 2주가 채 되지 않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테기의 두 줄을 보자마자 몇 주 전 일이 떠올랐다. 원래대로라면 신혼집이 되었을 집에서 결혼 문제로 크게 다투었다. 나는 한 달도 남지 않은 결혼식을 취소하고, 결혼을 미루자고 했고, 그는 이제와서 무슨 말이냐며 화를 냈다. 그날 그는 잘 마시지도 않는 술을 사 와 빠르게 들이켰고 내게도 마시기를 권했다. 그는 술에 취한 나를 매트리스에 눕혔고 옷을 벗겼다. 그 방은 에어컨이 있어야 할 자리에 뚫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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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밀레니얼의 직장일기 2. "내가 2년 전에 이혼을 했는데"

은순

취준을 할 때 점심시간에 나온 회사원들 테이블을 훔쳐보고 엿들으며 생각했던 게 있어요. 회사의 점심시간은 스몰토크 대잔치라는 거였죠. 엄청 쓸데없고 무용하고 아무 의미 없는 말들을 주고받는 거 있잖아요. 주로 등장하는 소재는 연예인, 점심 메뉴, 미세먼지, 그 밖에 짧게 소비되는 사회 이슈들 등등등. 그때는 정말 이해가 안 됐거든요? 왜 좀 더 유용하고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야, 싶었어요. 근데 회사에 들어와보니 알겠더라고요. 언니들이 진짜 똑똑했던 거란 걸요. 회사 사람들과 스몰토크 이상의 대화는 나누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회사를 다니다 보니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점심시간에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이거 너무 맛있...

이해하지 않는 멍청함이 필요할 때야

두사나

나는 수년간 그에 대해 옹호해보려고 했다. 그라고 하면 9살 연상남이자 몇 년 전 나와 파혼했으며, 나에게 술을 먹인 뒤 성관계 도중 몰래 콘돔을 빼서 나를 임신시켰던 구남친을 말한다. 구남친이 개자식일 때 그가 구남친인 것을 정확히 지칭하는 동시에 그 자리에서 혀 깨물고 죽고 싶을 만큼의 모멸을 주는 용어는 없을까? '구남친'은 그 단어를 사용하는 자의 수치심만 들쑤실 뿐 명쾌한 명칭이 아닌듯하다. 아무튼 나는 구남친이 아무리 개자식이어도 사람은 다면적 존재이므로 그 또한 다면적인 개자식이라 믿으며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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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온 편지 6. 혼자는 좋다

황달수

안녕! 올 해 겨울은 유난히 춥지 않아. 지구 기후 위기 때문일까? 정말 인간으로 살면서 많은 편리함과 죄책감들을 지고 살아야 하는 2020년이야. 그래도 감기는 조심해야 해! 감기에 걸리면 일상이 마비가 되잖아. 혼자 사는 사람에게 아픈 일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하는 ‘일' 임을 이제는 알게 되었어. 부디 혼자 살고 있는 모든 여자들이 건강하고 무탈하길. 베타라는 물고기를 알고 있니? 관상용으로 많이들 기르고 접하게 되는 열대어야. 수컷 베타는 지느러미가 길고 몸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상품성이 좋지. 그래서 마트나 수족관에서 종종 보게 되는 건 대부분 수컷 베타라고 해. 수컷 베타는 투어(鬪魚)이기 때문에 한 마리 이상 키울 수가...

여자 밀레니얼의 직장일기 1. "너는 왜 회사를 좋아하지 않아?"

은순

처음 취준을 시작한 게 벌써 3년 전이네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얼른 회사에 들어가 볼트와 너트처럼 조임 당하고 싶어 안달이 난 보편적인 취준생에 지나지 않았어요. 언니들이 회사와 상사 욕을 해대면 ‘나도 욕할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어디든 얼른 제 자리가 생겼으면 했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수많은 언니(라고 할게요)뿐만 아니라 제 주변 언니들도 다 ㅋㅋㅋㅋ를 연발하며 실소를 뱉을 수밖에 없던, 어이 없는 생각이었지만 저는 정말 그랬어요. 불안하고 막연하고 두렵고 힘들고, 자꾸만 주변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며 자괴하던 시간을 얼른 끝내고 싶었거든요. 취준생 신분을 버릴 수 있었던 건 당연히 첫 회사에 붙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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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영문학자 12. 그래서 영문학

숙희

요즘 내 책상 위에는 늘 한 권의 소설이 있다. 2015년에 출판 된 한국계 미국인 작가 패트리샤 팍(Patricia Park)의 소설 <리 제인(Re Jane)>이다.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소설 중 하나 <제인 에어>를 21세기 뉴욕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영국인 고아 소녀였다면, 패트리샤 팍의 제인 리는 한국계 미국인 고아 소녀다. <제인 에어>에서 제인이 사랑한 에드워드 로체스터와 그의 숨겨진 아내, “다락방의 미친 여자” 버사 메이슨은 브루클린에 사는 힙스터 부부로 새로이 상상된다. 패트리샤 팍의 세계에서 21세기의 로체스터는 박사 논문을 끝내지 못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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