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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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여자 밀레니얼의 직장일기 2. "내가 2년 전에 이혼을 했는데"

은순

취준을 할 때 점심시간에 나온 회사원들 테이블을 훔쳐보고 엿들으며 생각했던 게 있어요. 회사의 점심시간은 스몰토크 대잔치라는 거였죠. 엄청 쓸데없고 무용하고 아무 의미 없는 말들을 주고받는 거 있잖아요. 주로 등장하는 소재는 연예인, 점심 메뉴, 미세먼지, 그 밖에 짧게 소비되는 사회 이슈들 등등등. 그때는 정말 이해가 안 됐거든요? 왜 좀 더 유용하고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야, 싶었어요. 근데 회사에 들어와보니 알겠더라고요. 언니들이 진짜 똑똑했던 거란 걸요. 회사 사람들과 스몰토크 이상의 대화는 나누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회사를 다니다 보니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점심시간에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이거 너무 맛있...

목포에서 온 편지 6. 혼자는 좋다

황달수

안녕! 올 해 겨울은 유난히 춥지 않아. 지구 기후 위기 때문일까? 정말 인간으로 살면서 많은 편리함과 죄책감들을 지고 살아야 하는 2020년이야. 그래도 감기는 조심해야 해! 감기에 걸리면 일상이 마비가 되잖아. 혼자 사는 사람에게 아픈 일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하는 ‘일' 임을 이제는 알게 되었어. 부디 혼자 살고 있는 모든 여자들이 건강하고 무탈하길. 베타라는 물고기를 알고 있니? 관상용으로 많이들 기르고 접하게 되는 열대어야. 수컷 베타는 지느러미가 길고 몸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상품성이 좋지. 그래서 마트나 수족관에서 종종 보게 되는 건 대부분 수컷 베타라고 해. 수컷 베타는 투어(鬪魚)이기 때문에 한 마리 이상 키울 수가...

이상한 나라의 영문학자 12. 그래서 영문학

숙희

요즘 내 책상 위에는 늘 한 권의 소설이 있다. 2015년에 출판 된 한국계 미국인 작가 패트리샤 팍(Patricia Park)의 소설 <리 제인(Re Jane)>이다.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소설 중 하나 <제인 에어>를 21세기 뉴욕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영국인 고아 소녀였다면, 패트리샤 팍의 제인 리는 한국계 미국인 고아 소녀다. <제인 에어>에서 제인이 사랑한 에드워드 로체스터와 그의 숨겨진 아내, “다락방의 미친 여자” 버사 메이슨은 브루클린에 사는 힙스터 부부로 새로이 상상된다. 패트리샤 팍의 세계에서 21세기의 로체스터는 박사 논문을 끝내지 못한 대...

무거운 여자가 되면 31. 식이장애에서 벗어나기(4)

김현진

빅투아르가 정신을 차려 보니 온통 하얀 색인 방이었다. 약 냄새가 진동했다. 그제서야 빅투아르는 늘 자신을 ‘후려치기’하는 작은 목소리와 자신은 뚱뚱한 실패작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 의사가 부모님과 함께 들어와 마치 그 자리에 빅투아르는 없다는 듯이 이런저런 설명을 하며 빅투아르가 사춘기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투아르는 자신은 그런 증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의사는 그의 말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빅투아르는 차분하게 이건 단지 실수였으며 자신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딱 잘라 말했다. 넌 전혀 괜찮지 않아, 빅투아르. 넌 전혀 괜찮...

목포에서 온 편지 5. 기념일은 무엇을 기념해야 마땅한가

황달수

멀게만 느껴졌던 2020년이 현실로 다가왔어.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은 평범한 날들이지만, 같은 숫자가 두 번 반복된다고 또 이게 재밌기도 해. 넌 새해를 어떻게 맞이했어? 나는 말야, 친한 친구들과 함께 유자차와 와인을 가져가 유달산에서 카운트다운을 외친 후 매 년 하는 불꽃놀이를 관람하며 맞이했어! 올해는 바라는일들이 다 잘 되기를. 저번에는 우여곡절 끝에 가게를 오픈한 이야기를 했었지? 약 10평이 되지 않는 크기의 가게이지만 꽤 준비할 서류도, 돈도, 물건들도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진이 다 빠졌어. 발렌타인 데이라는 대기업의 상술로 가득 찬 날 가게를 엉겁결에 오픈했기에 그 날은나에겐 ‘내가 해낸 날'이야. 발렌타인...

무거운 여자가 되면 29. 식이 장애에서 벗어나기(2)

김현진

나는 모델은 아니지만 옷에 몸을 맞추려 여러 번 도전한 경험이 있다. 숨 쉴 틈도 없이 타이트한 원피스나 스키니진을 보고 결의에 찬 한숨을 쉬어 배를 있는 힘껏 안으로 집어넣고는 몸을 살살 달래며 옷 안에 입장하려 노력한다. 간신히 44사이즈 원피스의 지퍼가 채워지거나 구하기도 어려운 22인치 청바지의 단추를 여밀 수 있으면 그날은 아주 기뻤다. 옷이 나를 받아 주었어! 옷에 들어갔다! 만세! 생각해 보면 내가 옷을 선택해야 하는데 옷이 나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내 몸에 대한 주도권을 옷에게 넘겨준 거였다....

허윤, 오혜진의 백일몽 9. 2019 세계의 크기를 넓힌 책들

오혜진

백일몽 [day-dreaming, 白日夢]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비현실적인 세계를 상상하는 것. 직업이 직업인지라, 사회와 나 자신에게 엄청나게 중요하거나 또는 그렇지도 않을 책들을 끝없이 읽고 써댄다. 그럼에도 아직 다 읽지 못한 채 머리맡에 쌓아둔 책들이 한가득이다. 언제 읽어도 좋은 것이 책이지만, 때로는 특정 시기에 꼭 읽혀야 할 책들을 놓쳤을까봐 조바심이 앞선다.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속한 세계의 크기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각각의 세계에는 나름의 아귀지옥이 있기 마련이지만, 종일 학교와 집안 책상만을 오가며 학위 취득과 구직을 위해 아카데미 주변을 기웃거리는 게 삶의 전부인 사람의 관심사는 얼마나 넓고 다양할 수 있나. 나는 종종 최근 중견작가들의 소설에 등장하...

어떻게 '빻지' 않은 그림을 그릴 것인가: 일러스트레이터의 슬픔과 기쁨

이민

일러스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 늘 그려 왔고 그나마 제일 잘하는 것이고 계속 하게 되어도 스트레스를 좀 덜 받을 수 있다 생각했다. 그리고 핀치의 일러스트레이터 구인 광고는 좀 더 구미가 당겼다. 내 그림이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웹사이트에 주기적으로 올라간다고 하는데, 마다 할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을까. 때 마침 몇몇 언론사 SNS계정에서 기사와 함께 올리는 자극적인 이미지에 지쳐있어서 나 같으면 저렇게 안 할텐데,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은근한 자신감에 차 있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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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여자가 되면 27. '개말라'는 당신을 해친다

김현진

다이어트라는 말은 언뜻 자기관리, 건강과 자신을 아끼고 돌보는 일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건 식이장애라는 질병이다. 거식증과 폭식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90에서 95퍼센트가 여성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여성에게만 있는 질병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거식증/폭식증 협회에서는 해마다 미국 여성 100만명이 거식증과 폭식증에 걸리고 3만명이 구토제 남용자가 된다고 보고했다. 나와 함께 사는 언니는 키도 크고 체격이 있는 편인데, 한국에서 옷을 살 때 사이즈 때문에 늘 불편을 겪는다. 그러다가 몇 해 전 1년 동안 미국에서 체류했는데, 그 때 정말 너무나 편했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목포에서 온 편지 4. 지치고 힘들어도

황달수

안녕, 어제 목포에는 큰 비가 내렸어. 날씨가 추워져서 눈이 올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는 그 정도의 추위는 아닌가봐. 좁디 좁은 한반도지만 아무래도 남쪽은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느낌이야. 저번에는 석연치 않게 목포시 도시재생 사업에 합격한 이야기까지 했지? 합격만 하면 탄탄대로일거라는 생각은 대체 누가 우리에게 심어주는걸까. 대학교에 합격하면 여드름도 사라지고 로맨스 드라마 주인공 처럼 근사한 애인도 생기고 대기업에도 취직할 줄 알았는데 전부 다 사실이 아니었잖아. 여드름은 아직도 나고 있고 애인은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 같지 않았고 대기업 취직을 위해서는 각종 스펙과 경험과 집안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언니, 우리 이민갈까? 27. 엄마와 나의 퀸스타운

유의미

오클랜드에 있다고 뉴질랜드 구석구석 여행을 다니는 건 아니었다. 서울에 있다고 꼭 부산 여행을 자주 갈 수 있는 건 아니듯이 말이다. 지난번 갑자기 받은 휴가로 떠난 네이피어 여행 외에 뉴질랜드를 본격적으로 여행한 건 딱 한 번 더 있었는데, 엄마가 놀러 왔을 때였다. 나는 엄마에게 내 뉴질랜드 이민을 백 마디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한 번 눈으로 보여주는 게 더 확실한 효과가 있을 거라 믿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이 공기와 이 바다를 본다면 누구라도 여기 살고 싶어질 테니까, 엄마 딸이 모든 걸 뒤로 하더라도 이 평화롭고 여유로운 땅에서 살겠다는 이유를 조금은 알아줄 것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엄마를 초대했고, 여행을 좋아하...

무거운 여자가 되면 26. 코르셋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김현진

20대 때 소위 빡세게 ‘업업’하고 다녔던 나는 지금 완전히 탈코르셋을 하지는 못했지만 가끔 특별한 날, 내가 하고 싶을 때만 메이크업을 하고 보통 자외선 차단제만 바르고 다니고 있으니 탈코르셋 운동이 내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요즘은, 내가 20대 시절에 ‘업업’하고 다녔던 것이 무척 후회스럽다. 그때는 내가 했던 것이 소위 ‘주체적 꾸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니 그것은 남성의 시선으로 정의되는 사회에서 남성들에게 인정받고 받아들여지고 싶은 발버둥이었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내 발버둥이 다음 세대 여성의 코르셋을 더 조이는 결과에 일조했다는 점이다. 검정 마스크를 쓴 청소년들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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