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나 지금 이거 넣은 거야?’
성경험이 없었던 내가 탐폰을 처음 써 본 소감이었다.
탐폰은 신세계이니 어서 빨리 갈아타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섣불리 탐폰을 쓸 생각을 하지 못한 이유는 복잡했다. 질에 뭘 넣는다는 것 자체가 그냥 두렵기도 했고, 아주 드물다지만 혹시라도 독성쇼크증후군이 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아직까지 ‘처녀막은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것도 거부감에 한 몫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거부감을 극복하고 탐폰을 써보려고 마음을 먹을 때면 생리가 끝났다.
그래서 ‘이번 생리에는 기필코 패드 생리대를 벗어나겠다’ 고 마음을 먹고 동네 드럭스토어에서 세일하는 탐폰을 한 상자 사서 들고 왔다.
어디로 넣어야 하오
나는 거의 평생에 걸쳐 주입받았던 처녀막(질주름) 서사 때문에 질에 손가락 말고 다른 것을 넣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내 질구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를 몰라서 대충 여기쯤이겠다 싶은 곳을 탐폰의 머릿부분으로 계속 찔러보았다.
탐폰 머리로 질구를 찾아서 더듬거리고 넣기 좋은 자세를 찾아서 엉덩이도 움직여 보고 다리도 구부려 보면서 씰룩거리기를 여러 차례 거쳤다. 결국 ‘어? 여기다!’ 싶은 곳을 찾아서 탐폰을 살살 밀어넣었다.
성공인가 싶었지만 질구를 찾는 것과 탐폰을 밀어 넣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맞는 각도를 찾아야 해서다. 나는 탐폰을 넣지도 빼지도 못하고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맞는 각도를 겨우 찾아 탐폰을 밀어 넣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묘하게 성취감이 느껴졌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경험상 직각으로 넣으면 잘 안 들어가고, 항문 쪽으로 기울여서 탐폰을 넣으면 잘 들어간다.)
탐폰 머리를 일단 질 쪽으로 삽입했으면 탐폰의 본체를 꾹 눌러 질 속으로 밀어 넣은 후 어플리케이터를 빼내야 한다. 그러나 나는 탐폰을 넣고 나서 뭘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다. 탐폰을 사면 설명서가 딸려 오는데, 나는 설명서가 있는 줄 모르고 그냥 ‘이걸 넣으면 되는 거지?’ 하고 본체와 어플리케이터를 모두 밀어 넣은 것이다. 결국 탐폰을 빼고, 설명서를 다시 읽고, 다시 질구를 찾아서 탐폰을 밀어 넣었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설명서대로 탐폰을 넣고 어플리케이터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탐폰을 삽입한 후, 신기한 마음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도 보고, 괜히 실을 만져보기도 했다. 움직일 때 아랫배 쪽에 뭔가 들어 있는 듯한 이물감이 느껴지긴 했다. 굉장히 딱딱하고 오래된 묵은 똥 같은 느낌이었다.
약간 불편했지만 몸 속에 뭔가 들어갔으니 이물감이 조금은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뻑뻑함과 이물감은 특정 브랜드 탐폰을 사용하면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불행히도 나는 탐폰 브랜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탐폰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려니 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너무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탐폰을 빼려고 실을 잡아당겼다. 순간 아파서 '헉' 소리를 냈다. 생리혈을 흡수해서 크고 딱딱해진 탐폰이 건조해진 질 입구에 걸려버린 것이다.
설명서에는 한 탐폰을 8시간 이상 착용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8시간만 넘기지 않으면 아무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웬걸, 너무 아팠다. 앞쪽에 있는 요도나 클리토리스를 잘못 건드린 것처럼, 질 앞쪽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내 질 구조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남들과 다른지 알았다면 이 고통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알았을까? 내가 내 몸을 모른다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다. 고통 끝에 겨우 탐폰을 빼고 나서 이런 고통을 겪으면서까지 탐폰을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용히 속옷에 패드 생리대를 붙였다.
벗어날 수 없는 질척함
그러자 스멀스멀 피비린내가 올라왔고, 기저귀가 부스럭거리는 듯한 느낌이 났다. 나는 굴을 낳는 느낌을 하루 종일 겪었으며 결국 피가 새서 속옷에 또 피를 묻혔다. 게다가 날씨가 더워서 가랑이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온갖 브랜드의 탐폰 후기들을 찾아본 후 좀 더 작고 덜 뻑뻑한 탐폰을 사러 나갔다.
다행히 다른 탐폰을 쓰자 뱃속에 이물감은 없었고, 정말 생리중인지도 잊을 만큼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뺄 때 탐폰이 질 입구에 걸리는 고통은 여전했다. 고통을 계속 겪기는 싫었지만 다시 패드 생리대로 돌아가기도 싫었다. 사실은, 그냥 생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직접 써 보니
탐폰을 제거할 때 아프긴 하지만 패드 생리대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았다. 패드 생리대의 냄새와 찝찝함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탐폰은 혁명적이다. 다만 패드 생리대보다 비싸고, 국내에서 일상적으로 구할 수 있는 종류가 몇 가지 없다. 그리고 대체로 국내 브랜드는 평이 좋지 않다.
앞으로 어떤 탐폰이 나에게 맞는지 찾는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적당히 내 몸에 맞고 뺄 때 좀 덜 아픈 탐폰을 찾고, 어느 정도 간격으로 탐폰을 갈아줘야 질이 건조해지지 않는지 찾는 것도 내 몫이다. 생리를 시작한 지도 수 년, 하지만 생리의 고통은 여전히 생경하고 이를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실험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