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함이 부와 아름다움의 상징’인 특정 시절이나 지역을 두고 ‘그 시절 또는 그곳으로 가서 살고 싶다’ 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처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현대 사회는 뚱뚱한 여성의 존재를 손쉽게 부정하곤 한다. 한국도 그런 분위기에 관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럽지만 일본의 경우 그 정도가 매우 심해, 일본 여성은 전세계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작고 마른 동양 여성의 이미지를 대변하거나 그러한 이미지로 소비되곤 했다. 이러한 경향 앞에 ‘크게’ 반기를 든 플러스 사이즈 매거진 <라파파(La-farfa)>의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라파파>는 2013년 ‘폿챠리 여성들의 멋내기 바이블’을 표방하며 등장한 일본의 패션잡지다. ‘폿챠리’란 통통~뚱뚱의 영역을 아울러 나타내는 일본식 표현이다. 창간호부터 2015년까지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인 와타나베 나오미가 표지모델을 맡았으며, 창간 2주만에 8만부를 팔아 치우며 화제가 되었다. 장르와 소재를 불문하고 갓 발간된 무크지가 그 정도 판매고를 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유럽과 북남미에도 플러스 사이즈 관련 컨텐츠가 넘쳐나지만 실제로 인쇄물로 제작되는 매거진은 매우 극소수라는 점, 전 세계적으로 출판시장이 위축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라파파의 흥행은 매우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체형과 스타일을 규정하지 않고 입고 싶은 옷을 행복하게 입자는 취지가 명확히 드러난 <라파파>의 콘텐츠는 <66100>과 동일한 선상에 서 있어 반갑고 흥미롭다. 라파파의 더 재미있는 점은 일본 특유의 통신판매 방식을 잘 녹여냈다는데 있다. 잡지가 소개한 제품을 자체 웹사이트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판매를 중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잡지 속 옷이나 액세서리가 마음에 들 경우 해당 제품의 번호를 잡지에 첨부된 OMR 카드에 체크해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상당히 아날로그한 방식임에도 많은 독자들이 이를 애용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본 잡지가 정보창구뿐만 아니라 판매채널로도 광고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파파>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만을 조장한다’는 말도 안되는 비판에 대해 편집장이 인터뷰에서 ’우리 모델들도 최종적으로는 살을 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미래를 위해 지금의 상태를 부정하지 말자고 생각한 것이다’ 라고 답변한다거나, 기껏 스스로를 사랑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잡지에서 ’녹아드는 겨울의 인기통통녀가 되자 같은 이름의 코너를 발견하면 일본에는 또 일본 특유의 어려움이 있구나 싶어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패션 잡지가 모델과 상품에 대해 독자의 ‘동경’을 유도한다면, 라파파는 ‘지금의 나를 좋아하자’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것이 멋이다’ <라파파>는 잡지 특유의 지향점을 통해 독자들의 열렬한 공감과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창간할 무렵에는 계간지였지만, 인기에 힘입어 발행 1주년을 맞아 격월지로 재창간하기에 이르렀다. 뚱뚱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좋아하자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이러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종종 <라파파>를 언급하며 한국에 플러스 사이즈 관련 컨텐츠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66100>을 들며 한국에도 플러스 사이즈 매거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분이 늘어나고 있지만,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라파파>가 아시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플러스사이즈 매거진이지만, <라파파>의 컨텐츠와 모델이 모든 아시아 플러스 사이즈를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라도 나라마다 다르고, 한 나라 안에서도 세대별, 개인별 체형 차이가 크며, 같은 몸무게라도 키와 체형의 특징에 따라 뚱뚱해 보일 수도, 덜 그럴 수도 있다. 뚱뚱함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결도 다르다. 그래서 <66100>은 한국의 플러스 사이즈에게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세상이 점점 다양해지고 다채로워 지는 만큼, 외모와 체형에 대한 더욱 다양하고 개성있는 컨텐츠들이 즐비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