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양의 대체 불가능한 '대체 이런 옷': 7. 크롭탑을 입는 순서 - 끝내주는 내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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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양의 대체 불가능한 '대체 이런 옷': 7. 크롭탑을 입는 순서 - 끝내주는 내가 되기

김지양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며칠 전, 남편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중년 여성이 나를 보고 친근하게 미소 지으며 “몇 개월?? ^^”이라고 묻기에 우리는 거의 동시에 반사적으로 “아닙니다^^” 라고 대답했다. 고맙긴 한데 고맙지 않은, 이 양가감정의 순간을 나는 배가 나오지 않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자주 경험한다. 지하철 임산부석 자리양보가 불편해 일부러 임산부 배려석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섰는데도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귀신같이 생명 대신 열심히 소화 중인 점심 메뉴가 잉태된 나의 배를 발견하고 양보를 권하는 날이면 ‘그래, 내가 얼마를 써서 이 배를 만들었는데’라고 생각하고 말아보려 애쓰지만 내 몸에, 특히 나의 배에 꽂히는 시선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비록 오해일지라도 같은 여성으로서 임산부 자리 양보는 감사한 일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사람들이 대중교통에서 마주치는 상대의 외양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사진: 서민희

2017년의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마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휩싸여 70년대 미니스커트 길이를 재던 시절보다도 더 자신의 옷차림에 자체검열을 가하고 있다. 옷보다는 옷을 입은 사람의 몸매를 감상하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가 아닐까 싶어 씁쓸하다. 단적인 예로 한 이동통신사의 모델로 등장한 여성 아이돌이 스키니에 크롭탑을 입은 것을 보고 ‘저 바지 예쁘네, 크롭탑 어느 브랜드 제품이지?’가 아니라 ‘와, 몸매 죽이네’라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나 극단적으로 마른 몸매가 아니면 짧은 치마나 붙는 옷을 입는 여성을 두고 ‘안구 테러’라거나 ‘저 몸매에 저 옷이 가당키나 하냐’고 비아냥대는 주변인의 시선과 말을 일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쁜 옷은 더욱 많아졌지만 “날씬하지 않으면” 입어서는 안 되는 옷 역시 비례해서 늘어났다는 것을 나 역시 오래도록 자각하지 못했다.

사진: 서민희

얼마 전 여름옷을 꺼내다가 4년 전에 아메리칸 어패럴 플러스 사이즈 모델 콘테스트 지원 당시에 입었던 크롭탑을 발견했다. 그 당시 사면서도 과연 이걸 촬영 때 말고 다시 입을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가 I heart my body크롭탑을 입는 순서 영상을 보게 되었고 부ㄹ…아, 아니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두려움의 단계에서 더 큰 두려움의 단계를 지나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경지를 지나 끝내주는(!) 순간에 다다르기까지의 변화를 지켜보며 결국 1단계의 두려움을 지나기만 하면 된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동시에 속 보이지 않는 시선의 크기와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지 통감했다. 어디 가서 내 맘대로 옷 입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던 나인데도 지난 4년간 서랍에 넣어두기만 했던 크롭탑은 내가 자각하지 못했던 두려움을 체감하게 했고, 이제는 그 두려움을 밟고 일어나 끝내주는 나로 나아갈 때라는 계시를 주었다.

그렇다면 대체 크롭탑 초심자, 어떻게 입어야 할까.

뭘 입어야 할까?

반팔 티셔츠, 민소매, 끈나시, 시스루 혹은 니트소재 등등 디자인과 소재가 다양하다. 일단, 크롭탑을 입어보겠다고 결심했다면, 몸을 가리는 것에 급급하기보다는 자주 입어 몸을 드러내는 것에 편안해질 필요가 있다. 면 소재의 반팔 티셔츠 형태를 사서 집에서도 밖에서도 주구장창 입으면 배가 드러나 있는 것에 익숙해지고 그러다보면 저절로 민소매형, 끈나시형, 니트형 등등에 도전하게 된다.

무엇과 입어야 할까?

가장 보편적인 크롭탑 코디는 밑위길이가 긴 하이웨이스트 진 혹은 하이웨이스트 핫팬츠나 스커트와 매치하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크롭탑을 입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배가 나왔기 때문인데, 하이웨이스트 진이나 스커트는 우리가 말하는 소위 ‘똥배 존(zone)’을 가려주어 크롭탑에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낮춰준다. 밑가슴에서 골반 사이, 가장 들어간 곳이 허리인데 가랑이에서 바지 윗단까지가 보통의 바지들보다 높은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엉덩이가 크거나 배가 많이 나와 나는 안될꺼야, 라고 생각하신다면 바지 앞에 핀턱 주름이 잡히거나 뒷부분이 밴딩으로 된 제품을 선택하시길. 이 1인치의 여유공간이 개성강한 Y존과 엉덩이의 숨통을 틔워 줘 다시는 벗고 싶지 않을 만큼 편안한 핏을 제공한다.

어디서 사나?

로드샵에도 귀엽고 저렴한 제품이 많지만, 66사이즈만 돼도 옷 사기 한 없이 불친절한 세상에서는 비교적 사이즈가 크게 나오는 hm이나 zara와 같은 SPA 브랜드를 눈여겨 보시길. 남들은 안입는 유니크한 제품을 원한다면 플러스 사이즈 전문 해외브랜드에서 직구를 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 단, 교환/반품이 쉽지 않으니 주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배가 나와서 못입겠다.

66100 쇼룸에 방문착장을 오면 손님의 사이즈를 재 드리는데, 본인이 배가 나왔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이 사람들이 배가 나온 게 아니라 배를 내밀고 목을 앞으로 빼고 서있다. 배를 내밀고 배가 나왔다고 하시면 배를 내미셔서 나온거라고 밖에는…(엉엉)

속는 셈 치고 따라해보자.

발을 11자로 하고, 상반신과 머리가 흔들리지 않게 텐션을 유지한다.
이 상태에서 명치를 쭉 피며 골반과 엉덩이를 뺀다.

이렇게 자세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배가 납작해진다. 이게 올바른 자세다. 트월킹을 연상하시면 이해가 빠를 듯. 특히 남미 쪽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을 보면 굉장히 풍만한 체형임에도 배가 평평한 걸 알 수 있는데 그 비밀은 별 대단한 게 아니라 자세의 차이다. 올 여름 크롭탑을 입기 위해서라도 조금만 자세에 신경을 쓴다면 3개월 등록하면 할인 해 준다고 해서 등록해놓고 10번도 채 못가는 헬스클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혼자는 무서워서…

내가 이럴 줄 알고 당신의 이런 핑계의 싹을 잘라버릴 크롭탑 레이드를 결성했다.

걱정말고 일단 나오시라. 7월에 1차 레이드를 예정에 두고 있고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거창한 건 없고 월1회 정도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크롭탑 쇼핑을 하거나 같이 크롭탑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드럭스토어 아이쇼핑 하는 건전하고 유익한 모임이다. (I WANT YOU!)

신청자격은1. 임산부 아닌데 양보받아봤다, 2. 가족 포함 랜덤1인 이상에게 ‘어휴 저 배…’하는 눈빛을 받아봤다, 3. 그냥 모르겠고 나도 하고 싶다 위 세 조건을 충족하시는 분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입을 받고 있으니 트위터 @plusbban 으로 메시지 주시면 된다.

 혼자라면 겸연쩍고 머쓱했겠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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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양의 대체 불가능한 '대체 이런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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