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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열일곱번째 주, 뮤지컬 속 여성 : 앤 보니, 메리 리드

이응

뮤지컬 <해적> 초연 2019년 3월10일~5월19일,  드림아트센터 2관 대본/가사 이희준 작곡 박정아 연출 김운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많은 도적들 가운데 유난히 해적들은 파도처럼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면이 있다. 검은 해골 깃발을 올리고 짙푸른 파도 위를 달리는 그들은 거칠면서도 부드럽고, 잔인하고 난폭하지만 의리 있고, 보물 앞에서는 피가 강처럼 흘러도 눈썹 한 올 까딱하지 않을 사람들처럼 보인다다.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해적들은 수많은 문학 작품으로, 무대로, 영화로 만들어져 왔다. 헐리우드에서는 <델마와 루이스>로 유명한 지나 데이비스가 캐리비안의 여자 해적선장 역을 맡았던 영화 <컷스로트 아일랜드(Cutthroat Island, 1995)>가 기네스에 오를 정도로...

도쿄 23구 표류기 3. 다이토 구, 우에노

몰래

다이토 구, 우에노 (台東区、上野) 한 달 반 만에 이국땅에서 집도 절도 소속도 없는 완벽한 백수가 된 몰래!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알바 구하기 어학원에서 오후 반(13시~17시)을 배정받은 이상, 처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시간대는 오전에서 정오까지 혹은 18시에서 23시까지. 즉 9 to 6 사무실 아르바이트, 또는 심야에 운영하는 술집이나 바는 애초에 후보에도 못 올라간다. 무조건 카페, 아니면 음식점이다. 만일 오전 알바를 뛸 경우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가게(옷에 배면 다른 학생들에게 민폐이기도 하지만, 일단 내가 싫다). 교통비를 아끼려면 자전거로...

미즈킴의 듣는 영화 4. 레이디 싱스 더 블루스

미즈킴

<레이디 싱스 더 블루스(Lady Sings the Blues, 1972)> Southern trees bear a strange fruit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Black bodies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려 있네 잎에도 피 뿌리에도 피 검은 시신들이 남부의 산들바람에 흔들리네 이상한 열매가 포플라 나무에 매달려 있네 1930년대, 인종 차별은 미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였다. 특히 남부지역에서는 백인...

운동으로 답하다 1. 비건의 근육 만들기 (1) 단백질 보충제

Holly

편집자 주 : 이렇게 운동을 하면 맞는 걸까? 어떤 영양제가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까? 근손실이 뭐지? 생리 기간이 다가오면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 운동을 한다면 한 번쯤 던져봤을 질문들. 여성 전용 피트니스 공간 ‘TIMBER’ 소속 구현경 트레이너가 이처럼 운동하는 여성으로서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지만 좀처럼 답변을 얻기 어려웠던 정보들을 해설한다. 피가 되고 근육이 되는 생생한 운동과 영양의 세계를 함께 탐구해보자. 비건의 근육 만들기  채식은 라이프스타일을 넘어 저항운동이며 인간이 자연과 연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채식이 주류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제 고객 중에도 완전채식(비건) 식사를 하시는 분이 계시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운동과 영양을 두 기둥으로 삼아 회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퍼스널 트레이너들에게도 채식 스펙트럼과 영양은 반드시 이해하고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채식주의자의 근육량 증대를 위한 영양 및 운동 조언은 풍부한 반면, 상대적으로 식물 기반의 식사를 하시는 분들의 바디빌딩을 위한 정제된 국문 정보는 부족해 보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정보는 “1주 비건 식단 예시”와 같이 주로 어떤 식품을, 얼마나, 언제 먹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하루 3-5끼를 준비하는 일(Meal Prep)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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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언박싱 2. 이영지가 이영지했다

이자연

언프리티고 프리티고 TV 속이 알탕 천지라는 말에 억울함을 표현하는 남성들을 종종 마주치곤 한다. 뛰어난 사람이 그 뿐이라서 그런 걸 어떡하냐, 누구누구도 나오는데 무슨 여자가 안 나오냐, 그리고 최근엔 이영자가 대상을 받았잖냐, 까지. 하지만 이 ‘알탕’이라는 말은 단순히 양적인 면을 넘어서 질적인 면까지 지배하고 있다. 이를 테면 부엌을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기던 풍토는 셰프의 등장과 동시에 온데간데 사라지고, 오직 요리하는 남성의 모습만을 조명했다. 그뿐인가. 낙태죄 폐지 위헌 여부를 발표하던 날에는 YTN에서 남자 셋이 두런두런 모여 낙태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방송하기도 했다. 어쩐지 여성이 주체인 이야기에 전문성을 덧칠...

떼아모 쿠바 12. 쿠바의 날씨

나오미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라는 노래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생각하는 하늘색은 푸른색이다. 아니 푸른색이었다. 요즘 같으면 '회색'을 '하늘색'으로 정정해야 할 듯하다. 유난히 호흡기가 취약하게 태어난 나는 올 가을, 겨울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정말 고생했다. 집 안에만 갇혀 지낼 수 없으니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했지만, 귀가 후엔 어김없이 비염이 도졌다. 곱게 화장이 잘 먹은 날도 마무리는 마스크였다. 나오미, 한국 체류 버전 초미세먼지로 뒤덮인 한국의 하늘이 쿠바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매일 돼지고기를 굽고 등푸른 생선을 바싹 튀겨도 파랗기만 한 쿠바의 하늘이 너무 그리웠...

2019년 열여섯번째 주, 뮤지컬 속 여성 : 1976 할란카운티의 여성들

이응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초연 2019년 1월11일~1월27일,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부산 재연 2019년 4월2일~5월5일,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서울 대본/연출 유병은 작곡 강진명 안무 홍유선 무대디자인 서숙진 바바라 코플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할란카운티, USA(Harlan County, USA, 1977)>는 매우 놀라운 작품이다. 이 다큐에는 바바라 코플 감독의 목소리가 거의 담겨있지 않다. 어쩌다가 질문을 던질 때 아주 조금 들려올 뿐이다. 바바라 코플 감독과 그의 크루들은 필름에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미국의 스타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의 작품들을 생각하면 완전히 대조적이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그의 독무대다. 하지만 이 필름에서 바바라 코플은 자신의 목소리를 죽인다. 대신 파업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거칠게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늘 말하는 것은...

블록버스터 움 5. 마담B

느티

편집자 주 :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흥행에 크게 성공한 대작 영화를 '블록버스터'라 부른다. <핀치> 사전의 '블록버스터'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막대한 제작비는 들이지 않았을지라도, 흥행에 크게 성공한 적은 없을지라도,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의 숨겨진 대작 영화를 소개한다. '움'은 <이갈리아의 딸들>에 나오는 여성 및 일반 사람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다(남성은 맨움이라고 부른다). 언젠가 움의 영화가 블록버스터를 지배하는 그 날까지.   <마담B(Mrs.B. A North Korean Woman)>, 2018, 윤재호 감독, 다큐멘터리 여기, 이름을 말하지 않는 한 여성이 있다. 미간을 찌푸린 채로 좀처럼 웃음을 보여주지 않는 얼굴이다. 돌처럼 굳은 그 얼굴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쉽사리 어떤 표정이라 단정할 수 없는 그 복잡한 얼굴은 그의 삶이 응축된 결정 같았다. 마담 B. 그는 2003년 탈북했고, 2014년에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그이와 같은 사람을 ‘탈북자’ 혹은 ‘새터민’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통일부가 사용하는 공식문서에서는 법률용어인 ‘북한이탈주민’을 쓴다. 이러한 단어들이 마담B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그가 한때...

4월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의 날

조아현

4월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심판 결과를 '헌법불합치'로 발표했다. 발표가 시작되기 한참 전인 오전 9시부터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에서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발언과 집회를 이어갔다. 낙태죄를 옹호하는 보수 기독교 세력 역시 맞불집회를 했고, 안전 유지를 위해 경찰들도 투입되어 현장은 북적였다. 그리고, 헌법불합치 선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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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카페대담 3. 타이거에스프레소

YSYS

<타이거에스프레소> 주소 :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6길 37 메뉴 : 아메리카노 4500원, 카페라떼 5000원, 플랫화이트 5000원, 아인슈페너 6000원, 두유프레소 5500원 (테이크아웃 –1000원) 영업시간 : 10시 ~ 22시, 화요일 휴무. 방문 이유 : 주말의 시작으로 카페인 듬뿍 찐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내가 타이거에스프레소를 처음 갔을 때에는 한창 경리단길이 유행을 탔을 시기였다. 깔끔한 외관에 코발트블루의 라마르조꼬 머신이 눈길을 사로잡아 가던 길을 멈추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한창 카페 아르바이트에 빠져 있을 때였는데 내 또래의 알바생이 아닌 중년의 여성 사장님이 혼자 매장에 계시는 모습이 꽤 신선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사장님이 얼마나 멋있어 보이던지.  처음 타이거에스프레소를 갔을 때의 의 경리단길은 상점 내부도 길거리도 사람들로 인산인해였지만, 오랜만에 방문한 경리단길은 곳곳에 빈 상점들도 꽤 보였다. 자영업을 꿈꾸는 나로서는 발길이 끊긴 경리단길의 모습이 너무 씁쓸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들어간 타이거에스프레소엔 사장님이 우리를 기억한다며 다정하게 반겨주셨다. 요즘 언니Y의 카페 리스트에 오른 가게들 중 몇 군데가 사라졌다는 대화와 조용한 경리단길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혹시 타이거도..?’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 내 불안이 쓸 데 없는 것이라 말해 주는 듯, 손님들은 연이어 카페에 들렸다....

도쿄 23구 표류기 2. 아라카와 구, 니시닛뽀리

몰래

어학원에 들어온지 3일째. 입학식과 함께 바로 반 배정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우선 응시자 본인이 ‘초~중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중~고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서 각자 다른 층에서 시험을 본다. 시험은 어휘와 작문으로 이루어지며, 다 치르고 나면 희망하는 시간대(오전 또는 오후)를 골라서 제출하면 끝이다. 나는 10년도 더 전에 일본어능력시험 2급을 땄던 사람이라 ‘지금쯤이면 다 까먹었겠군’이라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초중급 단계에 응시했다. 그런데 마지막 작문시험 문제에서 턱 걸리고 말았다. ‘본인이 일본에 온 이유는? 향후의 일본어 공부 계획은 어떻게 될 것인가?’ '워킹홀리데이를 하러 왔다'는 말 한 마디 말고 뭘...

언니, 우리 이민갈까? 1. 왜 하필 뉴질랜드

유의미

학창시절 달리기 경주를 잘 못했다. 혼자 달리는 백미터 달리기는 잘해서 대표 선수로 뽑혀놓고도, 여럿이 경주만 하면 몸싸움에서 져서 자꾸만 뒤쳐졌다. 여러 명이 같이 출발하면 초반에 다른 선수들을 몸으로 밀어내며 뚫고 나가야 격차를 벌릴 수 있는데, 나도 모르게 항상 다른 선수들에게 양보해버렸다. 숨도 못쉬게 사람으로 꽉 찬 퇴근 시간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서 갑자기 그 달리기가 생각났다. 한국에서는 늘 악착같이 살아야 했다. 지하철에서도 모질게 사람들을 밀치고 내려야 했고, 회사에서도 끈덕지게 일해야 했다. 야근에 회식이 이어져도 내 컨디션과 집안 꼴을 외면한 채 기를 쓰고 출근해야 했고, 농담이랍시고 성희롱을 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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