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내게 ‘좀 봐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나는 산부인과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누웠고 그는 “확실히 왼쪽이 좀 더 크네요”라고 말했다. 내심 이 정도면 수술을 안 해도 된다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그의 입을 통해서 내 비대칭을 다시 한 번 확인 받는 것이 썩 기분 좋진 않았다.
소음순 성형수술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나는 샤워를 하면서 자주 내 성기를 들여다봤고, 왼쪽 소음순이 오른쪽보다 조금 크다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
약간 늘어진 모양 역시 별로였다. 그동안 봤던 포르노에 나온 다른 여자들의 그곳은 분명 나와 다른 모양이었으니까. 게다가 여성 성기 각 부분의 명칭을 알려주는 그림 속에서도 소음순은 항상 내 것보다 더 작았고,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비정상이다. 못생겼다.
누군가 네 것은 어떻게 생겼냐고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다시 진찰실로 돌아온 의사는 다짜고짜 아주 잘 왔다며 수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소음순 수술 자체에 대한 설명은 아니었다. 다른 곳에선 소음순의 끝도 다 잘라내지만, 자신의 병원은 중간만 절개 해서 이어 붙이는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이 다였다. “자연스럽고, 흉터 자체가 거의 안 남아요. 우리가 했어도 우리가 한지 모를 정도로.” 그는 이렇게 덧붙이기까지 했다. 마치 성형외과에서 미용 목적의 쌍꺼풀 수술을 설명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의사는 이런 수술을 왜 해야 하는지, 수술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소음순 수술은 평균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수술 후 눈에 띄는 흉터가 남거나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변형되고, 성관계 시 과도한 통증을 겪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당장 검색만 해도 나오는 정보인데 말이다. 또한 의사는 내게 소음순의 모양 때문에 평소 생활이나 위생 관리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는지도 물어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소음순 성형이 그들에게 오직 ‘미용 목적’의 수술로만 받아 들여지고 있음을 깨달은 것은 그 즈음이었다. ‘수술을 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거냐’는 나의 물음에 의사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순간 이를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구글에 무언가를 검색한 뒤 ‘여성 성기 그림’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요런 모양이 되는거죠. 요런 예쁜 모양이”
그리고는 일반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하라고 유혹할 때처럼 ‘정말 간단한 수술이고, 회복도 빠르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오늘 (수술을) 하고 나면 내일 되면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 없어요” 다른 신체 부위보다 예민한 생식기를 건드리는 수술이라는 사실은 그의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그는 심지어 당장 수술할 것을 유도하기까지 했다. 수술 바로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한 의사가 갑자기 내게 ‘내일은 출근 하느냐’고 물은 것이다. 출근한다고 답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토요일은? (안하죠.) 그럼 오늘 하셔도 되고, 내일 하셔도 되고.” 당장 한 두 시간 굶은 후 집에 가기 전 수술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내게 고민할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며 나가는 내 등 뒤에 대고 그는 외쳐댔다. “일곱시 반까지만 오셔도 수술은 가능해요.”
진료실을 나오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물론 성형을 고민한 것은 맞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주겠다’는 의사의 말은 소름이 끼치기까지 했다. 어서 병원을 나오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내 내 팔을 잡아 끄는 상담실장에게 붙잡혀 다른 방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는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으며 말했다. “행사 기간이어서 훨씬 싸게 수술 비용 부른 거에요. 수납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현금으로 하면 부가세가 안 붙어서 더 싸게 할 수 있는데.” 나는 ‘산부인과’ 회복 1실 침대에 앉아 그런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게 무서웠다.
절정은 그 다음이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명기가 어쩌고 저쩌고 말하잖아요. 그게 소음순도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상관이 생각보다 있거든요.”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가 요상한 콧소리를 내며 ‘퐌타스틱한 생활’을 언급하는 동안 이곳을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있는 모두가 내게 소음순 성형을 시키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언제로 스케쥴을 잡아드릴까요?” 그는 차트를 들어 올리고는 당장이라도 수술 예약을 잡을 듯 눈을 반짝였다. 나는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중얼거리고는 황급히 진료비를 계산한 후 ‘산부인과’를 뛰쳐나왔다.
적어도 그들이 내 소음순의 모양이 잦은 질염을 유발하는 원인이고, 그래서 위생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수술을 권했으면 이 정도로 기분이 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분명히 예쁘게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예쁜’ 소음순은 이제 한국에서 아름다운 여성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당장 인터넷에 ‘소음순 수술’만 검색해 보아도 어떤 모양의 소음순이 ‘정상적’이고 ‘이상적’인지를 떡하니 적어 놓은 게시물이 넘쳐 난다. 한국 여성은 이상적인 얼굴과 몸매 만으로는 모자라 이제 이상적인 성기 모양까지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 강요는 더 이상 은밀하지 않다. 소음순 성형 광고를 가장 자주 접한 곳은 음지 사이트나 성인 사이트가 아닌, 대학교 화장실의 벽면이었다. 광고지에는 파스텔톤의 예쁜 폰트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대학생 특별 할인.”
내가 과연 남성 성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성기 모양 성형’을 고민했을까? (음경 확대 수술은 다르다. 여성의 경우도 질 축소 수술, 일명 ‘이쁜이 수술’이란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내 성기를 의사에게 보여줬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까?
“왼쪽으로 휘었네요.”
“중간 부분이 너무 두껍군요.”
“귀두를 이런 이상적인 모양으로 예쁘게 만들어드릴게요.”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나온 후 소음순을 성형해야겠단 생각은 그만뒀다. 사실 애초부터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모양의 여성 성기가 있고, 거기엔 ‘비정상’ 따위도 없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들으면서 컸다면 또 훨씬 좋았을 테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사실을 말해주거나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여성은 또 다시 자신의 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학대하게 된다. 자신의 못생긴 소음순을 싫어하고, 의사에게 내 성기 모양이 이상적인지 검사 받고, 또, ‘산부인과’에서 미용 목적의 성기 성형수술을 받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