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곳에 있었으나 그 존재가 삭제되어 온 곳. 내 몸의 일부지만 나조차도 잘 몰랐던 곳. 그래서 병에 걸려도, 걸린 줄 모르고 지나쳤던 곳. 바로 ‘보지’ 다. 몸이 괜히 으슬으슬하거나, 머리가 띵 하면 우리는 감기에 걸릴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또, 감기에 걸렸다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그저 며칠 푹 쉬거나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는 등, 그에 맞는 대응을 할 뿐이다. 그러나 여성 질환의 경우엔 다르다.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한 채 쉬쉬하고 지나가거나, 혹은 정말 자신이 여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를 때도 있다. 감기만큼 흔하게 찾아오는 것이 여성 생식기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처음 사후 피임약을 복용한 것은 스물 한살 때의 일이다. "콘돔 빼고 몇 번 왔다갔다 하기만 하면 안 돼?"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을 했던 당시의 남자친구는 나의 첫 성관계 상대였고, 나는 그가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콘돔 없이 삽입했고 얼마 안 있어 덜컥 겁이 난 나는 얼른 빼라고 말했다. 어디선가 쿠퍼액으로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친구는 정말 몇 번 왔다갔다 하기만 했기 때문에 임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설득했지만 나의 불안함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결국 다음 날 아침, 산부인과로 향했다. 마치 벌을 주듯이 남자친구도 끌고 다...
‘그것’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또래 친구들에게 오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혹은 늦게 찾아올 수도 있고, 공공장소에 있을 때 와서는 창피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처음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우리는 배우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남우세스러운 것이고, 숨겨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의 이름은 생리다. 대부분의 여성이 몇십 년을 겪으며 살아가지만, 누구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가정에서는 쉬쉬하고, 학교에서는 ‘자궁 내막이 떨어져 나오는 것’으로 가르치니, 실제로 첫 생리를 마주한 여성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 지 몰라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첫 생리에 대한 웃픈...
의사는 내게 ‘좀 봐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나는 산부인과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누웠고 그는 “확실히 왼쪽이 좀 더 크네요”라고 말했다. 내심 이 정도면 수술을 안 해도 된다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그의 입을 통해서 내 비대칭을 다시 한 번 확인 받는 것이 썩 기분 좋진 않았다. 소음순 성형수술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나는 샤워를 하면서 자주 내 성기를 들여다봤고, 왼쪽 소음순이 오른쪽보다 조금 크다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 약간 늘어진 모양 역시 별로였다. 그동안 봤던 포르노에 나온 다른 여자들의 그곳은 분명 나와 다른 모양이었으니까. 게다가 여성 성기 각 부분의 명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