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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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

이그리트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하우스 오브 카드> 

회차 정보: 시즌 6개, 에피소드 총 73개 

러닝타임: 각 편당 55분 이상

추천합니까?: 시즌 5 이후로는 그닥.

 

넷플릭스가 #미투에 연루된 케빈 스페이시를 <하우스 오브 카드>(아래 <하오카>) 시즌 6(에서부터 전격 하차시킨다고 발표했을 때, 나는 그들의 빠른 대처를 환영했고, 동시에 로빈 라이트(클레어 언더우드를 맡은)가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에 설렜다. 캘린더에 어떤 일정이든 표시해 두기를 즐기는 인간은 아니지만, 마음 속에 <하오카> 시즌 6의 공개일 정도는 북마크해 둘 수 있었다. 11월 1일. 정작 새로운 시즌이 공개되었을 때, 이전 시즌들의 내용이 도저히 기억나지 않아 시즌 1부터 다시 시작하느라 시즌 6을 보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일이었지만.

여자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맞붙었을 때만 해도 (당연히) 현실에서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미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은 결국 물거품이 되었지만, <하오카>의 세계에서는 미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등장한다. 그것만으로도 <하오카> 시즌 6를 눈여겨 볼 가치는 있다. 자유 세계의 리더 자리에 누가 '감히' 여성을 올려놓는단 말인가? 지금까지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본 적이 없는 설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주인공인 서사든, 단순히 3초쯤 스쳐지나가는 조연인 서사든 대통령은 항상 '그'였으니까.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 티저 이미지.

그래서 티저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미지만으로 <하오카> 시즌 6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으니까. <하오카> 시즌 5 마지막, 클레어 언더우드의 대사와 같다. "It's my turn." <하오카> 시즌 6는 기대했던 것 만큼의 수작은 아니지만, 여러 모로 골치아픈 질문거리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 여기서부터 <하오카> 시즌 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여자 대통령의 의미

흔히 말하는 예고편이 다라는 영화는 해마다 존재한다. 화려해서 눈을 뗄 수 없는 1분 30초 가량의 트레일러를 보고는 심장이 두근대 영화를 예매했는데, 두 시간 동안 1분 30초가 사혼의 조각처럼 나뉜 순간순간을 찾아 헤매게 되는 종류의 영화들. <하오카> 시즌 6은 그런 낚시의 드라마 버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여성 대통령에, 전원이 여성인 내각이다. 트레일러엔 군침 도는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심지어 시즌 6에서 클레어와 대립하는 메인 조연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여성이다. 하지만 여덟 편의 에피소드에 걸쳐, <하오카> 시즌 6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왜 여성이어야 하는지,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남은 것은 정치적 수단과 프로파간다로 활용되는 여성성 뿐.

클레어 헤일(그렇다, 프랜시스 언더우드의 사후 클레어는 자신의 원래 성을 사용한다)은 프랜시스 언더우드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대통령 자리를 승계한다. 언더우드 부부를 백악관에 재입성시킨 투표가 부정투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대통령으로서 가지는 권위는 당연히 약화될 수 밖에 없었다. 남편 없이 홀로 선 클레어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편하게 조종하려 드는 인물들이 시즌 6에서 대거 쏟아져 나온다. 시즌 5 막바지에 노선 갈아타기에 성공해 공석인 부통령 자리를 낚아챈 마크 어셔, 사업에 유리하게 정국을 형성하려는 재벌 가문 셰퍼드 가 사람들, 국제 로비스트 제인 데이비스, 심지어 프랜시스 언더우드의 충복이었던 더글라스 스탬퍼까지 모두가 클레어 헤일이 어떻게 움직이길 바라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있다. 그들은 때로는 그것이 모두 당신을 위한 일이라며, 때로는 당신이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며, 때로는 협조하지 않으면 더러운 비밀을 들추겠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이를 움직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클레어 헤일은 이들 중 누구의 말도 듣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겠다는 여성 대통령은 국익에 끔찍하리만치 위험한 존재로 매도당한다. 클레어는 파병식에서 만난 신병의 '우릴 모두 살릴 계획이 있기는 한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내가 남성이었다면 당신이 그런 질문을 했을까요?" 클레어의 이 질문은 <하오카> 시즌 6를 관통하는 최대의 주제이자 최대의 난점이다. 그가 남성 대통령이었다면 겪지 않았을 수많은 의심과 협박, 위협을 당한 것은 자명하다.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고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원인은 사람들이 클레어 헤일에게서 '여성'으로서의 순종과 복종, 체념, 타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클레어 헤일이 바로 그 여성성을 무기로 삼아 정국을 주도하려 할 때, 여성성은 그 주체에 의해 특질을 넘어 도구로 전락한다. <하오카> 시즌 6는 여성성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여성성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 여성성은 사용될 뿐, 그것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위치에 놓인 이유가 없다. 

하우스 오브 카드

여자 대통령의 의미는 뭘까. 또, 전원이 여성인 내각의 의미는 뭘까. 그것이 정치적 지형에 끼치는 영향과 맥락을 짚기 위해서는 그 대통령과 그 내각이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 바로 정치 말이다. 다스리는 것. 하지만 클레어 헤일과 그 내각의 행정력은 <하오카>에서 묘사된 것 중 최악으로 치닫는다. 모든 정치적 논점과 의제가 대통령의 임신 이슈와 여성 이니셔티브 선언에 휘말려들어 그 중요도를 잃었기 때문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 전원 여성 내각이 등장하는 장면.

언더우드 부부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한 과정을 따라가는 <하오카> 시즌 4까지 주인공, 즉 프랭크 언더우드와 클레어 언더우드는 1보 후퇴 후 2보 전진과 같은 느낌으로 꾸역꾸역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간다. 어쩌면 <하오카> 스토리의 부침과 방향성의 실종은 두 주인공이 가장 잘 하는 일에서 해보지 않은 일의 영역으로 들어서면서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가장 잘 하는 일 - 권모술수와 계략 - 에서 해보지 않은 일 - 지배 - 로 미션이 전환되는 순간부터 그들 앞은 오로지 내리막길 뿐이다. 그리고 그 내리막길을 걷기 싫은 부부는 최후의 저항으로 공포를 통한 지배를 택했다. 클레어 헤일은 공포를 통한 지배에서 국민의 사랑을 얻는 지배로 새로운 길을 터내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모성을 택한다. 결국 이것은 지배와 지배하는 자의 고충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여성성(그의 우는 연기가 고스란히 찍힌 사진을 보라) / 모성(부른 배를 숨기지 않고 순방 일정을 소화하며 내거는 연설문의 요지는 "내가 미국의 어머니"라는 것이다)은 위태로운 과거에 곧 무너질 듯 흔들리기 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능한다. 성찰은 없다. 생존만이 있을 뿐. 

너무 열린 결말

시즌 6이 <하오카>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것이 발표되었을 때, 나는 이렇게 방대하고 산만해진 스토리가 어떤 끝을 맺을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역시나 그 끝은 지지부진하고 물음표 투성이였다. 마치 배우들이 무대에 내려가기 전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이 클레어와 프랭크에 관련된 인물들은 이 시즌에서 하염없이 죽어나간다. 이즘 되면 시즌 4부터 시작된 일종의 트렌드같다. 클레어는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가. 그가 이룬 정치적 공로는 무엇인가. 그는 어떤 인물로 기억될 것인가. 그는 살아남을 것인가. 그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은 채 <하오카>의 막은 내려갔다. 시즌 동안 진행된 내러티브로 유추해 보았을 때, 클레어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 상식적으로 예상해 볼 순 있다. 하지만 <하오카>를 보는 재미는 바로 그 상식을 비틀고 뒤엎는 권력의 영악함과 생존력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나는 애매하고 쓰다 만 것 같은 꼴이 난 마지막 에피소드를 본 후에도 한참을 질문하게 됐다. "클레어 헤일은 어떻게 했을까?" 주어진 결말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도리어 곱씹게 되는 질문이다. 

그렇다. <하오카>는 결국 시청자에게 어떤 식으로도 만족스러움을 제공하진 않는 드라마다. 정의는 승리하지 못하고 번번이 꺾이며, 권모술수는 성공하고 민심은 권력에 놀아난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큰 주제가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면, <하오카> 시즌 6는 막판에 주인공을 클레어 헤일로 내세우며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 가능성을 열려 했으나 이미 누적된 떡밥과 쏟아지듯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에 짓눌려 별다른 특이점을 만들지 못했다. 서사의 참신함 면에서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것은 단 하나, 상상만으로 배부른 여성 대통령과 전원 여성 내각의 비주얼이 어떤지 실제로 엿볼 수 있는 순간을 제공했다는 것 뿐이다. 

그래서 <하오카>의 종영 소식은 아쉽다.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 및 제작자로 참여하며 드라마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하오카>의 시청자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지만, 그를 제외하고서라도 이 드라마는 훌륭한 완성도를 입증했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 퇴장은 멋진 퇴장이 아닌 씁쓸한 퇴장이다. 다음에 어떤 콘텐츠에서라도 (혹은 바라건대, 실제 정치에서도) 여성 대통령을 보게 된다면 <하오카>가 시도한 것보다 더 깊이있는 서사가 필요할 것이다. <하오카> 시즌 6는 그 첫단추로,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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