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넷플릭스: 빅 드림:꿈의 정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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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넷플릭스: 빅 드림:꿈의 정원 프로젝트

신한슬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메이크오버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나름대로 역사가 있는 장르다.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던 주인공이 전문가의 손길로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탈바꿈하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메인이다. 도저히 같은 장소 또는 대상이라 믿을 수 없는 ‘비포어’와 ‘애프터’ 화면이 점프컷으로 이어지면 시청자는 감탄한다. 한국에서 방영한 추억의 <러브하우스>나 최근 논란을 일으킨 <골목식당>도 이런 메이크오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일하면
도와줄게

넷플릭스의 수많은 메이크오버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 <빅 드림: 꿈의 정원 프로젝트>는 독특하다. 전통적인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일반인 주인공’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송사측이 전문가를 데려다가 집이며 옷장을 뜯어 고쳐준다. <러브하우스>나 넷플릭스 <퀴어 아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빅 드림: 꿈의 정원 프로젝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주인공이 꿈꾸는 원대한 정원을 갖기 위해서는 주인공 스스로가 돈도 들이고 땀흘려 일도 해야 한다. 전문가는? 그저 적절한 조언을 제공할 뿐이다. 그리고 몇 달에 한 번씩은 직접 도움을 제공한다. ‘전문가 찬스’ 같은 것이다. 심지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린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엔 이 전문가가 나타나 계획대로 꿈의 정원을 만들었는지 ‘평가’를 한다! 자신들이 돈 들이고 피땀 흘려 일해 놓고 존경하는 전문가의 ‘판결(verdict, 이 프로그램에 매번 등장하는 단어다)’을 기다린다니. 선정된 주인공이 마냥 부럽지만은 않은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다.

<빅 드림: 꿈의 정원 프로젝트>는 여러 모로 <골목식당>을 떠올리게 한다. 원대한 이상은 있으나, 거기에 닿을 방법도 모르고 전문성도 요령도 없는 아마추어들. 혜성처럼 나타난 전문가가 이들을 이끌어준다. 물론 전문가는 중요한 원칙을 알려주고 한두번의 도움을 제공할 뿐, 실제로 변화를 만드는 건 아마추어 주인공 자기 자신이다.

정원 전문가 몬티 돈은 ‘영국이 가장 사랑하는 정원사(British favourite gardener)’라고 프로그램에서 거듭 호명된다. 실제로 그가 방문하는 곳마다 마치 연예인이 나타난 것처럼 사람들이 환영하고 긴장한다. “몬티 돈이 우리 정원을 보러 온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마치 가정집 부엌에 백종원이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몬티 돈의 경력은 어딘가 백종원과 유사하다. 그는 가드닝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오직 정원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독학을 한 정원사다. BBC에서 ‘Gardener’s World’라는 방송 진행자로 인기를 얻었고 전세계 다양한 정원 스타일에 대한 책을 썼다. 유기농 비료를 쉽게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를 짚어주며, 당신의 정원은 당신의 마음에 들면 완벽한 거라고 자상하게 말해준다.

일러스트 이민

가차없는 멘토,
통통 튀는 멘티

하지만 <빅 드림: 꿈의 정원 프로젝트>에서 그는 언제나 자상한 멘토는 아니다. 계획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그는 ‘팩트’를 아낌없이 휘두른다. 너무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하고 싶어 한다거나, 축적을 반영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거나,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예를 들어 지중해성 기후에서 자라는 허브와 시원한 그늘에서 자라는 허브를 같이 심고 싶다든지)이 있다면 가차없이 지적한다. 물론 도움이 필요할 땐 인간 불도저처럼 땅을 엎고 풀을 뽑고 나뭇가지를 쳐내며 활약한다.

‘꼴통’ 같은 멘티도 꼭 있다. 마치 <골목식당>처럼. 돈 주고도 못 살 천금 같은 전문가의 조언을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어쨌든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 사람들. 보는 사람은 ‘저, 저거!’ 하고 한숨을 푹푹 쉬게 되지만, <빅 드림: 꿈의 정원 프로젝트>는 <골목식당>만큼 속이 답답하진 않다. 왜냐하면 꿈의 정원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결국 주인공 스스로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몬티 돈은 대부분의 정원은 매우 사적인 장소라고 믿는다. 어느 정도 사실이다(물론 커뮤니티 정원이나 공동 텃밭 같은 예외도 있다). 결국 사적인 장소를 망친다고 한들, 누구의 손해도 아니지 않은가? 본인들이 만족한다면 실패는 아니다. 전문가의 눈에 어떻게 보이든, 시청자의 눈에 어떻게 보이든. 대중에게 돈을 받고 판매할 음식과 서비스를 만드는 <골목식당>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자기 앞마당의 변화는 눈부시다. 하지만 그것만 나온다면 결국 남의 집 이야기. <빅 드림: 꿈의 정원 프로젝트>의 또 다른 매력은 영국 유수의 정원이 잠깐씩 소개된다는 점이다. 중간 중간 몬티 돈이 아마추어 정원사들을 롤모델이 될 만한 장소로 보내는 것이다. 이 부분이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볼 거리다. 100년도 더 된 오래된 정원부터 어느 대학 원예과가 가꾸는 정원, 온갖 작물이 가득한 텃밭, 해변가 정원, 호수 정원, 오로지 꺾을 수 있는 꽃들로만 이뤄진 정원, 1910년 일영박람회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일본식 정원 등등. 나중에 성공적인 메이크오버를 한 조그마한 주인공들의 정원으로 롤모델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들이 구경을 오기도 한다.

나의 부모님은 언제나 정원을 꿈꿨다. 한 쪽에는 텃밭도 있고, 멋진 나무도 몇 그루 있고, 담벼락엔 장미가 우거지고,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는 그런 정원. 부모님은 어느 정도 그 꿈을 이뤘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이 그 꿈에 다가가는 과정을 보았다. 보기에 참 아름답고 푹신한 잔디밭은 관리하려면 매일 아침 풀을 뽑아야 한다는 사실. 조그맣고 귀여운 토마토와 가지가 열리는 텃밭은 엄청난 양의 흙을 나르고 돌을 골라내서 만들었다는 사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자랐고 너무나 게으른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끔찍한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정원을 꿈꾸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꿈의 정원을 들여다보는 일은 참으로 아름답고 즐겁다. 정원이 요구하는 일은 타인에게 맡기고, 오로지 아름다운 결과만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빅 드림: 꿈의 정원 프로젝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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