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넷째주의 넷플릭스: 리얼리티쇼를 몰아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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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넷째주의 넷플릭스: 리얼리티쇼를 몰아본다는 것

이그리트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리얼리티쇼 정키다. 리얼리티 쇼가 얼마나 백해무익한지, 전혀 그렇지 않은 장르와 현실을 재구성하는지 (<쇼미더머니> 이후로 완전히 지형이 바뀌어 버린 한국 힙합 씬을 보라) 알면서도 그 중독적인 맛에 끊임없이 빠져들게 된다. 단 한 명의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라는 형식은 인류가 지구에 발을 딛은 이후로 꾸준히 재생산되어 왔다. 어느 돼지가 가장 잘 자랐는지, 어느 파이가 가장 맛있는지부터도 작은 동네에서 블루 리본을 주며 가리며 각종 신춘문예에서도 누구의 글이 가장 나은지 비교하고 골라내 상을 주는 시대에 방송에서 각종 '최고의 무언가'를 가리는 일은 현대인의 또 다른 일상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리얼리티 쇼는 그 나름의 중독성이 분명히 있다. '쇼'라는 단어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고 생각하며 마주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사람들은 진짜다. 그게 쇼가 제공하는 편집된 맥락에서의 '리얼리티'다. 그것이 100%의 진실이 아님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순간순간 그들이 만들어내는 각본이 (어느 정도는 있지만) 없는 드라마는 꽤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준다. 나는 오늘도 수많은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도한다. 그래서, 몇 종류 없지만 넷플릭스에서 제공되는 리얼리티 쇼 콘텐츠를 거의 다 봤다는 이야기. 이 중 개인적으로 즐겼던 리얼리티 쇼를 꼽아 소개한다. 주말에 별 생각없이 틀어놓으면 한 시즌씩 훌훌 잘 지나간다.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시즌 7 타이틀. LOGO TV 제공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시즌: 2, 3, 4, 5, 6, 7, 8, 9

편당 러닝타임: 40분 내외 

추천합니다: 눈이 즐겁다. 개성 강한 드래그 퀸들. 

주의하십시오: 흔히 한국식으론 '기갈'로 포장되는, 드래그 문화에 내재된 여성혐오적 요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미 넷플릭스 입문자들의 필수 코스가 된 듯한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는 매 시즌마다 재능있는 드래그 퀸들을 전면에 발굴해 왔다. 이 시리즈에 대한 자세한 찬사는 여기에서 확인하자. 그렇다. 나는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를 매우 재밌게 즐겼다.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드래그 문화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물론, 드래그 레이스 전반에서 보이는 여성혐오와 드래그 문화에 내재된 여성혐오적 요소는 개선과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 맞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여성혐오적 요소에 저항하는 드래그 퀸들 역시 등장하며, 어떤 덩어리로서의 드래그 문화가 아닌 개개인의 드래그 퀸이 갖는 서사는 충분히 조명된다. 무엇보다도 재밌다. 

스킨 워: 보디페인팅 챌린지

<스킨 워: 보디페인팅 챌린지>의 타이틀. Game Shoiw Network 제공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시즌: 1, 2, 3 (*스킨 워: 프레시 페인트는 시즌 1) 

편당 러닝타임: 40분 내외

추천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의 몸 위에 펼쳐지는 예술. 3D 캔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시각적 효과. 

주의하십시오: 놀랍지 않은 여성혐오 함유량

 그리고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를 모두 본 뒤, 왜 새 시즌과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올스타>가 들어오지 않는지 분개하고 있다면 자연스레 <스킨 워>로 방향을 틀어도 좋다. 일단 <스킨 워>에서도 루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드래그를 한 모습으로는 등장하지 않지만. <스킨 워>는 드래그만큼이나 한국에서 생소한 전문 보디페인팅의 세계를 다룬다. 

놀랍지 않게도, 이 리얼리티 쇼 역시 어느 정도 여성혐오적인 면을 내재하고 있다. 캔버스로 제공되는 모델들은 모두 깡마른 여성이고 이 여성들의 몸이 '표준'으로 여겨지며, 이들이 아닌 다른 체형과 몸 위에서 보디페인팅을 하는 것은 엄청난 과제로 여겨지는 맥락이 그렇다. 일부 참가자들의 직접적인 여성혐오발언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여자들은 시한폭탄이잖아요!") 오직 여성 모델들만이 니플 커버를 꾸준히 해야 하며, 아주 가끔 등장하는 남성 모델들의 젖꼭지는 역시 가려지지 않는 점도 비롯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안에 탄생하는 예술이란 것은 때로는 정말 원초적인 감탄을 자아내기 마련이라 (흔히 일컫는 '와우 팩터 Wow Facter'가 이 쇼엔 많다) 눈이 즐거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시리즈의 참가자들과 루폴이 등장하는 일종의 스핀오프격 시리즈인 <스킨 워: 프레시 페인트>도 있다. 

대결! 맛있는 패밀리 

<대결! 맛있는 요리>의 타이틀. BBC2 제공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시즌: 1

편당 러닝타임: 60분 내외 

추천합니다: 나오는 요리가 죄다 정말로 맛있게 보인다. 레시피를 중간에 소개해 주니 왠지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도 덤.

주의하십시오: 약간 졸릴 수 있다

<대결! 맛있는 패밀리>는 쇼의 이름이 참 직관적인데, 가족 요리를 놓고 벌이는 경합이기 때문이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즐겁게 봤던 사람이라면 이 요리 리얼리티 쇼 역시 꽤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결! 맛있는 패밀리>의 편당 러닝타임이 다른 리얼리티 쇼보다 조금 긴 이유는 쇼에 등장하는 가족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배경에 대한 인터뷰가 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약간은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예전에 한국 TV에서 종종 보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같은 교양 예능이 떠오르기도 한다. 호스트들 역시 음식 자체에 대해 묻기보단 각각의 개인사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음식이야 참가자들이 가장 자신있다는 가정식이니 조리 과정 자체에서의 평가는 최소화했다.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은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집에 심사위원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구성이 흥미롭다. 다만 앞의 두 리얼리티 쇼와는 달리 굉장히 평화롭기 때문에 자극적인 구성과 '60초 후에 돌아옵니다'에 익숙해진 나와 같은 시청자라면 보다가 좀 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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