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셋째주의 넷플릭스: 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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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셋째주의 넷플릭스: 고담

이그리트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새해가 시작됐을 때 억울한 것이 딱 하나 있었다면 그것이었다. 넷플릭스는 나에게 왜 <고담> 시즌 3이 업데이트 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주지 않았는가? (다른 추천 작품들은 잘만 알려주면서.)

더 긴 얘기를 하기 전에 미리 고해하자면, 나는 배트맨 시리즈 코믹스를 읽은 팬이 아니며 <배트맨>은 모두 크리스토퍼 놀란의 3부작으로 처음 접했다. 그리고 나서 <고담>을 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것은 작년 여름 즈음의 일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각종 범죄형 드라마를 열렬히 시청한 나에게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건낸 추천이었다. <고담>은 배트맨이 태어나고 사는 바로 그 도시, 고담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금발의 열혈 형사여

<고담> 시리즈의 주인공은 제임스 고든이다. <배트맨> 시리즈의 배경이 되기 약 20여년 전을 다루기 때문에 그는 현장 활동이 왕성한 GCPD의 형사로 등장한다. 그의 파트너로는 낡고 지쳤으나 고담 곳곳에 인맥이 풍부한 베테랑 형사 하비 불럭이 배정되고, 이 콤비가 웨인 부부의 살인 사건을 맡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쩌면 영화를 먼저 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항상 침착하고 담대하며 정의로운 제임스 고든 경찰청장을 보다가 <고담>에서 등장하는 제임스 고든을 본다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약간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는 영화에 나오는 제임스 고든보다 훨씬 무모하고, 거칠고, 앞뒤를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그리고 그가 주인공이기에 필연적으로 다뤄지는 그의 내면세계에 대한 일종의 해설 역할을 하는 에피소드들도 (적당히 진부하고) 적당히 재밌다.

명멸하는 여성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처음 보게 한 캐릭터는 주인공인 제임스 고든도, 그의 약혼자로 처음 등장하는 바바라 킨도 아니었다. 나는 <고담> 시즌 1의 포스터에 약간은 철 지난 부분 염색 머리를 하고도 당당한 자태를 뽐내는 피쉬 무니에게 이끌려서 이 드라마를 보게 됐다. 비록 다양한 외형을 지닌 여성들이 고르게 등장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은 분명하나, <고담>에 꽤 '입덕'할 만한 여성 캐릭터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암흑가의 언더보스로 카리스마와 대담한 실행력을 갖춘 피쉬 무니부터 시작해 영화에 잠깐 등장한 것보다 훨씬 비틀린 캐릭터가 된 바바라 킨, 검시관 리 톰킨스와 어린 시절의 캣우먼 셀리나 카일까지. 게다가 시즌 2 후반과 시즌 3에 무게감 있게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상당수가 여성이다. 그들은 때로는 선과 악을 상징하며, 때로는 고담이란 도시가 만들어낸 죄를 투과하는 매개가 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라면 개개인의 서사를 따라갈 만큼 충분한 볼륨을 드라마가 보장한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주인공인 제임스 고든의 (나는 조금 취향에서 벗어나서 이해하지 못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여성들은 연달아 그와 사랑에 빠지고 이 선택이 그들의 인생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기는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조차 그에게 의존적인 선택을 했던 여성들은 없다. 각 캐릭터는 각각의 욕망과 지향점을 분명히 가지고 이를 향해 돌진한다. 그래서 <고담>은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충돌하고 겹치며 명멸한다. 비단 주요 등장인물들 뿐만 아니라 몇몇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데 있어 필연적인 여성 인물들의 서사는 가상의 도시이지만 대부분 잔혹하리만치 현실적이다. 범죄자인 세 오빠들에게 학대당하며 식사를 꾸리고 준비하다가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그들의 범죄에 휘말려 비극을 겪는 것과 같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담>을 정주행하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드라마에 던져지는 떡밥이 너무나 많고 이를 회수하는 빈도도 낮으며 상당한 비현실적 요소가 섞여들어 드라마의 장르를 헷갈리게 하기 때문이다. 각 시즌마다 흘러가는 메인 스토리가 있기는 하나, 그것조차 '어라' 싶은 소결말이 많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고담>을 즐기는 방법은 한 번에 내용이 이어지는 두~세 에피소드씩 감상하는 것. 보다가 드라마의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에 질린다면 잠시 쉬고 와도 좋다. 그런 전개에도 불구하고 자꾸자꾸 생각이 날 테니까. 이는 부족한 개연성과 짜임을 선명한 캐릭터성으로 매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스토리와 캐릭터 모두를 내팽개친 괴상한 드라마들보단 볼만 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고담>

시즌: 총 3개

러닝타임: 각 시즌당 에피소드 20개+a, 에피소드당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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