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째주의 넷플릭스: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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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째주의 넷플릭스: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 3선

이그리트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넷플릭스를 보게 되며 새로 개척한 장르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스탠드업 코미디를 꼽아야 마땅하다. 미드나 영미권 애니메이션에서 유머의 소재 정도로만 간간히 등장하던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것을 나는 넷플릭스의 비디오들을 통해서야 처음 제대로 보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코미디언이 없을 뿐더러 (올해 들어서 유병재가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체 마이크와 사람만 덩그러니 서 있는 쇼가 어떻게 유머러스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선뜻 가지 않던 탓에 자꾸 눈에 밟히는데도 애써 무시하기를 몇 달이었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공포감 비슷한 것도 있었고. 

정확히 말하면 농담이랍시고 발화되는 무례함을 손쉽게 불쾌하다 느끼는 사람이어서 보다가 괜히 기분만 상할까 무서웠던 탓도 있었다 하겠다. 망설이기를 수 차례, 시청하다 끄기를 수 차례 (재미가 없었던 때도 있었고 실제로 그런 무례함을 견디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거듭되는 실패 속 더듬더듬 찾아낸 만족스러운 스탠드업 코미디 세 편을 소개한다.

앨리 웡: 베이비 코브라

넷플릭스 제공

러닝타임: 60분

주제: 결혼, 섹스, 그리고 인종차별 

이쯤에서 처음 터졌다: 가랑이 사이에 백인 남성이 있는 것 만큼 화끈한 건 없죠. 백인 남성의 모든 특권과 타이틀을 내 보지로 흡수하는 기분이거든요. 그리고 남자가 내 가랑이 사이에 있으면 언제든지 그 머리를 내가 으깨버릴 수 있으니까요. (11분 25초)

지금 웃기러 갑니다: 포춘 핌스터

포춘 핌스터. Comedy Central 제공

러닝타임: 28분 (*넷플릭스의 스탠드업 코미디 시리즈 <지금 웃기러 갑니다>의 2편이다.) 

주제: 덩치 큰 레즈비언 여성으로 산다는 것, 다이어트,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이쯤에서 처음 터졌다: 저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얘기드리자면 저는 여자니까, 제발 화장실에서 그만 내쫓아 주십쇼. (1분 16초)

크리스테라 알론소: 유리천장 깨는 여자

넷플릭스 제공

러닝타임: 66분 

주제: 가난한 이민 2세로 산다는 것, 다문화, 인종차별

이쯤에서 처음 터졌다: 무슨 소리 하는 거람. 저는 라티나잖아요. 라티나는 투표 안 해요. '더 보이스'나 '아메리칸 아이돌'이면 몰라도. (2분 24초)

어딘가 '어긋난' 여성

아시안-아메리칸, 덩치 큰 레즈비언, 멕시칸 이민 2세. 앨리 웡, 포춘 핌스터 그리고 크리스텔라 알론소는 미국 사회에서 소수자의 위치에 서 있으면서 느끼는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을 코미디 요소로 훌륭하게 승화시키고 있다. 코미디의 본질인 해학과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는 훌륭한 그들의 농담은 사람들이 함부로 말하기 힘들어 하는 바로 이런 부분을 정확히 짚고 들어가는 것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여성혐오, 임신과 출산에 대한 무지, 레즈비언과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과 폭력, 트럼프, 생리에 대해 모르는 남자들, 몸무게와 운동에 대한 고민까지 이 세 명의 코미디언은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한 번 보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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