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넷플릭스 : 새들과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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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넷플릭스 : 새들과 춤을

신한슬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자연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의외로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장르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차분하고 톤이 일정한 나레이션이 깔리다 보니 졸려서 못 본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피곤한 하루의 마지막 순간, 소파에 누워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스르르 잠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사랑한다. 이토록 다채로운 생명들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지구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인간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창의적인 행동, 화사한 빛깔, 절묘하게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생존 전략. 이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드라마도 없다.

그 중에서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새들과 춤을>은 평소 다큐멘터리가 지루하고 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편견을 깨 줄 만한 명작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열대우림 속에서 구애의 춤을 추는 다양한 새들이다. 어떤 건 정말 인간의 기준에도 ‘춤’으로 보이는 화려한 움직임이고, 어떤 건 기묘하게 박자를 맞춘 움직임이긴 한데 춤이라기엔 좀 그렇다.

일러스트 이민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무용 공연이라기보단 리얼 경쟁 오디션 버라이어티에 가깝다. 번식에 성공하여 자손을 남기려고 애쓰는 새들의 치열한 경쟁! 누군가는 고배를 마시고, 누군가는 성공을 거머쥔다. 신기하게도 오디션 참가자는 모두 수컷이다. 암컷은 언제나 평가하고 선택하는 입장이다.

수컷 새들은 정말 별별 짓을 다 한다. 춤으로 보이는 몸짓을 선보이기 전, 주변에 낙엽 하나, 나뭇가지 하나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하는 걸로 시작해, 동료 수컷들과 합을 맞추거나 연습을 하기도 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기도 한다. 정말 이렇게까지 애써야 암컷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구나! 나의 모친은 나의 부친과 함께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고 한다. “봤지? 저 정도는 해야 돼. 춤 춰봐.”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박장대소하기는 무척 어려운데, <새들과 춤을>을 보다보면 소리 내서 웃게 된다. 그만큼 탄탄하고 재미있게 구성됐다. 영국의 국민 배우 스티븐 프라이가 나레이션을 맡았는데, 코미디를 지향하는 대본과 익살스러운 억양이 잘 맞아 떨어진다.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새들의 세계. 특히 고양이들도 매우 집중해서 본다는 후기가 많으니, 집사라면 한 번쯤 시청해보길 권한다.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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