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민낯: 2. 잡지 한 권 속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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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의 민낯: 2. 잡지 한 권 속의 사람들

김도민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편집장 미란다는 실재할까? 패션 업계를 다룬 드라마 속 등장 인물의 대사처럼 패션 에디터는 ‘엣지 있게’라는 말을 달고 살까? 패션 잡지 한 권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 에디터는 다양한 분야의 ‘패션 피플’을 만난다. 바로 포토그래퍼, 모델, 스타일리스트 등 패션계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들이다. 잡지 한 권의 탄생 속, 패션 에디터는 어떤 과정을 통할까. 그리고 패션 피플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까.

기획 회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획안 작성이다. 기획안은 어떤 기사를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정리한 일종의 보고서. 독자에게 제 계절에 맞는 뉴스를 전해야 하기에 10월 말 즈음에 작성하는 기획안엔 크리스마스 이슈로 가득하다. 특히 해외 디자이너의 깜짝 발언, 킴 카다시안의 일상, 인스타그램에서 속 해시태그는 에디터가 언제나 지켜 보고 있는 기획안 계의 오아시스.

각 에디터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료를 얻어 완성한 기획안을 토대로 편집부는 기획 회의를 시작한다. 편집장과 에디터들로 이뤄진 편집부는 기획의 타당성, 실현 가능성 등을 토의해 다음 호 잡지에 실릴 기사거리를 정한다.

배당

에디터는 기획 회의를 통해 채워진 기사를 편집장에게서 배정받는다. 한 달 동안 할 일이 정해지는 시점이다. 꼭 본인이 낸 기획을 맡는 건 아니다. 해당 기사에 관련된 경험치나 지식, 인물과의 친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가장 적절한 에디터에게 배당된다. 에디터는 한 호에 담당하게 된 몇가지 기사를 시작하기 앞서 ‘밑 작업’을 시작한다. 패션 트렌드를 다루는 기사라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인터뷰 기사라면 인터뷰이 섭외와 질문을 준비한다. 패션 화보를 맡았다면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촬영하리라는 시안과 계획을 짠다.

이 밑 작업들은 구성안 혹은 콘티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어 상부의 컨펌을 받은 후 실행 단계로 옮겨진다. 이는 기사의 종류에 따라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일이 소요되는 부분. 본인이나 상부의 마음에 차지 않을 경우 몇 번이고 다시 만들기도 한다. 완성도 높은 기사와 화보를 위해 발생하는 수고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첫 단추인 셈.

촬영

대부분의 기사는 크고 작은 촬영이 수반된다. 가장 대표적인 건 패션 화보 촬영이다. 사진을 찍을 포토그래퍼, 옷을 입고 멋진 포즈를 취해줄 모델, 모델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할 헤어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들은 패션 화보에 없어선 안될 필수 스태프다. 세트나 소품이 필요한 경우 세트 스타일리스트가 참여하고, 손과 발 등 모델의 일부분이 등장하는 화보라면 부분 전문 모델이나 네일 아티스트가 참여하기도 한다. 콘티가 통과되면 이 멤버들을 한날 한시에 모을 수 있도록 섭외에 착수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멤버인 옷은 <협찬 전쟁> 편에서 밝힌 것처럼 일찌감치 수배 중. 알다시피 대부분의 잡지사는 서로 촬영 시기와 컨셉이 비슷하기 때문에 좋은 스태프들과 옷을 구하기 위해 촬영 스케줄은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주말을 피할 수 없다.

스태프는 각자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정해진 시간에 모여 촬영에 임한다. 촬영이 시작되면 에디터는 잡지의 성향과 사진의 톤이 어울리는지, 헤어와 메이크업은 적절한지 등을 끊임 없이 스태프들과 조율하며 현장을 지휘한다. 모델은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옷이 돋보이도록 포즈를 취한다. 컨셉에 따라 포토그래퍼의 공간인 스튜디오나, 특정 장소, 혹은 야외에서 진행되는 화보 촬영은 짧게는 두어시간에서 길게는 반 나절이 넘게 진행된다. 즉 패션 화보는 하룻동안 한 공간에서 한솥밥을 먹는 스태프들의 땀이 모인 공동 결과물이다.

원고

모든 촬영이 끝나면 에디터는 원고를 작성한다. 패션 화보처럼 비주얼로 메시지를 전하는 기사엔 컨셉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제목을 뽑아내고, 인터뷰를 했다면 읽기 좋게 다듬는다. 패션 트렌드에 관한 다양한 취재를 바탕으로 칼럼을 쓰기도 한다. 최근엔 소속한 잡지의 SNS에 글을 올리는 게 골치 아픈 배당 중 하나다. 짧지만 매력적인 한 줄 코멘트를 위해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패션 업계의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은 때로 서로의 업무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을 하지만, 에디터만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원고를 작성하는 일이다. 누가 들으면 간지럽겠지만, 업계에서 에디터를 ‘기자’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은 것도 이 이유에서다.

*패션계의 민낯: 3. 잡지 한 권 속의 사람들 - 마감, 그리고 사람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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