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생리대 만들어 쓰라시길래

생각하다월경

면생리대 만들어 쓰라시길래

해일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여성들은 분노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생리를 안 하는 남성들도 덩달아 화가 났다. 남성들은 생리대가 비싸면 면생리대를 만들어 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면생리대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일회용 생리대의 대안으로 있어 왔다. 면생리대를 애용하고 면생리대의 좋은 점을 알리는 여성들 또한 오래 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여성이 면생리대를 권하는 것과 남성이 면생리대를 권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여성이 권하는 면생리대는 ‘불편의 해소’다. 직접 일회용 생리대와 면생리대를 사용하면서 비교해 보고, 자신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 겪었던 불편함이나 건강상의 문제를 면생리대를 통해 해소할 수 있음을 주로 이야기한다. 환경보호를 이유로 들 때도 ‘너도 함께 하자’는 맥락이다.

반면 남성은 면생리대를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권장한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

‘의식을 교육’
‘자조근면 새마을 정신’
‘헤프고 낭비가 심해서’

그렇다. 빨아서 아껴서 쓰라는 것이다. 감히 여성이 돈을 쓰거나 빨래에서 해방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듯하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옛날에는 다 빨아서 썼는데!

생리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닫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들이 직접 생리를 해보고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므로 내가 직접 면생리대를 써보기로 했다. 

사 보자

시중에서 판매하는 면생리대는 하나에 만 원에서 2만 원 사이다. 면 팬티라이너는 약 9천 원에서 만 원을 조금 웃돈다. 그렇지만 생리대는 최소 여덟 시간에 한 번은 갈아줘야 하는 물건이니 하나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트나 패키지 상품은 10만 원 선이다. 이걸 당장 일회용 생리대 가격마저 부담스러워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권하다니?

면생리대를 한번 구입하면 약 2년 동안은 추가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면생리대가 나에게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곧바로 쓰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었다.

그래서 아래 분들의 충고대로 만들어 써보기로 했다.

만들어 보자

두 마만 있으면 1년간 생리에 돈을 안 쓸 수 있다는 마법의 직물, 광목을 사러 동대문종합시장에 갔다. 동대문종합시장에는 의류 원단부터 단추, 커튼, 이불 등 온갖 의류 관련 자재가 있지만 광목은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다. 드넓은 동대문종합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싶을 때쯤 드디어 광목 파는 곳을 발견했다. 옆에는 갖가지 에코백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렇다. 광목은 에코백의 재료다. 이게 광목이란 말이다. 

광목은 목화에서 바로 나온, 가공되기 전 상태의 면이다. 자잘한 목화씨 껍질 등이 붙어 있어서 그대로는 옷감에 쓰기 힘들다. 광목은 실의 굵기에 따라 10수부터 60수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시장에서 ‘광목’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원단은 주로 에코백이나 캔버스의 재료로 쓰이는 원단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거칠다. 이걸 생리대로 쓰라는 사람이 있다니 시장에서 파는 광목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본 적이나 있을까? 에코백으로 속옷을 만들어 주고 하루 동안 입고 돌아다니게 만들고 싶었다.

어찌 됐건 이걸 떼다 만들어 쓰라고 하시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생리대를 만들어 보기에 앞서, 내가 마지막으로 바느질을 한 것은 중학교 시절 가정 시간에 손바느질로 반바지를 만들었을 때임을 밝힌다. 그때 나는 바느질을 아주 잘하지도,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았다. 다음은 내가 나름대로 생리대를 만들어보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다.

광목에는 자잘한 목화씨 껍질 등이 붙어 있기 때문에 먼저 세탁을 해야 한다. 광목만 넣은 채로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었다. 공교롭게도 그 주에 장마가 찾아왔고, 나는 광목이 마르기까지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광목이 다 말랐다. 이제 광목을 자르기 위해 일회용 생리대로 본을 떠 준다. 바느질을 할 여백을 남기는 것이 팁이다. 윗면과 아랫면을 만들기 위해 두 개 본을 떴다. 

피자매연대 및 여러 블로그의 면생리대 제작법을 보면 겉감과 안감에 다른 천을 사용한다. 안감에 좀 더 흡수가 잘 되는 천을 사용해 갈아 끼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전지적 남성께서 ‘광목 두 마’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꾸역꾸역 광목만 사용해서 겉감과 안감을 만들었다. 

천이 두꺼워서 바늘이 천에 낀 모습이다. 

뭔가 잘못되어 실이 엉킨 모습이다.

?

분명 광목 두 마만 있으면 ‘1년간 생리에 돈을 안 쓸 수 있다’고 했지만 이렇게 허술한 상태로 쓰기는 싫어서 집에 있는 단추도 달아 보았다. 그래도 이 뻑뻑하고 텁텁한 것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냥 떼서 붙이면 되는 일회용 생리대도 불편하고 답답한데, 내가 이걸 왜? 결국 생리대 모양으로 구멍이 난 광목 두 마는 차곡차곡 접혀서 장롱 한 켠에 들어앉게 되었다.

바느질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약 두 시간. 광목을 사러 시장에 다녀오고, 세탁하고 말리는 데 들어간 시간을 합치면 주말을 모두 이 ‘생리대’에 바쳤다고 할 수 있겠다. 단연코 ‘자조근면 새마을’ 정신에 어긋나는 시간 낭비다.

어찌 됐건 만들었으니 착용은 해 봐야겠다 싶어서 그렇게 만든 누더기를 착용하고 잠이 들었다.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잠잘 때 사용하기로 한 것은 차마 이걸 밖에 차고 나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리혈이 묻으면 그걸 집에 올 때까지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녀야 하니까 말이다. 가방에 피 묻은 천을 넣어 가지고 다니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천이 워낙 거칠어서 민감한 피부가 쓸리지 않을까 했지만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그냥 천이 워낙 두꺼워서 묵직한 느낌. 덥고 텁텁했다.

어쨌든 하룻밤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 피가 찔끔 묻은 생리대를 화장실에 두었다. 출근해야 하는 아침에 이것을 빨고 있을 수는 없으니 퇴근하고 시간 날 때 빨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내가 만든 생리대를 볼 수 없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웬 피 묻은 누더기를 보게 된 엄마가 기겁을 하고 곧바로 그것을 쓰레기통에 넣어 버렸기 때문이다.

응 내가 해봤는데 아니야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보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 이것은 시간 낭비다.
  • 광목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시장에서 광목을 직접 본 적이 없다.
  • 일회용 생리대가 보편화된 데는 이유가 있다.

주말을 이 ‘면생리대’를 만드는 데 바치는 대신에 시간제 근로를 했으면 일회용 생리대 약 600개를 구입할 수 있었다. 광목 두 마로 간신히 만든 면생리대가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만족스럽게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사람도 분명 있고 생리대를 직접 만드는 것을 소일거리 삼는 사람도 있지만, 낭비를 이유로 들면서 면생리대를 만들어 쓰라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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