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카페대담 7. 수르기(Sous le g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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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카페대담 7. 수르기(Sous le gui)

YSYS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수르기 (Sous le gui)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42길 32

영업시간 : 수-목 12:00-21:00 / 금-토 12:00-22:00 / 일 12:00-20:00 / 월화 정기휴일

메뉴 : 커피 - 아메리카노 5.5 카페라떼 6.0 카푸치노 6.5 연유라떼 6.5

티 – Fortnum&Mason, LONDON 사용 / 로얄블랜드, 카운티스그레이, 포트메이슨, 7,0 마누카 7.5

시즌스페셜 메뉴 – 뱅쇼, 쇼콜라쇼, 과일 쥬스 및 에이드 (유동적)

디저트(계절 별 변동 메뉴 있음)

1) 팟 : 블루베리 팟 7.5 산딸기 팟 8.0 현미유자레이 12,0 등

2) 뷔슈 (2개부터 주문 가능, 다른 디저트와 함께 주문 시 1개부터 가능) : 바닐라 4.2

밀크티 5.0 헤이즐넛초콜렛 5.0 카라멜 5.5 녹차 5.5 등

방문이유 : 색다르고 다양한 디저트와 맛있는 라떼의 기억

 다양한 카페들이 넘쳐나고 있는 요즘, 늘어난 선택지로 인해 재방문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와 언니Y가 계속 말하는 ‘특색’이 있는 장소라면 재방문 의사가 생긴다. 수르기는 공간이 넓거나 안락한 편도 아니고 메뉴의 가격도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는 역시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디저트 때문이다. 수르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꼭 한번 가보라며 추천해 주거나 함께 가자고 할 정도로 자주 가고 싶은 곳이다.

일러스트 이민

아무데서나
맛볼 수 없는 맛

언니Y의 수르기 첫 방문은 뙤약볕이 내리 쬐는 길을 전전하다 힘들게 자리 잡은 날이다. 언니Y는 주문을 하면서 쇼케이스의 크기나 진열된 디저트들을 보고 커피보다 베이커리 위주의 디저트샵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별 기대 없이 시킨 아이스 카페라떼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언니Y가 좋아하는 우유와 커피가 적절히 섞여 뭉근한 농도에 단맛을 내는 맛이어서 굉장히 놀랐다. 기대치가 낮았다는 것을 감안해도 아무데서나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커피 외의 음료는 차 종류가 많다. 나는 티 베리에이션 음료인 레몬얼그레이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과일퓨레가 들어가는 보통의 아이스티보다 달지 않아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 좋았다. 음료와 함께 먹은 ‘산딸기 팟’은 입에 넣자마자 눈이 동그래지면서 감탄사가 나오는 맛이었다. 

깔끔하면서도 예쁘고 왠지 고급져 보이는 생김새에 상응하는 맛이었다. 예쁘긴 하지만 흔한 에끌레어의 맛을 생각했는데 입에 넣자마자 시원하고 부드러운 크림이 입안에 꽉 찼고 그 향과 맛이 은은하게 퍼졌다. 에끌레어는 크림의 그릇 역할을 하듯 크림을 감싸고 있고 그 안에 차례대로 바닐라빈이 들어가 있는 크림과 핑크빛을 도는 크림이 채워져 있다. 그 사이에 산딸기 쨈이 약간 들어있고 토핑으로는 산딸기와 피스타치오가 올라가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달달하고 상큼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언니Y가 나에게 이건 열 개도 먹을 수 있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포크질을 멈추지 않았다.

언니Y가 산딸기 팟을 처음 먹어본 후에 여러 번 그 맛을 느끼고 싶어 여러 번 수르기를 찾았지만 빈 자리가 없거나 산딸기 팟이 매진되었거나 판매되는 계절이 아니었다. 누군가 나와 언니Y에게 이번 연재를 핑계로 산딸기 팟을 먹으러 간 것이 아니냐 묻는다면, 우리는 그렇다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참고로 산딸기 팟은 겨울철 스토로베리 팟이 시즌 오프될 때쯤 판매를 시작하고, 여러 가지 팟 메뉴들은 2-3일 전 예약하면 홀케이크로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이 사실을 알고 나와 언니Y는 올해 생일 케이크를 산딸기 팟으로 정했다.

조화를 신경쓴 맛

나와 언니Y는 다양한 맛의 팟과 뷔슈 중에서 이번 5월의 디저트라는 ‘현미유자레이’를 선택했다. 사실 현미를 이용한 디저트의 맛을 상상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오로지 동그랗고 두꺼운 현미뻥튀기였다. 직접 먹어본 현미유자레이는 그와 비슷한 맨 아래 시트의 적당히 딱딱한 식감과 부드러운 크림, 중간층에 진득하게 흐르는 쨈의 식감이 조화로웠고, 시중에 판매하는 과자 조리퐁과 비슷한 현미의 구수한 맛과 은은하게 맴도는 유자의 새콤달콤한 향과 맛, 부드러운 크림의 가벼운 단맛도 식감만큼이나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아주 잘 어울렸다.

뷔슈는 두 개부터 주문가능하다는 공지만 보고 다른 메뉴와 함께 주문 시 한 개도 가능하다는 것을 늦게 알아 이번엔 뷔슈를 맛보지 않았다. 뷔슈는 불어로 장작나무, 통나무라는 뜻으로 메뉴의 생김새를 보면 바로 이해가 간다. 현재는 바닐라, 유자레몬, 스트로베리, 녹차, 카라멜, 밀크티, 헤이즐넛초콜렛으로 7종류가 있다. 겉은 단단한 쉘로 둘러 싸여있고 기둥의 위쪽엔 각각의 이름에 어울리는 색의 크림이 얹혀 있다. 그런데 반을 가르면 그 안에 크림이나 가나슈로 가득 차 있어 오히려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모든 디저트가 하나같이 예쁘게 생겨서 먹으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만드는지 매우 궁금했다.

우리가 방문한 이후에 수르기의 SNS에서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등에 선물하기 좋은 메뉴라는 글을 보았다. 어른들께 전할 선물을 고를 때면 맛도 비주얼도 깔끔한 인상인 것들을 위주로 고르게 되던 경험이 떠올라 그 글에 공감했다. 이처럼 수르기는 계절별로 변경되는 메뉴뿐 아니라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어버이날 같은 연례행사에 선물하기 좋은 특별한 패키지들을 선보인다. 기획 상품으로 디자인에 변형을 주는 것을 자주 보아왔는데 수르기는 여러 가지 제철 재료를 이용하여 상품을 구성하는 것 같아 한층 더 정성스러워 보인다. 이런 점에 더해 맛을 보면 공정이나 구성을 위한 노력이 더욱 잘 느껴져 약간 비싼 편이라 생각되는 디저트의 가격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언니Y의 한 줄 : ‘물리지 않는’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동생S의 한 줄 : 맛있는 디저트가 먹고 싶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

자매의 동상이몽 : 음료 구성이 디저트의 맛을 잘 받쳐주어 좋다는 언니Y와 디저트만큼 개성있는 음료도 있었으면 하는 동생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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