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에
우리 자매는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카페에서 보낸다.
동생S는 스무살 첫 아르바이트로 커피전문점을 선택했다. 호기롭게. 커피라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모르는 것을 배운다는 즐거움과 못 하는 것에 대한 오기로 커피를 공부하다 바리스타가 되었다. 지금은 나만의 카페 창업을 목표로 다른 일을 하며 자금 마련 중. 여러 카페를 방문하며 그 속에서 미래의 내카페를 위한 구상을 하는게 일상의 소확행이다.
언니Y에게 카페란 처음엔 과제를 하기 위한 곳,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곳이었고 그 후엔 나만의 사색을 하는 휴식공간이었다. 그 공간이 더 마음에 드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카페들을 찾아다닌다. 카페를 찾는 것부터가 언니Y의 취미생활이 되었지만 당연하게도 본인 취향에 100% 부합하는 공간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날이 나만의 공간에 대한 소유욕이 생기면서, 동생Y의 꿈이 더해지면서, 카페라는 우리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이 되었다.
우리 자매가 함께 꾸는 꿈은 ‘카페’로 동일하지만 언니Y는 카페라는 공간으로, 동생S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으로 커피로의 진입경로가 달라 취향에서도 종종 차이가 보인다. 서로의 취향차이를 존중하면서, 때로는 무시하면서 손잡고 카페로 향한다.
이 글은 우리가 함께 다녔던 카페들 중 한명이라도 재방문 의사가 있던 곳들을 소개한다. 카페를 구구절절 평가하기보단, 카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대루커피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70
휴무: 화요일
방문 이유: 초가을 해질무렵 마셨던 아메리카노가 맛있던 동생S의 기억.
맛
언니Y는 진하거나 신맛처럼 튀는 맛 보다는 부드럽고 은은하게 단 맛이 도는 것을 선호하며 주로 라떼를 마신다. 동생S는 진하고 신맛이 적은 다크초콜릿 같은 원두를 좋아한다.
대루커피에서 나와 언니Y는 핫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떼, 휴스턴 라떼, 플롯 모카를 마셨다.
에스프레소 메뉴는 전체적으로 마일드하고 적당한 단향과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진한 커피를 싫어한다면 무난히 마실 수 있다.
진한 커피를 선호한다면 아메리카노보다 롱블랙을 선택하면 될 듯하다. 식은 후에 마셔도 아메리카노의 신맛이 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식은 아메리카노의 신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언니Y도 이곳에서는 신맛이 잠깐 스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정도라 가볍게 마시기 편하다고 느꼈다. 아이스 카페라떼는 처음 나왔을 때 시각적으로 에스프레소 층이 두터워 묵직한 맛을 예상했다. 정작 맛은 무겁거나 진하지 않고 우유와 조화로웠다. 얼음이 녹아도 밍밍한 물맛이 심하지 않아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휴스턴라떼, 플롯모카 등 커피 스페셜 메뉴가 인기메뉴.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 우유를 완전히 섞어 쉐이크처럼 만들어 마시는 휴스턴라떼는 내게는 달달한 디저트 느낌이었고, 언니Y는 얼음과 갈린 음료처럼 녹았을 때 커피맛이 희석되지 않아 좋다고 느꼈다. 카페모카 위에 하얀 크림이 동동 떠있는 플롯모카는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이 입에 남아 기존의 달달한 모카보다 좀 더 나의 취향에 맞았다.
특히 플롯모카는 맨처음 마신 한모금이 가장 맛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카의 맛과 그 뒤로 살짝 들어오는 차가운 크림의 느낌. 같은 이유로 언니Y는 앞서 말한 이곳의 메뉴들이 다 마실 때까지 맛이 유지된 편이라면 이 음료는 아무래도 크림이 풀어져버리거나 찬기를 잃어 빨리 마시지 않으면 처음의 인상적인 맛을 끝까지 기대하기 힘들어 아쉬워했다.
잔상, 활기, 여유로움
앞서 밝힌 방문 이유에 ‘초가을 해 질 무렵의 기억’은 그 시간의 햇빛 덕분일 것이다. 작은 매장에 한 면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시간에 따라 매장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민트와 흰색 인테리어를 오후 4시의 노을이 비췄고, 그 때 마신 커피는 맛있었다. 그 때의 잔상이 오늘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지난 방문때와 비슷한 시간에 갔는데 그 느낌이 다른 건 계절의 차이일까. 지난번엔 이 카페에서 여름의 활기참을 떠올렸다. 목요일 오후,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던 길 위의 즐거운 초등학생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번 방문엔 겨울의 흐리지만 강렬한 햇살이 토요일 오후같은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입구 손잡이가 겨울철에 차가운 것을 배려해 뜨개실로 덮어 놓은 것처럼 전반적인 매장 분위기도 기분 좋게 친절했다는 게 나와 언니Y의 공통적인 인상.
특색
나는 예전에 카페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의 정말 기본적인 커피메뉴만 잘하면 된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이미 포화상태인 한국 카페 시장에서 말 그대로 기본인 것이고 그에 더해 카페들만의 특색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특색은 특별한 메뉴가 될 수도 있고 눈길을 사로잡는 인테리어가 될 수도 있고 그 외의 다른 점도 될 수 있다. 이곳은 몇 가지의 스페셜 메뉴도 커피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커피를 중심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루커피는 로스터리 매장이기 때문에 원두, 드립백, 콜드브루까지 판매한다. 원두는 한가지의 싱글오리진과 세종류의 블렌딩이 있다. 우리가 매장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원두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는 카페의 기본요소인 맛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물론 커피를 즐기지 않는 고객은 초코와 말차, 허브티로 선택의 폭이 좁다고 느낄 수 있다.
언니Y 한 줄 : ‘매일 아침’에 마시고 싶은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동생S의 한 줄 : 호불호가 적을 커피 맛과 다양한 음료 베리에이션으로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것 같은 곳.
동상이몽: 언니Y는 혼자가기 좋은 분위기의 카페라 좋았고 케이크나 쿠키 같은 디저트가 없다는 게 아쉬웠다. 동생S는 혼자 가야할 것 같은 카페라 아쉽고 커피가 주된 메뉴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