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카페대담 4. 이름 없는 카페

알다카페취미

동상이몽 카페대담 4. 이름 없는 카페

YSYS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이름 없는 카페

주소 :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 20길 22-13 1층

메뉴 : 블렌드1, 블렌드2, 카페크렘과 카페오레, 카페르와젯뜨(5.0-6.5),

치즈케이크(5,0-8,5)

*원두나 케이크 종류 및 가격 유동적, 블렌드 메뉴 아이스 +700원.

영업일 : 영업일 오전 카페 인스타그램에 영업시간과 함께 공지됨. 사전 확인 필수

방문이유 : 언니Y가 선호하는 인테리어 요소가 많은 곳

 

언니Y는 우연히 이곳의 나무의자와 하얀 벽이 찍힌 사진 한 장을 보고 이 곳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그런데 그 때는 이름 없는 카페가 갓 문을 연 때였고, 다녀온 사람들도 “나만 알고 싶은 곳”이라며 위치나 이름에 대해 함구하는 분위기라 언니Y가 위치를 알아내는데 애를 먹었다. 사실 처음 사진을 봤을 때는 악착같이 장소를 알아내서 가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워낙 정보가 없으니 스스로 오기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란 생각에 시간이 갈수록 “우씨, 내가 찾고야 만다!”하며 게임 미션을 클리어하려는 마음가짐과 비슷해졌다고 한다. 간판도 없이 출입문에 조그맣게 CAFE라고 적힌 쪽지가 전부라 사람들이 ‘이름 없는 카페’라고 부르는 게 가게 이름처럼 굳어졌다.

언니Y가 그렇게 알아낸 이곳을 함께 방문했다. 그때는 골목마다 노란 은행나뭇잎으로 가득 찬 가을이었다. 

이 카페 앞 놀이터에 있는 높게 뻗은 은행나무 사진을 찍다 카페 문을 열었을 때 언니Y의 소리 없이 감탄하던 표정이 기억난다. 그러고는 계속 두리번거리며 내게 작은 목소리로 좋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일단 언니는 ‘분위기 있는’ 나무색을 좋아한다. 그 ‘분위기 있는’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달라고 하면 “심플한 빈티지?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고, 손때가 많이 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공들인 티가 나는 것도 아닌, 중후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분위기의... ... .”라며 구체적인 것 같지만 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이곳이 그런 설명에 부합하는 느낌이 들고, 언니Y가 좋아하는 전구색 조명과 햇살이 번지듯 들어오는 창문, 나른한 노래 소리가 있어 좋다고 한다. 나도 언니Y의 인테리어 취향처럼 다소 무거운 느낌의 나무와 채도가 높고 밝지 않은 조명의 인테리어를 좋아하는데 이런 것들은 카페의 아늑함을 주는 요소들이다. 나는 딱딱한 느낌의 학교의자보다 넓고 푹신한 소파의 느낌을 선호한다. 그래서 이름 없는 카페의 자리배치나 낮은 테이블 등은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다.

이곳의 메뉴 이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아메리카노나 라떼로 적혀있지 않다. 아메리카노는 아메리카노라는 단어 대신 들어간 원두의 종류와 함께 블렌드1, 블렌드2이라는 단어로 적혀있고 다른 음료들도 카페크렘과 카페오레, 카페르와젯뜨 등의 다소 생소한 이름을 갖고 있다. 원두 블렌드는 계속 바뀌는 것 같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치즈케이크가 있는데 마차치즈, 시나몬치즈, 조각케익, 무스케익 등으로 모양도 맛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메뉴판이 손글씨로 적혀있는데 메뉴가 유동적이라 그런지 치즈케이크도 종류 설명 없이 그냥 ‘치즈케이크’ 라고만 적혀있다. 

우리가 먹은 치즈케익은 치즈크림 위에 하얀 생크림(아마도)이 자연스럽게 얹혀진 무스 같은 케이크다. 빵이 없지만 치즈와 생크림의 조화가 좋아 음료에 곁들여 먹기 좋았다. 음료만큼이나 치즈케이크의 맛도 훌륭했고 매번 달라지는 치즈케이크를 모두 맛보고 싶었다. 

이곳은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 브루잉(BREWING) 방식으로 커피를 만든다. 브루잉은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압력을 가하지 않고 분쇄원두에 적정온도의 물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름 없는 카페에선 모카포트나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 같다. 커피를 만들 때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물 끓는 소리가 인상 깊었다. 브루잉 방식이라 들을 수 있었던 소리다. 내가 마신 아이스블렌드1번은 나와 언니Y가 싫어하는 ‘희석된 물 맛’이 나지 않고 커피의 향도 풍부하게 느껴진다. 이 좋은 인상은 한 가지 원두만 사용하는 싱글오리진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두를 섞은 블렌딩 원두를 사용해서라 추측해본다. 언니Y가 마신 카페크렘은 음료 위에 우유크림이 올라가 있는 음료다. 비엔나커피 같은 메뉴다. 커피가 진하지 않아서 부드럽게 마시기 좋다. 

언니Y는 이런저런 고민으로 바다나 숲처럼 한적한 곳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또 멀리 갈 에너지는 없던 차에 여기가 떠올라 혼자 왔던 적이 있다. 가끔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면 이따금 무료해지지만 여기서는 어둑한 주황 조명에 시선을 빼앗기거나 창문 밖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따라가거나 노래에 귀 기울이곤 하면서 혼자 자신의 감각에 몰두하며 긴장을 푸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심지어 노래가 끝나고 그 다음 노래가 나오기까지의 짧은 정적도 좋았다고 말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처음 갔을 때는 우리 말고 다른 손님이 없어 편하게 얘기했던 것같은데 이번 방문 때는 자리가 모두 차 있어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이곳이 마치 전시장 같다는 것이었다. 공간을 세팅해둔 전시장이고 다른 관람객들이 있기 때문에 조심하면서 몰두해야하는 분위기가 비슷하다전시장에서 촬영불가인 곳이 있는 것처럼 여기도 출입문부터 촬영금지 스티커가 붙어 있고, 테이블 마다 사진촬영 삼가를 부탁하는 메모가 놓여있다. 지난 방문 때는 조용한 분위기 유지를 바라는 글이었던 기억이 있어 사장님께 허락을 구했더니 테이블을 벗어나지 않고 몇 장은 가능하다고 하셔서 최소한의 사진만 촬영하였다. ‘테이블을 벗어나지 않고’의 뜻을 나는 ‘돌아다니지 않고’로 받아들였고 언니Y는 ‘테이블 위만 가능한’으로 해석했다. 뒤늦게 열어본 테이블 위 메모장이 전보다 좀 더 단호한 안내로 바뀌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언니Y의 카페리스트 중 서교동에 있던 다른 카페도 좀 더 편안한 느낌이지만 이름 없는 카페와 비슷한 공간이다. 그 편안한 느낌은 일행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하면 될 것 같다. 나에게 이름 없는 카페의 분위기는 조금 어렵다. 너무 정적이라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그 이유리라. 그래도 바로 앞 놀이터에서 들리는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가 이따금 한 번씩 내부에서 내가 느끼는 어려움을 풀어주었다. 나중에 혼자 방문을 하면 나도 언니Y처럼 편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여기는 혼자 오거나 나와 언니Y의 관계처럼 둘이 함께 있는 것이 일상이라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각자 용무를 보내는 사람들이 오면 좋을 것 같다. 또한 테이블 배치와 공간이 한정적이라 2명 이상의 동반 방문은 힘들다.

언니Y의 한 줄 : 혼자서 가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동생S의 한 줄 : 퀄리티 있는 홈카페 일인극에 참여한 기분.

자매의 동상이몽 : 만들어진 분위기 속에서 불편함을 느낀 동생S와 안도감을 느낀 언니Y

 

YSYS님의 글은 어땠나요?
1점2점3점4점5점
SERIES

동상이몽 카페대담

카페에 관한 다른 콘텐츠

취미에 관한 다른 콘텐츠

콘텐츠 더 보기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