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같은 디저트
‘끌어올리다’란 뜻의 티라레tirare와 ‘나’를 뜻하는 미mi, ‘위로’라는 의미의 수su가 복합된 이태리어로, ‘기분이 좋아지다’라는 뜻을 가진 티라미수. 이름 그대로 한 입 떠먹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주는 디저트의 정석이다. 덕분에,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메인 아이템으로 다루는 것은 물론, 이 메뉴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각양각색의 디저트들이 끝없이 개발되고 나타나는 요즘, 티라미수가 이토록 굳건하게 스테디러버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이 아닐까? 다른 사람을 만나도 평생 가슴에 묻고 있는 첫사랑처럼, 새로운 디저트들에 눈을 돌리다가도 다시 생각나는 것은 역시 아메리카노와의 궁합이 최고인 부드럽고 촉촉한 티라미수다.
티라미수의 끝없는 변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티라미수의 모습은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폭신한 모습이다. 하지만 요즘 이 디저트의 무한 변신이 눈에 띈다. 단순히 에스프레소를 적신 빵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티라미수슈, 티라미수라떼 등 다양한 형태의 배리에이션들이 출시되고 있다. 또한 오리지널 외에도 말차, 제철과일, 쑥 등 맛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같은 티라미수라고 해도 시트나 마스카포네치즈의 양에 따라 새로운 맛이 나므로, 브랜드마다 다른 매력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티라미수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디저트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사랑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플레이팅이 화려한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다가 입맛에 맞지 않아 속상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텐데, 아마도 티라미수는 그런 위험부담이 적어 편하게 고를 수 있는 디저트라 그런 것이 아닐는지. 익숙한 만큼 실패할 확률이 적을뿐더러, 쫀득한 크림과 촉촉한 시트를 함께 떠먹으면 우울했던 기분도 사르르 풀어지게 되니 만병통치약이라 칭하고 싶다. 모든 음식은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지만 티라미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01 MAFIA DESSERT
02 ENTETE
영화 속 비밀아지트 같은 카페
마피아디저트
MAFIA DESSERT
INFORMATION
A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26 [이태원점]
H 월-금 13:00~22:00, 토-일 12:00~22:30, 명절 당일 휴무
P 발렛 파킹
I @mafia.dessert
*2인 예산 : 2~3만원대
언제나 핫플레이스인 이태원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탁 트인 전경이 보이는 곳에 마피아디저트가 위치해 있다. 실제로 마피아들의 비밀기지였을 것만 같은 신비로운 공간에서, 그 어느 곳보다 진한 티라미수를 제공하고 있다.
마피아의 아지트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마피아디저트는 매장 외관에서 먼저 시선을 압도한다. 평범하게 열고 들어가는 문이 아닌 힘차게 밀어야 돌아가는 커다란 나무회전문이 입장 전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 벨을 눌러야 문을 열어주는 독특한 컨셉으로 주목받았던 경리단길 이탤리언 레스토랑 마피아키친에서 ‘이번엔 밀고 들어와’라는 재미를 더하며 오픈한 디저트전문점이다. 한편, 매장 곳곳에 놓인 시가, 럼주, 오래된 서적 등 외국영화에서 볼법한 소품들이, 이곳의 나른하고 묘한 분위기를 한층 강화시켜준다. 살짝 어두운 조명은 실제로 마피아들이 회의를 했을 것만 같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BLUE STREET’S SUGGESTION
1. 오리지널 티라미수 | 1만 2천 원
마피아디저트의 대표메뉴이며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이기도 한 오리지널 티라미수. 일반 티라미수들과는 달리 식품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으며 고급재료로 만든다. 또한 숙성과정을 따로 거쳐 보다 진한 티라미수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마스카포네치즈와 생크림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첫 입에 입안 가득 달콤한 티라미수의 맛이 퍼진다.
2. 쑥 티라미수 | 1만 3천 원
국내산 쑥을 사용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쑥의 쌉싸름한 맛을 최대한 덜 나게 하고, 쑥 특유의 향긋한 맛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티라미수. 쉽게 접해볼 수 없는 쑥과 티라미수의 조합이 기대이상이다.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고집
앙떼띠 ENTETE
INFORMATION
A 서울 서초구 서래로6길 24
T 02 6406 7410
H 매일 10:00~22:30
P 발렛 파킹
I @cafe_entete
*2인 예산 : 2만원대
서래마을 골목을 걷다 보면 청록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는 카페 앙떼띠가 있다.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본연의 색을 보여주고 있는 이준택 대표. ‘고집 센 사람’이라는 뜻의 앙떼띠는 우직하게 초심을 잃지 않는 이곳을 다른 어떤 말보다 잘 표현해준다.
본연에 집중하는 카페
건축설계와 카페운영을 병행하고 있는 이준택 대표는 앙떼띠의 지하부터 2층까지의 매장 인테리어를 손수 디자인했다. 이대표는 원래 커피를 전문적으로 하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타공인 커피애호가로서, 프랜차이즈매장의 커피는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단다.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디자인 작업을 하듯, 스스로 마음에 드는 커피를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로스터리 연구를 시작했다고. 오리지널리티를 살린 순수한 느낌의 커피와 디저트를 소개하려는 그는 눈에 튀고 강렬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오히려 부수적인 것들을 덜어낸 본연의 맛으로 승부하기 위해 2017년 7월 오픈 이래로, 커피는 블랜딩을 하지 않고 구움과자, 타르트 등 디저트들도 종류별 하나의 맛만을 만든다.
BLUE STREET’S SUGGESTION
1. 티라미수 | 7천 원
이곳의 티라미수는 독특하게 마티니 잔에 담겨 나오는데, 여기에는 숨은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 재료 자체의 맛을 개성으로 삼고 싶었던 이준택 대표는 특정 형태를 만들어내려면 화학첨가물을 넣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고, 모양을 디자인하는 것은 포기했다. 대신에, 유니크하고 재미있는 곳에 담아 내자는 생각에 마티니 잔을 선택한 것. 에티오피아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에 적신 빵이 안에 들어가고, 마스카포네치즈는 최대한 퓨어한 맛을 내도록 연구했다. 덕분에, 크림에서는 크림 본연의 맛이, 시트에서는 커피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Editor SON AHYOUNG
Photographer CHOI JU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