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이냐 하면
<Bury Me, My Love>는 시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누르(Nour)는 시리아에서 잃었던 소중했던 것들에 대한 기억을 가슴에 안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독일로 향한다. 플레이어는 누르의 남편인 메지드(Majd)로, 먼저 떠나는 누르를 응원하고 누르가 방문했거나 방문할 장소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기도 한다. 시리아에 남아있는 메지드가 누르와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휴대폰이며, 메지드는 누르가 무사히 독일에 도착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이 게임은 실화를 기반에 둔, 좀 더 개인적인 시각에서 본 난민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디 몸조심하세요
<Bury me, My Love> 시리아인의 작별 인사로 “조심하세요.(Take care)” 라는 뜻이다. 어원을 한 발자국 더 다가가 살펴보면, “내가 죽어 묻히기 전까지는 먼저 죽을 생각 마라.” 는 뜻을 담고 있다. 문화적 배경 위에 쌓아 올려진 작별 인사는 내전국 사람에게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누르는 첫 날 돈을 유로로 환전하고, 추가 배터리나 편한 옷, 비상 약 등을 챙긴다. 시리아를 떠나는 첫 발걸음은 제법 경쾌하게 그려진다. 누르와 메지드는 때때로 농담을 나누고, 서로의 셀카를 공유한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보통 연인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지나가는 소재에는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간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간접 체험을 통한 경험
<Bury me, My Love>는 인터렉티브 장르답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어떤 루트로 향하냐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난민 캠프에 머무르기도 하고, 낯설지만 동향인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대신 안전한 호텔에서 숙박할 수도 있다. 당연하지만 누르가 독일로 향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기사는 기존에 없던 위험수당으로 몇 배나 되는 돈을 더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밀수업자를 통해 국경을 넘어가야 한다. 아는 이 하나 없는 타국에 홀로 있을 때 낯선 이들이 누르에게 어떤 목적으로 접근하는지 플레이어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누르를 대표로 한 난민들의 경험은 플레이할수록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가령, 게임 속에서 그리스에 도착하면 곳곳에서 인종 차별 집단들이 난민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르가 길을 걷고 있으면 수상한 사람들이 그에게 따라붙는데, 전화 너머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상점을 찾아 들어가거나 경찰에 신고하라는 간접적인 조언뿐이며 그마저도 난민 신분인 누르에게 어떤 방법이 유리하게 적용할지 알 수 없다.
생생한 경험과 다회차의 어려움
모바일로 <Bury me, My Love>를 플레이하면, 옵션에서 실시간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처럼 환경설정을 할 수 있다. 문자가 오면 팝업 알람이 뜨고, 누르(Nour)가 잠이 들거나 교통수단으로 다른 나라로 이동할 때는 연락 할 수 없다. 이것은 플레이어에게 좀 더 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 기능은 2019년 발매된 PC 버전에서는 삭제되었고 좀 더 빠른 속도로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이 실시간으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게임 속에서 문자와 사진을 교환하고 GPS로 누르의 위치를 확인하고 여정을 따라가며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누르를 응원하게 된다.
이 게임은 16가지의 엔딩이 있다. 그러나 이미 봤던 대화를 빠르게 스킵하거나 넘어갈 수 없고, 세이브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 플레이하기 불편하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공식 한글화가 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단점을 상쇄할 만한 경험을 제공한다. 문자를 통한 일상 대화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복잡한 문장은 없어 게임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엄연히 있었던 사실들을 각색한 이야기임에도, 몇몇 게임 커뮤니티에 ‘난민 프로파간다 게임’이라며 언짢아하는 유저들이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개발사에서 체험판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 누르가 망명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먼저 플레이 할 수 있다. PC, 닌텐도 스위치, 모바일로 즐길 수 있다.
발매일 : 2019년 1월 10일 (스위치, 모바일 등은 2017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