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리뷰냐 하면
‘어떤 게임이냐 하면’ 시리즈가 24회차를 맞았다. 그간 스무 개 이상의 게임을 리뷰했는데 처음에는 놓치면 아까운 재미있는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시작한 시리즈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선정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변했다.
- 너무 어렵지 않을 것. 어렵다면 난이도 조절이 가능할것
- 주인공이 있다면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임을 위주로 리뷰할 것
- 한글로 되어 있어 유저들이 접근하기 쉬울 것
이번 리뷰에는 그런 조건으로 리뷰했던 게임 중 다시 생각해도 놓치기 아쉬운 게임들을 몇 작품 골라 언급해보고자 한다. 이름하여 2018 올해의 게임들!
섞어찌개 상 : Battle chef brigade
퍼즐과 플랫포머 액션이 결합한 <배틀 셰프 브리게이드>는 두 가지 장르가 균형있게 섞여 있다. <오버쿡>처럼 요리 과정에서는 제한 시간이 존재하는데, <오버쿡>에선 밀어닥치는 주문 속 혼돈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유쾌함을 즐길 수 있다면 <배틀 셰프 브리게이드>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호쾌해 플레이어에게 깔끔한 뒷맛을 남겨준다.
퍼즐 게임의 입문으로도 좋고, 플랫포머 게임의 입문으로도 좋다.
“아니…” 상 : the Red string club
대부분의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주는 것이 과정이자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는 만고의 진리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만큼은 낯선 경험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곱씹을수록 미래가 없다고 느껴지는 게임 속 디스토피아 세계관은 소설로 접했다면 뻔하다면 뻔한 소재에 속하겠지만, 게임이라는 매체로 접근했기에 독특한 뒷맛을 남겨준다.
묘수풀이 상 : into the breach
이 게임은 요새 나오는 게임들은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서… 게임 속도가 너무 빨라 정신없고 컨트롤이 어려워서…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SF를 배경으로 한 <인투더브리치>는 한 턴 한 턴, 깊게 생각을 하는 재미가 있다. 속도보다는 신중함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여러가지 가능성이 재미가 된다. 아군의 손실 없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스스로가 제법 똑똑해진 것 같은 기분마저도 든다.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을 위해 난이도 또한 다양하게 나누어져 있고 플레이에 익숙해질수록 해금되는 요소 또한 많아 파고들기 좋다. 최근에 비공식이지만 한글 패치가 나왔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올해의 주인공 상 : 매들린 <Celeste>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적들을 때려 눕혔던가? 게임 속에서 매들린은 누군가와 싸우거나 공격을 통해 목표를 이루지 않는다. 그저 뛰고 달리면서 산을 오르고 오를 뿐이다.
게임을 시작했을 때 희미했던 목표가 선명해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게임 속의 난이도 변화로 체험할 수 있다.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로 끊임없이 상처받고, 결국 그것을 이겨내 내면의 자신과 화해하는데 성공한 매들린의 이야기는 분명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번외: 재미는 있었지만 리뷰하지 못한 게임들
<39 days to mars>
화성을 탐사하는 영국 신사들에 관한 어드벤처 게임. 시종일관 영국 악센트가 튀어나오는 추상 퍼즐 게임으로, 세피아 톤의 스팀펑크 분위기는 플레이어에게 유쾌함을 제공한다. 게임의 내용은 굉장히 좋은 편이지만 중간중간 조작이 너무 난해한 부분이 있어서 탈락. 기본적으로 2인 플레이를 가정하고 있고, 혼자 플레이할 경우 고양이 캐릭터가 보조해주는데 안 그래도 불편한 조작이 더 불편해진다.
<레고 프랜차이즈 시리즈>
스타워즈, 호빗, 마블, DC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레고 게임으로 등장해왔다. 쉽고, 편하고, 위트있고, 무려 최근 발매되는 작품들은 공식 한글화까지!
그러나 <레고 게임>의 큰 패턴 자체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단점. 겉모습만 다를 뿐이지 레고를 부수고, 숨겨진 요소를 해금하고, 비슷한 능력을 가졌지만 다르게 생긴 캐릭터를 잠금해제하는 것은 매번 똑같기 때문에 해당 시리즈의 팬이 아닌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을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레고 시리즈를 단 한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았다면 좋아하는 장르로 한 번쯤 접해보기를 추천한다.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
2017년부터 2018년도까지 게임 속에서는 많은 여성 주인공이 등장했다. ‘어떤 게임이나 하면’의 리뷰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어쌔신 크리드:오디세이>에는 그간 해당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타입의 여성 캐릭터인 카산드라가 등장했고, 제작사인 유비소프트에서는 카산드라로 플레이 할 때의 시나리오가 공식 시나리오라고 인정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선택가능한 여성 주인공들이 ‘여아용도 있어요’ 느낌으로 취급 받았던가!)
인디 게임도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가 증가해, 신작을 홍보하는 많은 트레일러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더 눈에 띄게 되었다. 게임 판의 여성들을 괴롭히거나 익명성으로 집단 가해를 하는 등이 ‘대세’에 역행하려는 움직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흐름은 변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되돌릴 수 없다. 2019년에는 어떤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할지, 어떤 다양하고 재미있는 게임들이 등장할지 기대가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