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이냐 하면
이 세계는 전능하신 어머니의 힘으로 통치되는 세계, 모든 정비공은 어머니의 조직에 등록되어야 하고 그만을 위해 일해야 하며 세상의 모든 자원과 사람들은 조직의 것이다. 정식 정비공이 아닌 로빈은 자신의 재능을 힘든 사람들을 위해 몰래 써 왔지만, 그것이 들키게 되어 수배받게 된다. 로빈은 어머니의 천벌을 피해 도망치면서 다양한 사람과 사건들은 겪게 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들과 어머니의 권능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는데…
로빈과 다양한 주변 캐릭터
주인공인 로빈은 자기 키만한 렌치를 들고 자신의 거주지를 바쁘게 움직이며 힘든 사람들을 돕는다. 죽은 부모는 자식이 자신과는 다른 편한 길로 가길 바랬지만 자식은 아버지와 비슷한 삶을 살며 어려운 이를 돕는다. 이런 캐릭터와 스토리는 아들이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면 일종의 왕도에 가깝다.
재미있는 사실은, 게임 속 사이드킥인 로빈의 오빠 엘로는 게임 내내 로빈을 작은 울새라 부르며 어린아이 취급하고, 로빈이 가는 길을 위험하다고 막는다는 것이다.(‘로빈’이라는 이름이 대표적인 사이드킥의 이름인 것을 생각해보자!) 엘로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넌 아무것도 몰라!’ ‘넌 착해 빠졌어!’ 같은 대사를 하며 로빈의 장애물 역할을 하고 이것은 오히려 로빈의 영웅적인 행보를 더욱더 돋보이게 한다.
로빈과 함께 곳곳을 탐험하는 해적, 미나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몸이 불편한 미나의 어머니는 자신의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미나가 자꾸 떠난다고 생각하고 둘의 관계는 매우 틀어져 있다. 미나의 여자친구 삼바는 자꾸만 바깥세상으로 떠나는 미나와의 관계를 불안해한다. 미나는 주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며 방황하지만 로빈과의 모험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데, 미나와의 갈등 속 대사들은 현실에서 있을법한 대화다.
두 캐릭터는 가족 간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부모나 손위 형제는 언제까지나 품 안의 자식으로 둘을 대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길을 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겪은 일들은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고 성장한다. 로빈과 미나의 주변 사람들은 좋건 싫건 그들을 독립적인 개체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게임 속 메인 악역인 블랙 또한 여성 캐릭터로 게임 내내 로빈과 길고 긴 악연을 이어가게 된다. 블랙은 큰 야망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내심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블랙의 곁에 있던 동료들을 로빈과 그 주변인물들에 의해 죽고, 블랙은 엘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긴다. 스토리가 진행될 때마다 로빈과 블랙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어가며 라이벌 구도를 이루게 된다.
게임 속 뛰어난 연출
메트로베니아 풍의 플랫포머 게임으로 독특한 보스의 패턴과 퍼즐 등은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훌륭하다. 최근 패치된 내역으로 난이도를 도중에 올리거나 내릴 수 있어 저장된 데이터를 불러올 때 난이도를 조절하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기존에는 스탠다드 모드만 추가되었지만 이후 라이트 유저들을 위한 난이도가 더 추가되었다.)
보스전에서 중간중간 캐릭터를 바꿔가며 플레이하거나, 이벤트중에는 폰트의 크기와 도트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선을 드러내는 등 게임 속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잘 묘사되어 생동감을 준다.
여담이지만, <아이코노클라스트> 발매 당시 특정 계층에서 미나의 성향이나 다른 캐릭터들의 묘사로 인해 논쟁이 작게 일었던 적이 있다. 왜 최근 인디 게임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임들은 페미니즘이나 퀴어에 관한 주제를 내포하는지 등, 물론 우리는 그런 식으로 논란이 되었던 미디어들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후반부의 스토리가 다소 급하게 진행되고 게임 속 세계에 대한 정보들이 붙어 있는 텍스트가 이곳저곳 흩어져 있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주제를 정확하게 풀어내지는 못한 편이지만, 캐릭터 개개인에 대한 묘사는 훌륭한 편이며 다양한 보스 패턴과 퍼즐 등으로 플랫포머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충실하다.
신의 권능과 제정일치 세계관 속에서 견고한 체제를 무너뜨리고 진실을 파헤치는 스토리인만큼 언어적 요소가 필수인데, 11월 8일자로 공식 한글패치가 제공되어 이제 게임을 즐기기 위한 장애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모바일을 제외한 각종 플랫폼을 통해 즐길 수 있다.
발매일 : 2018년 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