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7.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하>

알다게임여성 주인공

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7.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하>

딜루트

일러스트레이션: 솜솜

본 리뷰는 <Assasin’s Creed Origin(아래 AC:Origin)>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 리뷰는 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6.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상>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AC:Origin의 또 다른 주인공, 아야, 이미지 제공, Ubisoft

아야 - 여신의 검

아야와 바예크는 시작은 같았지만 추구하는 가치는 달랐다.

아이를 잃은 두 부모는 복수심에 불타올랐고, 복수의 끝에서 바예크는 조용한 곳에서 둘이 함께 지내는 것을 바랬지만 아야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꿈꾸고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 움직인다. 남성 주인공이 아닌 여성 주인공이 좀 더 큰 꿈과 야망을 품고 그 목표를 쫓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최근 각종 미디어에서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는 것과 아예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게임 속 정보창에서 아야가 이미 몇 명의 원수를 암살했다는 정보를 알 수 있다.

현대 파트의 주인공인 레일라가 아야의 미라를 발견하고 그 자료를 애니머스(유전자 정보를 통해 해당 유전자의 과거를 간접 체험하는 장치)로 전송했을 때, 유저들은 아야의 조작을 자연스레 기대하게 된다. 바예크와는 액션이 어떻게 다를지, 게임 내내 두 주인공의 시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전개될지, 그리고 게임 속에서 나타난 아야는 잠깐 함대를 지휘하고, 그게 끝이었다.

초반에 아야로 플레이하는 경험은 이게 전부다. 심지어 게임 후반부까지 아야는 플레이할 수 없다! 게임 속에서는 유전자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아야에 대해 자세히 볼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바예크의 시점을 계속 유지한다. 게임 후반부에 아야를 겨우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되더라도 바예크에 비해 부족한 스킬에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이야기가 바예크의 시점에서 진행되고 아야는 부록처럼 따라오기 때문에 아야의 심경변화나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한 대화에서 유저가 크게 공감하기 어렵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이 공백은 커진다. 후반부는 특히 스토리의 급전개로 인해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는데 그 와중에 게임 속 역사에서 큰 활약은 아야에게 집중되어 있다.

<AC:Origin>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암살자인 형제단의 신조를 만든 것도, 로마에 암살단을 세운 것도 아야임에도 불구하고 뚝뚝 끊어지는 서사와 바예크 위주의 플레이로 인해 그 전개가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

엔딩에서 전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장면. 이미지 제공, Ubisoft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횟수는 늘었지만,
디테일한 부분들은 다소 아쉬워

<AC:Origin>의 또 한 가지 특이점은 현대 파트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오리진의 주인공도 여성이고, 이집트 파트에서 큰일을 하는 캐릭터도 여성인데 어떤 점에서 불만이 있냐고도 묻기까지 한다.

그러나 현대 파트의 주인공인 레일라의 역할은 단순히 애니머스를 통해 바예크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매개체에 지나지 않고 아야가 실제 활약하는 부분은 몇 시간 되지 않는다.

애니머스 속 이집트인의 삶은 어떤가? 임신한 여성 감독관은 “내가 여자라 이런 일을 못 한다고 생각하나 본데” 라 이야기하더니 결국 바예크의 도움을 받아 일을 처리한다. 계속되는 유산으로 인해 고통받는 신관의 아내는 아이의 성별을 정하는 것은 여자라며 자신이 아들을 낳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는 것을 자책해 비밀스러운 의식을 행하는데 바예크가 돕고, 시저가 바예크에게 봉화를 올리라고 시킬 때,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라며 아야에게 임무를 넘긴다. (그리고 시저는 여전히 탐탁찮아 한다!)

바로 이런 전개가 <AC:Origin>이 지닌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여성을 주요 NPC로 삼고 있지만, 그 깊이는 깊지 않다. 현실의 문제는 보통 게임만의 서사를 통해 극복하거나 변주를 주곤 하는데, 유독 여성에 대한 문제는 당시의 현실을 보여주기만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여성이 아닌 외부의 힘을 개입시키는데 그치는 것이다.

앞으로 추가로 나올 미디어 등에서 아야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이후 DLC에서 어떻게 더 추가로 묘사될지 알 수 없지만 후반부에 아야에게 비중을 몰아줬으니 그에 관한 이야기들은 게임 속에서 직접 유저가 플레이하며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게임 외부의 정보나 게임 속 텍스트를 통해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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