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이냐 하면
드디어 집으로 돌아간다! 설레는 마음으로 우주선의 계기판을 눌러 집으로 가는 항로를 계산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려는 와중에 불청객의 방문으로 인해 사고가 나버렸다. 우주선의 유리창이 깨지며 온갖 물건들이 바깥으로 날아가는데, 그 와중에 연료 탱크가 열려 연료인 시간 조각들이 쏟아져 버렸다. 내려가 시간 조각들을 수거해야 하는데 시간 조각의 능력을 보고 탐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네? 무사히 시간 조각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플랫포머 장르요? 제가 어려운 게임은 못 하는데…
<Hollow Knight>, <Ori and the Blind Forest>처럼 일반적으로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들은 조작이 어려워 해당 장르에 익숙하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가 어렵다. 이런 게임은 제한된 공간(때때로 시간을 포함한다) 속에서 캐릭터의 점프와 액션으로만 진행되며 일반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조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플랫포머 장르가 유행하던 90년대~2000년대와는 달리 대형 프랜차이즈 회사에서는 신규 플랫포머 게임을 거의 제작하지 않았고, 인디 게임으로 발매되는 대다수의 플랫포머 게임들은 난이도가 들쭉날쭉했다. 사람들이 플랫포머 게임에 대해 다소 부담감을 가지고 있을 때 발매된 <A hat in Time>은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오픈 월드, 다양한 액션으로 ‘마리오를 플레이하는 것 같다.’ ‘이 게임의 단점이라면 끝이 있다는 것.’ 등 게이머들의 극찬을 끌어냈다.
<A hat in time>에서는 월드별로 요구하는 게임의 분위기가 다르고 사용하는 주된 능력도 달라 스테이지마다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분이 든다. 오픈 월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 탐험할 수 없는 장소가 있어도 게임을 좀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다른 아이템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수집 요소가 존재하는데 기존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쉬운 편이라 몇번의 시행착오 내에서 처리가능하다. (물론 3D 플랫포머 게임의 고질적인 단점인 얇은 공간(밧줄 등)을 지나가는 구간에서는 좀 답답할 수 있겠지만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각 행성의 마지막 스테이지는 그 행성의 보스와 1:1로 싸우는 것이다. 컨트롤을 잘 하지 못해도 문제없다. 몇번의 실패를 거치다 보면 보스의 난이도가 확 내려가는 것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 번 때릴 거 세 번 때리면 끝나거나, 보스가 중간중간 회복 아이템을 마구 던져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물론 해당 장르에 자신 있는 유저들을 위해서 꽤 어려운 난이도의 도전 모드와 조작만을 위한 플랫포머 전용 모드가 준비되어 있으니 게임의 숙련자라면 이쪽을 도전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소녀 주인공과 소녀 악당
<A hat in time> 의 메인 캐릭터는 당연히 모자 소녀다. 모자 소녀는 수염 소녀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면서 게임 속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앞선 다른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타 장르에 비해 플랫포머 장르 속 여성 캐릭터들은 좀 더 많이 납치당하고 구원의 대상이 되거나, 게임 속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해오곤 했다. 최근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들은 그런 경향성 대신 좀 더 어둡거나 뭔가 성찰하는 분위기로 유행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대작 게임에서는 여전히 남성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A hat in time>은 고전적인 플랫포머 게임의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하면서도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모자 소녀는 혼자 넓은 우주선 안에서 생활하며 우주선을 고친다. 우연히 만나게 된 수염 소녀는 모자 소녀가 가진 시간 조각을 훔쳐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자 소녀와 대립한다. 최근에 나오는 많은 게임 속에서 보여주는 심각함 대신 <A hat in time>은 카툰 풍의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해나간다.
마리오, 크래쉬 등 다양한 플랫포머 장르 속 남성 주인공들 사이에서 거의 사라져가던 3D 플랫포머 장르의 부활을 알린 시리즈의 주인공이 모자 소녀라는 점은 어찌 보면 조금은 의미 있는 변화 아닐까? PC, PS4, Xbox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게임이 제공되니 원하는 플랫폼으로 게임을 즐기면 된다.
발매일 : 2017년 10월 6일, 공식 한글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