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이냐 하면
역병으로 인해 인류의 대부분은 사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찾아온 강추위로 인해 역병이 번지는 것은 막았지만 많은 이들이 추위로 목숨을 잃은 상황. 마을에서 홀로 살아남은 요한은 언제부터인가 원치 않는 영혼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요한은 우연한 계기로 동면하던 무녀인 페이를 만나게 된다. 무녀의 일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로켓에 담아 우주로 보내는 것, 영혼을 우주로 보내면 죽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둘은 함께 힘을 합쳐 멸망한 세계 속에서 로켓을 위한 부품을 모으고, 로켓을 발사시켜 영혼을 위한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
<Opus : 영혼의 다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Sigono Inc 사의 신작이다. 전작인 <Opus : 우리가 지구를 발견한 날> 과 마찬가지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룬다.
무녀의 존재
많은 게임 속에서 무녀라는 한 가지 이미지로 그려지곤 한다. 신에게 기도하거나 염원을 전달하기 위한 수동적인 존재로 자신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존재. 그런 수동성 때문인지 쉽게 성적 대상화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OPUS : 영혼의 다리> 에서의 무녀는 신에게 기도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엔지니어에 더 가깝다. 게임 속 페이의 대사를 통해 무녀의 학교에는 영혼 의식 외에도 외에도 로켓을 발사시키기 위한 기술이나 다양한 도구를 이용한 제작을 배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사소한 변주일 수도 있지만, 머리를 질끈 묶고 로켓을 위한 부품을 제작하는 페이의 모습과 합쳐져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야기를 묵묵하게 전달하기
이 게임은 유저에게 빠른 리액션이나 섬세한 컨트롤을 요구하지 않는다. 거대한 감정적 에스컬레이터 또한 없다. 뒤통수를 칠 반전이나 숨통을 조이는 방식의 스토리 진행과는 거리가 멀다. 멸망 이후 세계는 요한이 눈을 밟는 소리와 함께 유저에게 고요하게 보이고 들리며, 영혼들은 요한에게 생전에 했던 이야기나 자신의 삶을 들려주며 멸망 이전에 다양하고 평범했던 사람들의 삶이 어땠는지 알려준다.
로켓을 위한 부품을 모으다 보면 세상이 어떻게 붕괴하게 됐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하나둘 드러난다. 처음에 갈 수 없던 장소를 다른 소품을 만들어 이동하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게임 속의 멸망한 세계를 돌아다니며 부품을 얻는다. 서브 퀘스트를 강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강박적으로 즐길 필요도 없다.
게임 초반부에 페이와 요한이 주고받는 대사를 보다 보면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염세적으로 변한 요한의 툴툴거림에 지치는 게이머들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전작을 플레이해 봤다면 전작의 주인공하고 비교되기에 좀 더 그런 감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전작도 재미있답니다
전작인 <OPUS:우리가 지구를 발견한 날> 에서는 인공지능 애머스가 자신을 만들어준 박사의 홀로그램과 함께 우주 한복판에서 사라진 지구를 찾는다. 애머스와 박사를 보기 위해서라도 이 게임의 전작을 한 번쯤은 플레이 해 볼 가치가 있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우주 한복판에서 1인칭으로 자신의 이름을 쓰는 작은 로봇이 등장하고 지구 환경과 조성이 같은 행성을 찾아가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두 게임 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발매되어 있으니 원하는 기기로 플레이하면 된다. Sigono Inc 사의 게임들은 뛰어난 음악성으로도 유명하니 음악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매체로 플레이하기를 추천한다. 인 앱 결제가 여러 가지 존재하지만, 상당수가 후원용으로 몇가지 스킨과 애완 동물(!) 등을 추가해준다. 최소 금액만을 결제해도 게임을 즐기는데 지장은 없다. 몇몇 플랫폼에서는 초반부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플레이해보고 맘에 들면 결제하면 된다.
발매일 : 2018년 2월 8일 (공식 한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