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환원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 <환원>은 원래 스팀에서 구매 가능한 게임이나, 현재 상점 페이지가 닫혀 있는 상태입니다.
어떤 게임이냐 하면
1980년대의 대만, 촉망받는 각본가인 두펑위는 유명 여배우인 궁리팡과 결혼하여 금쪽같은 딸을 낳고, 그 딸은 엄마를 닮아 노래에 재능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림 같았던 가족의 행복도 잠시, 두펑위의 각본은 번번이 거절당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딸마저도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게 된다. 두펑위는 자고관음에게 기도를 드리면서 ‘공덕’을 쌓으면 딸의 병이 나을 거라는 믿음을 안고 점점 종교에 심취하게 되는데...
기록을 쫓아가는 이야기
이 게임은 1인칭 호러 어드벤처 게임으로, 주인공은 두펑위의 시선으로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오가며 가족의 역사를 훑어 나간다. 각기 다른 시간대의 집은 대문을 열면 옆집을 드나들듯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있고 집 안에 들어가면 눈에 띄는 위치에 달력이나 시간을 알 수 있는 물건들이 놓여있다. 돌아다닐 때 얻은 단서들은 주변의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키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게임은 시작부터 불행을 암시하는 듯한 분위기다. 어둑어둑한 조명과 음산한 음악, 표정없는 인형들의 움직임까지. 1인칭 게임은 보통 주인공의 입장에서 이입하기 쉽도록 구조를 짜는데, 이 게임은 주인공을 변호하는 대신 그가 어떤 짓을 했는지 묵묵히 보여준다. 이 것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그가 어떤 짓을 했지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한다.
가해자
게임 내내 두펑위는 사이비종교에 빠진 가부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우연히 벌어진 기적같은 일은 그가 종교를 더 맹신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가족간의 소통은 점차 단절된다. 풀린 줄 알았던 문제는 안쪽에서 곪아만 간다. 두펑위가 날린 돈 때문에 배우로 복귀하겠다는 아내를 ‘자신의 체면을 망친다.’며 비난하고, 딸인 메이신과의 약속은 번번이 어긴다.
게임 속에서 섬뜩한 분위기를 만드는 인형과 후반부에 자신을 추격하고 몰아세우는 괴물은 명백히 딸과 아내의 모습이다. 두펑위가 안정을 느끼는 공간은 부적과 지고관음의 탱화가 붙어있는 장소로, 괴물이 된 아내가 고통스러워하며 감히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그가 그곳에서 괴물을 몰아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궁리팡이 인터뷰에서 남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이 게임의 장르가 호러가 아닌 블랙코미디로 느껴지게 한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환원-Devotion>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소재를 잘 풀어낸 게임이다. 해당 장르에 친숙하지 않더라도 가족과 종교에 관한 비극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중간중간 퍼즐이 존재하는데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며, 공포 게임 특유의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은 적은 편이다.
붕괴한 가족의 역사를 돌아보는 게임이기 때문에 가정폭력이나 종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 플레이하기 힘든 구간이 존재한다. 후반부에 간접적이지만 고어한 연출이 있는 것 또한 주의하자. 공식 한글화가 되어 있다.
발매일 : 2019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