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이냐 하면
메들린은 셀레스트 산을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거칠고 험난한 산은 저마다의 이유로 산을 오르려는 이들을 묵묵히 받아주고 있었다.
메들린은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산을 오르고 나면 뭔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희미한 기대를 품고 산을 오르는 첫 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산을 오르려 결심했던 이유를 하나 둘 깨닫기 시작한다.
플랫포머 장르인 이 게임은 이전에 리뷰했던 <A Hat in Time> 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둘 다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이쪽은 여러번 게임 속에서 죽어 가면서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Super Meat boy>와 닮았다. 결코 쉬운 난이도가 아니라는 소리다. <Super Meat Boy> 가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힘들고 거친 역경을 이겨내는 게임이라면, <Celeste>는 벽을 세운 자기 자신과 대화를 꾸준히 시도하는 게임이다.
<Celeste> 의 복잡한 난이도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여러 번 도전하게 만든다. 목표한 곳에 한 번에 다다르기엔 결코 쉽지 않다. 이런 류의 게임 속에서 실패란 단순히 주저앉는 베드 엔딩이 아닌 돌파구를 찾아내기 위한 여러 번의 시행착오다.
같은 화면 내에서 다음 화면으로 이동할 때 정확한 조작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보면 점점 산의 정상으로 한 걸음씩 올라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몇번의 실패에도 나도 모르게 한 번만 더! 를 외치게 된다. 게임 속 디자인은 현실의 직접적인 은유다. 우리는 끊임없는 장애물 한복판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눈 앞에 보이는 결과를 얻기 위해 달리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결정적인 일이 발생하기 직전에 결과가 두려워 차라리 망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Celeste>의 주인공인 메들린은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병을 원망하고 부정하며 나아가 그것을 아예 없애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이것은 자기 자신이며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인정하고 함께 가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런 매들린의 대화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준다.
이 게임은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방문한 아니타 사키시안이 추천했으며, 그 외 매체들도 이 게임을 극찬했다. <Celeste>는 우울증을 가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주인공을 단순히 나약하거나 흔들리기만 하는 모습으로 그리지 않는다. 자신과 자신의 마음의 병을 극복해나가기 위한 과정을 그리면서도 그 과정 속에서 그는 지나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메들린은 깨닫는다. 정상에 오르건 오르지 못하건 그 과정에서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은, 특히 자기 자신과의 대화와 역경 사이에서 나온 스스로에 대한 이해는 더 나은 자신이 되어 앞으로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어렵다면서요?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플랫포머 게임에 익숙치 않은 모두를 위해 어시스트 모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어시스트 모드는 여러가지가 존재하는데, 스테이지를 아예 건너 뛸 수도 있고(그러나 이 경우 이벤트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추천하지는 않는다.) 매달리기나 점프력을 향상시켜주기도 한다. 심지어는 장애물에 찔려도 죽지 않는 모드까지(!) 존재하고 있어 모두 켠 상태로 게임을 한다면 빠른 시간 내로 엔딩을 볼 수도 있다. 이 경우 게임이 전하는 메세지가 바로 와닿지 않을 순 있다. 게임 조작에 익숙하지 않지만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발매되어 있으나 비공식 한글 패치는 PC 버전에만 적용된다.
발매일 : 2018년 1월 25일
비공식 한글 패치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