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타 사키시안: 혼자 싸우지 마세요, 우린 함께니까

알다게임여성 주인공인터뷰

아니타 사키시안: 혼자 싸우지 마세요, 우린 함께니까

딜루트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는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게이머 게이트 사건으로도 한국에 익히 알려진 아니타 사키시안. 그의 강연이 있기 직전, 그를 만나 게임과 페미니즘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 

아니타 사키시안. 사진 Olga Shmaidenko

Q: 한국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게이머게이트 사건과 “Tropes vs. Women in Video Games” 관련 영상으로 유명하십니다. 그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A: (웃음) 전혀 몰랐어요. 전혀.

Q : 그 사건은 한국에서도 정말 충격적이었거든요! 최근 하고 계신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A : 페미니스트 프리퀀시 활동은 전반적인 팝 컬쳐에 대한 활동입니다. 게임 외에도 다양한 대중문화를 포함해서요. 최근에는 팟캐스트 등 여러가지 미디어로 확장하고 있고요. 가을에는 역사 속의 여성들이라는 내용을 주제로 책을 발간하려 하고 있습니다.

About Games

Q: 당신이 패드를 붙잡고 있는 어릴 적 사진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아니타는 자신의 어릴적 사진 이야기를 할 때 살짝 웃었다.) 게이머로서 우린 지금까지 많은 여성 캐릭터들을 봐 왔는데요. 당신이 게임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여성 캐릭터를 간단한 이유와 함께 몇몇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요.

A: 오, 이건 좀 큰 질문이네요. 이미 알고 계시지만, “Tropes vs. Women in Video Games” 에는 비디오 게임 역사상 등장했던 많은 여성 캐릭터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요. 물론, 그곳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부정적인 예가 더 많긴 하지만요. (웃음)

그래도 최근에는 여성 캐릭터들이 확실히 전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로 구축되고 있어요. 최근에 플레이 한 게임 중에 “셀레스트” 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은 우울증에 걸린 젊은 여성이 등장합니다. 이런 캐릭터의 등장은 기존과는 다른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데 한몫했지요.

Q : 최근 들어 게임 속에서 다양한 체형의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버워치의 자리야나, 메이같은 캐릭터들이요. 흥미로운 사실은 기존의 슬랜더한 타입이 아닌 방식의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면 남성들은 그것에 반발이라도 하듯 그런 캐릭터를 유머스럽게, 낯춰서 대한다는 거예요! 이런 행위는 어떤 심리에서 비롯됐을까요?

A :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에는 더 다양한 타입의 여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리야나 메이는 일종의 빅 사이즈 캐릭터로 등장했고,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의 타입과는 달라요. 이런 식으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여성성이 게임에 반영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것처럼 나타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일종의 백래쉬라 생각해요. 이것은 기존의 남성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층으로서의 권리 의식에 기반합니다.

지난 10여 년 간, 게임 속 마케팅은 대부분 남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어요. ‘누가 게임을 할 것인가?’ ‘누가 세상을 구할 것인가?’ 의 대상에 여성들은 포함되지 않았죠. 그것들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당연히 그것이 자신의 것이고 자신이 누려야 될 것으로 훈련받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자신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죠.

이런 현상은 지금의 대중문화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많은 광고나 매체에서 남성들은 좋은 직장을 갖고, 예쁜 여성을 얻고, 좋은 차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워 옵니다. 여성은 반대로 그들 뒤의 배경이 되거나, 구원을 받는 존재가 되거나, 누군가의 보상이 되죠. 이런 상황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여성의 이미지는 기존의 것을 위협하는 존재가 됩니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보면 (※ 해당 인터뷰를 하기 전날, 스타워즈 작가인 캐슬린 케네디와 배우인 켈리 마리 트랜에 대해 거대한 사이버불링이 발생해, 결국 이 둘은 소셜 계정을 폐쇄했다.) 기존과는 달리 여성 캐릭터나 유색 인종이 더 큰 역할과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기존의 팬보이들이 납득할 수 없으며, 자신들의 것이 빼앗겼다고 생각해 정말 강하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게임 얘기로 돌아가면, 서구권의 경우 이런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한 환상이 사람들의 마음 속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를 바꿔야 한다거나, 여성들이 등장해서 당신이 즐기던 게임의 내용이 옳지 못하다고 하면 ‘어떻게 감히?’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죠.(웃음) 반면에 오버워치에서, 다양한 이미지의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했을 때 많은 여성 유저들은 환호했어요. 통계적으로도 오버워치는 다른 게임보다 여성 유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Q : 디스아너드 2의 경우 디스아너드 1에 대한 당신의 비평을 보고 그것을 수용해서 많은 점이 개선되었거든요. 이런 사례가 더 있나요?

A : 음…(웃음) 이건 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에요! 지금 대중문화는예전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되고 있거든요.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평론가가 꾸준히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한 비평은 그 중 일부분이죠.

지난 5년간 많은 여성 캐릭터나 유색 인종 캐릭터가 등장했어요. 문화적인 소통의 대상이 기존과는 달리 점점 많은 대상을 향해 이동하고 있어요.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왔기 때문이죠.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몇년 전에 유비소프트에서 여성을 애니메이팅하기 어렵다고 개발자들이 불평을 한 걸로 크게 논란이 된 적 있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나온 어쌔신 크리드-신디게이트에는 남성 외에도 여성과 트랜스 남성(시리즈 최초로), 유색 인종 등 다양한 타입의 사람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전작에 비해 많은 개선점으로 호평을 받았던 <Assassin's Creed Syndicate> 이미지 제공, Ubisoft

가끔 게임 개발자들이나 게임사에서 연락이 와요. 당신 리뷰를 봤는데, 이런 지적들이 굉장히 의미 있게 느껴지더라. 차기작에는 많은 점을 개선하겠다. 같은 연락이요. 이런 연락을 받으면 굉장히 뿌듯해지고요.

Q : 유비소프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쌔신 크리드:오리진> 같은 경우는 야야를 투 톱 주인공으로 홍보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해 놓고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꽤 있죠?

A : <어쌔신 크리드:오리진>에 대해 이런저런 얘길 듣긴 했는데 아직 플레이해보지 못했어요! 왜 그랬지? (웃음) 사실 좀 웃기죠. 과거에는 여성 캐릭터가 나온다고 해놓고, 홍보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꽤 었어요. Bioware 사의 <매스 이펙트>에는 여성 셰퍼드(주인공)가 등장하는데, 게임 패키지의 커버나 게임의 홍보에는 오직 남성 셰퍼드만 등장해요. 게임을 홍보하는 대상이 여성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최근에는 “우리도 여성 캐릭터가 있어요! 다양해요!”라고 홍보를 해요. 게임사에서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별 것 아닌 경우들이 더러 있죠. 재미있게도 말이에요.

Q : 메릴 스트립은 로튼 토마토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많은 심사위원이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평론가나 리뷰어들 또한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것이 미국의 박스오피스를 제작하는 방향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게임 또한 마찬가지로 게임 리뷰 사이트나 유튜브 창작자들 또한 대부분이 남성이고요. 이런 매체의 성비가 게임사의 개발 방향을 정하고 더 나아가 게이머의 취향을 만들어내게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A : 물론이죠! 게임산업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젊은 남성일 것이라는 것을 전제에 두고 모든 행동과 작업이 이루어져요. 그 외의 대상에 대해 마케팅을 하고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부족한 편이죠.

모바일 게임이나 캐주얼 게임의 경우 정말 많은 여성 유저들이 플레이해요. 이 시장은 절대로 무시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에요. 엄청난 돈을 만들 수 있는 시장이죠. 점점 커지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계는 비디오 게임에 대해 언급할때 그것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요. 대형 온라인 게임이나, 슈팅 게임같은 걸 만들고 그것을 주력 홍보 상품으로 삼죠. 남성 유저들에게 어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요.

Q : 우리만이 ‘진정한 게이머’니까?(웃음)

A : 네 정확히 그런 거죠.(웃음) 그래서 게이머란 무엇인가? 게임이란 무엇인가? 라고 할때 확장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Q : 방금 이야기와 연장되는 것 같기도 한데, 특이하게도 몇몇 게임의 경우(<건 홈(Gone Home)>이나 <허 스토리(Her story)> 같은) 경우는 매체의 평가와 유저들의 평가가 크게 갈려요. 악성 댓글들도 많이 달려 있죠?

A : 사실, 저는 유저들의 그 반응이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건 홈>의 경우는 굉장히 성공한 게임이에요. 게임 스튜디오를 옮기는 데 기여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게임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은 양이 팔렸고, 평점도 높지요. 물론 무엇이 성공한 게임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할 수 있어요. 유저의 평가? 평론가의 평가? 판매량? 이중 무엇이 성공적인 게임이냐는 다를 수 있지만, 제작사나 저는 그것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요.

독특한 게임 방식으로 게임 산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경계를 넓히는데 기여했죠. 현재도 유사한 장르의 게임이 꽤 나오고 있고요.

다만 ‘Gone Home’은 독특한 방식으로 나온 ‘첫 번째’ 게임이에요. 기존과는 다른 낯선 방식에 ‘진정한 게임이란 이런 것이다.’라며 그 게임의 순수성을 지키고 싶어하는 소수의 남성 유저들의 반발 심리가 튀어나왔어요. 엄청난 반작용이 있었죠. 그러나 그들이 그 게임의 팬들의 전체 의견을 반영하는 건 아니에요. 그것을 즐겁게 플레이한 보통의 게임 유저들도 많았고, 여성 유저들과 퀴어 유저들에게는 분명히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습니다.

About Feminism

Q: 페미니스트 프리퀀시 관련 활동을 하면서 많은 일을 겪으셨어요. 그런 일을 여러 번 겪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칠 것 같거든요. 견뎌내기 위해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셨나요?

A : 사실 중요한 것은 지지자를 찾고 함께 연대하는 과정입니다.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건 불가능하죠. 그런 일로 힘들어하게 될 때, 주변에서는 쉽게 말합니다. 그냥 막아/ 무시해버려/ 블락해. 그렇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이 사라지지 않아요! 그들의 목적은 공론장에서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발언을 쫓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침묵하게 된다면 그들의 손을 들어주는 셈이겠죠.

물론 힘들어요. 너무 힘들면 잠깐은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제 이름을 인터넷에 전부 찾아보기도 했고,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스트레스 받기도 했어요. 모든 악플을 다 볼 필요가 없어요. 빚진게 아니잖아요. 그럴 때야말로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잠깐 쉬어가는 게 중요해요. 저는 취미를 찾고, 밖에 나가서 운동도 하고 그랬어요. 살아남기 위해선 자기자신을 챙겨야 해요. 장기전이니까요.

절대로 혼자 싸우지 마세요. 저는 페미니스트 프리퀀시를 통해 지지하는 편을 찾았고 서로 존중하면서 함께 일하고 그런 과정이 도움이 됐어요. 그들이 항상 뒤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Q : 마지막 질문이네요. 바로 지금, 한국의 게임 업계 속 많은 여성들은 “게이머게이트” 사건의 한국 버전을 겪고 있습니다. SNS에서 페미니스트의 트위터를 리트윗하거나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사상검증을 받기도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것이 잘못된 일인 것을 알면서도 생존의 문제 때문에 입을 열지 못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 현장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해 격려의 말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말씀하신 얘기를 들으니 정말 끔찍하네요! 제가 겪었던 일들 때문일까요? 많은 장소에서 사람들이 저에게 “뭘 해야할지 말해 주세요!”라고 묻습니다.(웃음)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하세요. 라고 조언하기엔 분명 불편한 부분들이 존재할 거에요. 다만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발생했었고 지금도 발생 중이라는 사실은 말해주고 싶어요.

미국에서도 초반에 굉장히 많은 상황과 반작용을 겪었어요. 피해를 본 건 말할 것도 없죠.

여성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인터넷에 냈던 해시태그 #1reasonwhy 

처음에는 한두 명의 여성들이 자신들이 겪었던 일을 용기 내서 얘기했고, 그 일 이후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겪었던 불평등에 대해 ‘이것은 옳지 않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고 목소리를 한데 모았어요. 작은 시작으로 연대를 시작해 큰 집단의 목소리로 이어졌어요. 의미 있는 흐름이 되었지요.

그런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에요. 직장을 잃고, 승진에서 누락되고, 괴롭힘을 받는 등 실질적인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잖아요, 현실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운동을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겠지요.

게임은 국가의 틀 안에 갇혀 있지 않은 글로벌한 사업이에요. 미국이나 유럽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많은 게임 업계 속 여성들이 비슷한 투쟁을 하고 비슷한 사건을 겪고 있습니다.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고 존중하며 그들이 함께 모여 연결되어 목소리를 낸다면? 그 힘은 엄청날 거예요. 여러 명이 함께 모여서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페미니즘에 관한 사건들은 그 사회의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이나 젠더 역할등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들을 어떻게 대응하느냐? 어떻게 개선시켜야 하느냐에 관한 질문은 그 곳에 살고 있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에게도 직면한 문제이지요. 금방 개선되지는 않을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혼자가 아닌 여럿이 더 중요합니다.

그는 인터뷰 이후 이어진 강연에서 자신이 겪은 피해 사례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 때로는 지치지만, 자신과 같은 일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여러 번 강조하며 말했던 것처럼, 작은 목소리들이 한 데 모여 큰 목소리로 변하고 그것이 세상이 변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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