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32. 링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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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32. 링피트

딜루트

이미지 제공 Nintendo

어떤 게임이냐 하면

운동이 유행은 유행인가보다. 유튜브에 각종 운동 채널이 생기고 근손실에 대한 자학 유머가 인터넷을 떠돌아다닐 때, 집에서 할 수 있도록 피트니스와 게임기능을 합친 <링 피트:어드벤처>가 발매됐다. <링 피트 어드벤처>는 콘트롤러에 필라테스링처럼 생긴 링을 결합해 화면을 보고 동작을 따라 하는 게임으로, 홍보 동영상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닌텐도에서 예전에 발매한 <위핏>이 소위 말하는 ‘3일 게임기’ 였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잠깐 해보지만 재미가 없어 먼지만 쌓이고 만다는 것.) 그러나, <링 피트 어드벤처>의 발매일 이후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이 만화, 유튜브, 사진 등으로 자신들의 운동 후기(를 빙자한 고생담)를 공유하자 게임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곧 전국적인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이 게임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재미는 있을까? 이번 리뷰는 한달 남짓한 시간동안 <링 피트 어드벤처>를 플레이한 기록이다. 일주일에 평균 3~4회 플레이했으며 1회 플레이 시간은 게임 시간으로는 20~30분 정도, 스트레칭 및 기타 활동 시간을 포함하면 40분가량 플레이했다.

참고: 글쓴이의 건강 상태

건강 문제로 갑자기 체중이 급격히 증가해 관절에 무리가 가고 있다. 보건소에 가면 ‘생존을 위한 근육’만 존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기에 여러 운동을 조금씩 건드렸지만 두 달을 넘긴 적이 없다. PT도 홈트레이닝도 스쳐 지나갔기에 근력 운동을 할 때 집중해야 하는 부위가 어딘지 대충은 알고 있지만 정작 힘도 체력도 없어서 올바른 자세를 하기 어려운 상태. 아마 많은 직장인이 이런 상태 아닐까?

상황에 따라 운동강도를 정할 수 있다. 이미지 제공 Nintendo

1주차
(운동부하 6)

적응기. <위피트>의 기억때문에 심드렁했지만, 게임을 켜고 5분 만에 생각이 뒤집혔다. 허벅지와 링 총 두 군데에 존재하는 센서가 운동움직임을 정확히 측정하게끔 도와준다. 첫 플레이 때 나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부하를 설정하는 단계가 있다. 이것은 사람이 링을 당기고 조이며 조작에 적응하는 단계이기도 하므로 제법 진이 빠진다. 운동 강도는 6으로 시작했다. 원래도 하체운동을 심하게 하면 현기증과 구토가 발생하는 타입인데 아니나 다를까, 게임을 플레이한 후 속이 메스꺼워져 게임 후 한참을 누워 있었다. (*구토와 같은 현상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기초체력 부족인 경우가 많다. 심폐력이 부족해 산소가 하체에만 집중될 때 생기는 현상으로,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2주차
(운동부하 6->15)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게 익숙해지고, 레벨업을 하면서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이 생기자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1주 차에서 했던 스테이지는 운동 소프트웨어의 느낌이 강했다.) 운동 후 맥박 측정 단계에서 뭔가 부족함이 느껴져 슬금슬금 운동강도를 올렸다. 강도 증가에 대한 공포심과는 달리 막상 운동강도를 올리니 횟수가 조금 늘어나는 게 전부였고, 매일매일 운동강도를 올렸다.

3주차
(운동부하 15)

부위 운동이 좀 더 세밀해지고, 속성 공격을 본격적으로 활용했다. 마을에서 보조 임무를 주는 걸 체크해서 기록을 세우고, 스킬들을 재정비하여 공격력이 낮은 기술들을 넣고 뺐다. 자연스럽게 초반 스킬인 스쿼트가 빠지게 되어 아쉬웠지만, 이 게임은 그럴 거라는 사실을 예상했다는 듯이 온갖 부분에서 스쿼트를 시켰다. 상자 열기, 점프하기, 그네타기 등등. 1~2주 차가 운동을 배우며 재미를 느꼈다면 3주 차부터는 게임의 재미를 느끼는 단계였다.

4주차
(운동부하 15->17)

운동시간이 증가했다. 운동 기술이 늘어나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부위별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스킬을 배치한 것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하체 운동 셋트를 즐겨했다. 게임을 하며 나도 모르게 오만상을 쓰고 몬스터들의 행동에 역정을 내며 게임을 하다가도, 막상 다음날 운동을 한 부위에 근육통이 생기면 뿌듯함이 느껴졌다.

화면을 보며 달리는 것 뿐인데도 굉장히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미지 제공 Nintendo

효과

식이를 하지 않아 드라마틱한 체중의 변화는 없지만(1kg도 안되는 체중의 변화였다), 확실히 몸은 가벼워졌다. 계단을 한 층 이상만 올라도 숨이 찼는데 조금 더 올라가도 무리가 없었고, 실생활에서 예전보다 잔 근육이 발달하여 쉽게 열수 없었던 병뚜껑 등을 쉽게 열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어깨와 목 근육의 뭉침으로 인해 자주 발생하던 두통의 빈도가 확 줄었다.

단점

일러스트 킨지

기초체력이 없는 사람에게 적합하지만 운동 경험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시작하면 잘못된 자세로 게임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어떤 자세에서는 무슨 근육을 쓰면 안 된다는데 그게 무슨소린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도 최근 유튜브 등에는 <링 피트 어드벤처>를 바른 자세로 플레이할수 있는 가이드들이 존재하니 이런 동영상을 보고 자세를 점검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단순히 번역의 문제일까? 이미지 제공 Nintendo

성별에 따른 플레이어 캐릭터의 외형이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영미권 버전에서 ‘Waist set’ ‘ABS set’처럼 부위별로 운동 셋트 명칭을 지정했다면, 국내판에서는 ‘매끈한 허리’ ‘볼록한 배 개선’ 등으로 번역되었다. 운동 중간 효과를 설명할 때 ‘매끈한 다리에 도움이 된다’ 같은 대사로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모습은 단순히 플레이어가 이해하기 쉽게 번역하려 했기 때문에 그런 용어를 썼을까? 하는 의문과 아쉬움을 남게 한다.

장점 

일러스트 킨지

헬스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거리라고 했던가. 운동하러 가는 거리가 비약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켜기만 하면 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날씨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사일런트 모드가 있어 층간소음 걱정도 없고, 신체의 특정 부분이 불편한 경우 그 부위는 넘기고 할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한다.

결정적으로, 게임이 재미있다. 아무리 운동 프로그램이 좋아도 동기가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식이요법을 크게 바꾸지 않는 이상 근육과 체중의 변화는 천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하다 흥미를 잃곤 하지만, <링 피트 어드벤처>는 게임을 통해 바로바로 캐릭터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 계속 게임을 하는 동력을 만들어준다. 게임을 좋아하고 운동에 관심이 있다면 <링 피트 어드벤처>는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플랫폼 : 닌텐도 스위치 (정가는 84,800원이다. 품절일 때 소매업자들이 웃돈을 붙여 파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로 그 가격에 사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스위치 라이트는 기기 특성상 플레이가 불가능하므로 일반 스위치를 구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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