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마지막. 숏 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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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마지막. 숏 하이크

딜루트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어떤 게임이냐 하면

클레어는 이모의 손에 이끌려 섬에 도착했다. 고즈넉하고 따뜻한 이곳은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나지만, 중요한 전화를 기다리는 어린 클레어에겐 주변의 풍경이 따분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섬에 도착하고 잠시 후, 클레어는 곧 자신의 핸드폰이 수신 불가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산 정상에 오르면 연결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모의 말을 듣고, 클레어는 산 정상을 향해 하이킹을 시작한다. 그리고 곧 주변의 따분한 풍경은 클레어에게 모험이 된다.

선의로 가득 찬 세상

<숏 하이크>는 워킹 시뮬레이터 게임으로, 섬의 정상에 오른다는 거대한 목표를 두고 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섬의 주민들과 교류하는 내용이다. <동물의 숲>을 오마주한 느낌이 물씬 나는 마을 주민들은 따뜻하게 클레어를 환영해준다. 이들은 여러 번 말을 걸면 다른 대답을 하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게임 속에는 그 흔한 퀘스트 마커나 지도도 없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는 기억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고, 이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정상을 오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도 아니기에 마을 사람들간의 교류는 자연스럽게 선의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고전 게임처럼 느껴지는 그래픽은 친숙함과 향수를 준다. 이미지 제공 adamgryu

클레어는 산들바람이 부는 곳에서 낚시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모두가 이길 수 있는 ‘비치스틱볼’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친구와 산등성이를 뛰고 날아다니며 달리기 경주를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은 누군가에게 패배감을 주면서 승리를 빼앗는 행동이 아니다.

산을 오른다는 것

산을 오르며 정상부에 가까워면 주변의 온도가 낮아져 비행하는데 자연스럽게 제약이 발생한다. 보통 난이도 조절을 위해 놓을 법한 이 장애물은 반드시 인근에 해법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클레어의 하이킹은 초반엔 조금 헤맬지라도, 온기와 친구들의 응원으로 산 정상을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는 과정이다.

마침 정상에 다다랐을 때 쏟아지는 빛과 이어지는 이야기는 마음을 간지럽힌다. 이미지 제공 : adamgryu

게임을 끝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섬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어 짧지만 즐거운 산책을 하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비행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계속 날아다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소소하게 도감을 채우고, 작은 도전 과제들을 푸는 재미가 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긴 플레이타임의 게임을 할 여유가 없을 땐 클레어와 함께 섬을 이곳저곳 돌아다녀 보자. 비공식 유저 한글패치가 존재하며 PC로만 플레이 할 수 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많은 인기 게임이 실시간으로 경쟁을 요구하고 순위를 앞세워 누군가에게는 패배감을 줄 때, 게임 속 성취를 위해서 집중력과 고난도의 반복 플레이를 요구할 때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피로감으로 인해 게임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한동안 소개했던 인디 게임들은 전부 일상의 휴식처를 제공하는 게임들이었다. 인디 게임 씬에서 스스로가 배제되었다는 느낌 없이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플레이 할 수 있는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반드시 대형 게임사의 게임들만이 좋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 게임 속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많은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발매일 : 2019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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