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않바이크: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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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전도사

이 글의 제목은 봄알람의 <외않페(외롭지 않은 페미니즘)>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나는 트위터에서 바이크전도사란 닉네임을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문의를 받게 되는데, 모터바이크에 입문하려는 이의 입장에서 보니 필요한 정보를 총망라한 입문가이드를 찾아보기가 은근히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 지식인이나 바이크동호회카페 같은 곳에 문의를 하면, ‘여성분이 위험하게 왜 바이크를 타려고 하세요. 아무래도 여자가 타기엔 힘들죠. 편하게 남친 뒤에 타세요.’ 아니면 ‘여성분이 바이크를 타시다니 멋집니다! 같이 타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카톡아이디 ***** 연락주세요’ 같은 여성혐오가 가득한 소리를 듣기 십상이고, 그런 소리 듣기가 싫어서 나한테 문의한다는 분들도 많았다. 또한, 리뷰나 여타 정보들도 대부분의 남성의 체격을 표준으로 가정하고 있어서 체구가 작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도 적다. 결국 여성혐오가 없는 바이크 콘텐츠를 찾다 찾다 열받아서 내가 직접 여성친화적 리뷰와 바이크 입문 가이드를 쓰기로 했다. 

바이크는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키도 위험하고 스킨스쿠버도 위험하고 자전거도 위험하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위험성에 대해 분명히 인지를 하고 그만큼 그에 대해 대비를 하고 조심하면서 즐기면 된다고 여기면서, 바이크에 대해서는 인식이 어떠한가? 자, 내가 바이크를 탄다고 하자. 그럼 주변에서 꼭 나오는 말이 있다. “내 친척이, 엄마친구자식이, 중/고등학교 때 동창이,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나서 죽었다”. 마치 바이크를 타면 죽거나 크게 다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듯이 말한다. 이것은 편견이고, 편견이라는 게 늘 그렇듯이, 주변 사례는 선택적으로 기억되고 다시 그 편견을 강화시키곤 한다.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 중에 헬멧도 쓰지 않고 위험하게 운전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고가 나서 크게 다치거나 죽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안전하게 운전하고 보호장구를 잘 착용하면 사고율도 낮아지고 사고시 부상/사망률도 낮아진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라이더의 인식 차이가 발생한다.

애월조단, '안전 라이딩의 영역' 에서 인용 후 편집

안전하게 바이크 타기

  1. 첫째도 안전운전, 둘째도 안전운전이다. 방어운전, 양보운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안전하게 운전한다.
  2. 안전보호장구.

너무 기본적인 전제이지만 충분한 운전스킬과 도로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바이크에 대해 너무 겁먹거나 너무 위험한 것이라고 인식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너무 쉽게 보고 덤벼도 위험하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심과 자만은 언제나 금물.

여자가 바이크를?

여성들이 바이크에 입문하기 더 어려운 이유가 있다. 바이크가 위험하다는 인식에 젠더적 편견까지 곱해져 큰 심리적 장벽이 생기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로서,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직,간접적으로 가해지는 제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던 중 알게 된 아주 인상 깊은 실험이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일란 다님로드와 스티븐 하이네가 2006년 10월 20일자 ‘사이언스’ 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두 사람은 여성이 수학능력에서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뒤처진다는 내용만 접하고도 여성의 수학문제 풀이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들은 ‘미국 대학원 입학자격 시험’(GRE)의 형식을 빌려 여성들의 수학문제 풀이능력을 검사했다. GRE는 흔히 수학영역과 언어영역을 반복해 풀도록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수학영역-언어영역-수학영역의 순으로 문제를 풀도록 배치하고, 언어영역에 시험자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문을 배치시켜 그 영향을 살펴봤다. 즉 ‘남녀의 수학능력에는 차이가 없다’ ‘(수학에 대한 언급 없이) 남녀는 차이가 있다’ ‘남녀의 수학능력에는 차이가 있고, 이는 생물학적인 요인 때문이다’ ‘남녀의 수학능력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는 사회적인 요인 때문이다’라는 4종류의 지문을 각기 다른 집단에 주고, 이 지문 앞뒤에서 수학문제 풀이능력을 비교했다. 놀랍게도 남녀의 수학능력에서 차이가 없다거나 그 차이가 사회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문을 접한 집단의 수학 점수는 남녀의 차이가 있다거나 남녀의 수학능력 차이가 생물학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문을 읽은 집단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결국 수학문제를 푸는 사이에 남녀의 수학능력 차이가 선천적이라고 알려주는 행위로도 수학능력을 떨어뜨린 셈이다.

이 실험에서는 더 나아가 수학과 관련 없이 남녀는 다르다는 고정관념만으로 여성의 수학문제 해결능력이 저하됐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고정관념 위협효과’다. 사람들이 자신과 관련된 고정관념을 접하면 이에 맞는 행동을 보인다는 효과다. 미국 흑인의 경우 자신의 인종에 대한 내용이 강조된 상황에서 IQ검사를 하면 결과가 낮게 나온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 <과학동아> 2007년 5월호

내가 평소 갖고 있던 의구심을 정확히 증명해준 실험이었다. 이처럼 고정관념이 우리의 능력에 한계를 짓게 하는 경우가 아주 많은데, 바이크도 그 중의 하나다. 바이크, 기계, 운동신경, 이런 것들은 남성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여자들은 지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애초에 나의 것, 나의 분야가 아니라는 고정관념의 영향이 큰 것이다. 

성별에 따른, 심리와 그에 따른 결과의 차이는 주로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일어난다.

여성의 경우: 어쩌다 관심이 생겼다. 그런데 자신이 없고, 무섭고, 나는 잘 못 탈 것 같다. 실제로 도전하게 됐는데 어렵게 느껴지거나 또는 넘어진다. 남자들은 잘만 타던데.. 역시 여자는 잘 못타나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점차 포기하게 된다.

남성의 경우: 타고 싶다. 탄다. 어려울 것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다 그런 거고 넘어져도 실수일 뿐이다. 난 당연히 이걸 잘 탈 수 있다. 그리고 잘 타게 된다.

여자가 바이크를 못탈 이유는 전혀 없다. 그래서 나는 바이크를 타는 내가 ‘여성치고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고정관념 위협효과’를 이겨낸 것은 특별히 잘한 것이지만! 여자보다 남자가 바이크를 더 잘 탈 것이고 더 잘 이해할 거라는 편견도 버리자. 이것에 대해서는 나도 여전히 내 안의 편견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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