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바이크 2. 오토바이, 그거 위험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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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이크 2. 오토바이, 그거 위험하지 않아?

이비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바이크를 탄다는 얘기를 하면, 열에 여덟 정도로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위험하지 않아?

너무 자주 받은 질문이라 이제는 내성이 생기긴 했지만, 대답하기 쉬운 질문은 아니다. 대부분은 가벼운 인사치례로 하는 질문이거나, 혹은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바이크는 위험한 것으로 통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그래서 본격적인 ‘바이크 영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이 부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바이크에는 위험한 요소가 분명히 많다. 하지만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방법과 장비도 많이 고안되어 있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

바이크는 정말 위험할까?

강철의 프레임으로 안전하게 탑승객들을 보호하는 자동차에 비하면, 당연히 바이크는 너무나 위험하다. 바이크 운전자는 바이크 위에 그저 얹혀져 있을 뿐이라, 충돌사고가 일어난다면 운전자는 그대로 무언가와 충돌하거나, 날아가거나, 날아가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갖은 최신 기술들을 더해 점점 더 안전한 요새가 되어가는 자동차와는 달리, 바이크에는 애초에 그런 기술들을 넣기 어렵기도 하다. 넣을 수 있는 기술이래 봤자 조금 더 진보된 브레이킹 시스템, 더 정보를 많이 보여주는 사이드 미러, 훨씬 밝은 헤드라이트 정도다. 바이크에 에어백이 달린지도 꽤 오래 되었는데 아직도 다른 모델로 확장이 되지 못할 정도니 말 다했다.

또한 바이크는 도로의 노면 상태에 자동차보다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와서 젖어있거나, 모래가 아주 약간 쌓여있거나, 하다 못해 횡단보도를 표시하기 위해 페인트가 칠해져 있기만 해도 쉽게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는 것이 바이크다. 신호 대기를 위해 멈춰 있다가 발을 헛디뎌서 어이없이 넘어질 때도 있다.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 이륜자동차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토록 쉽게 넘어지는 한 편, 아무리 작은 바이크더라도 차체 무게는 꽤 무거워서 손쉽게 들어올릴 수도 없다.

위험한 스릴

여기에 바이크를 더욱 더 위험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바이크는 적은 돈으로 빠른 속도를 내는 모델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앞뒤로 이어진 두 바퀴로 된 차체 위에 올라타는 탑승 스타일은 운전자에게 더 예민한 반응과 높은 균형감각을 요구한다. 단언하는데 바이크는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정신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바이크의 이런 특성들은 운전자로 하여금 더 스릴 있는 주행을 하도록 유혹한다.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는 녹색 신호등이 마치 레이싱의 스타팅 시그널처럼 느껴지고, 사거리에서 좌회전만 해도 짜릿한 중력 가속도를 느낀다. 바이크를 탄다는 것은 매일 이런 충동을 이겨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객관적으로 반박불가한 앞선 이유들보다도 이런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 때문에 바이크가 자동차보다 훨씬 위험한 탈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 위험한 충동을 스스로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면 바이크는, 적어도 당신의 생각보다는 훨씬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충동들을 억제함에 있어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나 개인의 ‘뇌피셜’이 아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 협회는 교통국에서 조사한 통계를 이용해 바이크 충돌 사고의 성별, 연령별 사망률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남성 라이더들은 모든 연령에서 여성 라이더들에 비해 훨씬 많이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물론 제한된 변수 내에서 생각해야겠지만).

바이크는 스스로의 실력에 자만하고, 항상 모든 것을 낙관하고, 주위를 살피지 않으면 위험하다. 본인의 실력에 항상 겸손하고, 항상 자신을 의심하고, 주위를 살피는 일. 여성들에게는 패시브 스킬*1처럼 탑재되게끔 온 우주가 힘을 내고 있다. 원치 않는 스킬을 얻어 억울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지. 바이크를 타면 이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더욱 즐거워질 수 있다!

일러스트 이민

부상을 줄이는 안전 장비

당연히 아주 신중한 사람에게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사고는 나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니까. 이 부분에 대한 우려는 안전 장비를 착용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헬멧과 보호대가 장착된 자켓, 바지에 안전 부츠, 장갑까지 모두 갖춰 입으면 죽음의 순간을 죽을 뻔 한, 크게 다칠 뻔 한 사고로 부상의 단계를 낮출 수 있다.

안전 장비가 부담스럽고 어색해서 바이크를 타기가 싫으시다면? 그럼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하고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라이더들 사이에서 안전 장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편이다. 나의 경우는 바이크를 탈 때 항상 장비를 착용해야 안전한 것은 알고 있지만, 그걸 모든 개개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법적으로 헬멧 없이 바이크를 타도 된다(물론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주는 17-21세 미만의 라이더들 만큼은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고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바이크 라이더의 주요 장비인 헬멧의 착용을 전적으로 라이더의 선택으로 맡긴다니, 대부분의 국가에서 헬멧 미착용 주행이 불법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의아하다. 

그런데 헬멧 착용을 선택에 맡긴 경우, 법적으로 꼭 착용하도록 정해져 있는 보호장구가 따로 있다. 바로 고글 등의 보호 안경이다. 헬멧은 착용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고글 등은 착용하지 않으면 주행풍에 운전자의 눈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을 수 있고, 전방주시를 할 수 없게 되면서 타인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바이크 운전자의 헬멧 미착용은 불법이기 때문에, 헬멧만큼은 예외 없이 착용해야한다. 하지만 그 외의 안전 장비들은 스스로의 실력과 상황을 고려해도 괜찮다.

물론 안전장구를 선택적으로 착용한 만큼 머릿속에서 항상 사고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은 필수. ‘더 오버하면 저 가드레일에 박을지도 몰라’, ‘더 속도를 높이면 자동차에 박을지도 몰라’하는 생각까지 갖추고 있도록 하자.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내 이렇게 생각하고 주행하는 건 매우 피곤하다. 머리는 비우고 몸은 단단하게 입어두는 것이 차라리 편하다.

그럼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겠다. 바이크는 위험한가? 위험하다. 하지만 세간에 퍼져있는, ‘타면 죽는’ 정도의 위험한 탈것은 아니다. 여느 레저스포츠처럼 바이크 역시 위험함 속에서 안전함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의 몫. 당신은 위험한 사람인가? 아니면 안전한 사람인가? 그 답을 할 수 있다면, 바이크가 위험한지에 대한 답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 일단 익혀두기만 하면 특별한 조작이나 사용할 필요 없이 항상 발현되는 종류의 기술을 뜻하는 게임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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