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바이크 7. 시티백과 엑시브에서 로드윈과 코멧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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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이크 7. 시티백과 엑시브에서 로드윈과 코멧으로

이비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옛날에 내가 알던 ‘오토바이’라곤 택트와 시티백, 그리고 엑시브가 전부였다. 시장이나 골목에서 어르신들이 자주 타고 다니시던 투박한 스쿠터와, 중국집 배달에 자주 쓰이던 오토바이, 그리고 요란한 조명들이 잔뜩 붙은 시끄러운 폭주족 오토바이를 부르는 단어들이었다.

그 때 까지는 ‘오토바이’의 종류가 그렇게 많을 것이라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때문에 당연히 그 비슷한 것들을 보게 되더라도 그 오토바이의 이름은 택트였고, 시티백이었고, 엑시브였다. 마치 호치키스와 포크레인, 멜로디언을 부르는 것처럼.

오토바이의 대명사
시티백과 엑시브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런 유명한 이름들은 국내 이륜차 제조업으로 등록된 몇 안되는 기업인 대림자동차와 효성모터스에서 출시된 모델이었다. 특히 대림의 시티백과 효성의 엑시브는 정말 대단한 인기를 자랑하며 각각의 브랜드를 대표하던 모델이다.

시티백

시티백은 정말로 바이크에 1도 관심없는 사람마저 그 생김새와 이름을 알고 있을 만큼 굴지의 모델이다. 주로 중국집 배달용 오토바이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모델은 과거 대림혼다 시절에 혼다와의 기술제휴로 생산하게된 커브가 그 원형이다.

커브는 혼다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가 한 손에 커다란 배달통을 들고 위태위태하게 운전하는 배달원을 보고 만들게 됐다는 비화가 있다. 한 손만으로도 기어를 바꾸고 조작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볍고 간편한 바이크다. 스쿠터와도, 다른 바이크와도 닮지 않은 이 독특한 생김새는 새롭게 언더본*1으로 분류되었다. 5층에서 떨어뜨린 직후에도 바로 시동 걸고 출발할 수 있다는 괴담 수준의 전설을 갖고 있다. 

시티백 역시 이런 커브의 피를 이은 모델인 만큼, 그 내구성과 품질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림은 너무 오랫동안 이 모델만으로 많은 수익을 내왔다. 레저용 바이크의 수요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을까? 대림은 언제나 비즈니스용 모델 중심이었다. 시티백으로 상용 시장을 장악하자 그 외의 시장을 개척할 의지를 잃은 듯 보였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새롭지 않았다. 신뢰의 대림, 그리고 '사골' 엔진의 대림, 그게 라이더들 사이에서의 별명이었다.

엑시브

반면 효성의 대표 모델은 그 이름도 유명한 엑시브다. 지금은 기세가 많이 꺾였지만, 한때는 폭주의 대명사였던 바로 그 바이크. 리어*2의 쇼바(쇼크 업소버*3)를 한계치까지 높여서 엉덩이가 하늘로 올라갈 것 처럼 개조한 ‘승천쇼바’, 혹은 ‘청룡쇼바’, 또는 '바라바라바라밤~!'으로 대변되는 바로 그 엑시브.

지금은 악명만 남은 모델이지만 엑시브 역시 과거 효성이 스즈키와의 기술제휴가 이루어지던 시절에 만들어진 엔진과 차대*4, 스윙암*5을 채용하여 만든 바이크다.

엑시브의 원형을 꼽아보자면, 스즈키의 RG125 감마를 떠올릴 수 있다. 1985년에 태어나 1992년까지 출시됐고 여기에 F라는 코드명을 붙여가며 다시 1996년까지 출시된 이 바이크는 스즈키의 125cc급 고성능 스포츠 바이크다. 완벽한 밸런스와 파워풀한 엔진으로 공도 최강이라는 별명도 붙었던 바이크. 이런 고성능 바이크를 참조해 만들어진 엑시브 역시 스포츠 바이크를 지향한다.

RG125 감마에 장착된 엔진은 단기통 수냉식 2스트로크 엔진으로, 엑시브의 엔진보다 훨씬 가볍고 강한 힘을 가졌다. 엑시브에 적용된 차대와 스윙암 역시 가벼운 엔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을 터. 하지만 엑시브가 만들어지기 시작됐을 때에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2스트로크 엔진의 개발이 중단되던 때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엔진과 차대와의 밸런스가 맞지 않게 되었다.

결국 엑시브는 높은 이상과 적당히 타협한 현실, 그 사이에 안주한 바이크가 되었다. 훌륭한 품질을 가졌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바이크. 반면 대한민국에서 레저용은 커녕, 고성능 바이크를 위한 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에 이런 실용적이지도 않은 고성능 바이크를 생산해 낸 효성의 무모함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일러스트 이민

수입산 바이크의 시대
로드윈과 코멧의 신세기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의 모델이 각각의 대표 바이크가 된 채로 두 브랜드는 21세기를 맞이했다. 대림자동차는 여전히 우리나라 바이크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독식했고, 효성은 국내 최초로 650cc의 대형 엔진을 만들어냈다. 

로드윈

대림은 훌륭한 내구성을 가진 로드윈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멋스럽지 않아 레저용으로는 인기가 없었고 퀵 서비스 운송을 주로 하는 라이더들이 주로 찾았다. 효성은 비슷한 카테고리에 250cc와 650cc의 라인업으로 코멧이라는 모델을 발표했다. 드디어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로 즐길 수 있는 국산 미들급 바이크가 출시되었다.

코멧

하지만, 그 사이 시장이 변했다. 1990년대 말, 수입 중대형 바이크의 수입 제한이 해제되었다. 대만과 태국에서 생산된 저렴하고 썩 좋은 품질의 스쿠터와 바이크들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성능은 의심스럽지만 가격만큼은 훌륭한 중국산 스쿠터들도 수입되었다. 상용차 시장은 작아지고, 레저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변화에 두 브랜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대림은 아직도 요지부동으로 상용차만 만들어내고 있었고, 효성의 품질은 사람들이 쉽게 믿지 못했다. 심지어 효성은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다. 이름이 S&T로 바뀌었다가, 다시 KR모터스가 되었다.

길 위에 서있는 바이크들 중 열에 네다섯은 시티백이요 엑시브였지만 바이크를 레저로 즐기는 사람들은 국산 바이크를 좋아하지 않았다.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안전한 품질에 훌륭한 성능을 가진 일제나 대만제 바이크를 손쉽게 살 수 있는데, 구태여 불안한 마음을 갖고 국산을 살 필요가 없었다. 싼 바이크를 찾는다면 차라리 중국산이 나았다.

내 주위의 동호회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대림의 로드윈과 효성의 코멧을 사려던 때에도 적잖은 반대에 맞닥뜨려야 했다. 내가 확고부동하게 스포츠 네이키드 장르에 적당한 크기의 바이크를 찾지 않았다면, 다른 바이크를 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로드윈과 코멧을 거친 뒤, 나 역시 더 이상 국산 바이크를 사는 일은 없었다. 불안한 마음을 떠나서, 더이상 살 모델도 없었다. 그 때로부터 약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역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림은 여전히 상용차와 스쿠터 위주의 손쉬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결국은 수입 브랜드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KR은 여전히 신모델 개발에 열심이지만, 아직까지도 자금 사정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아직 끝나지 않은
국산 바이크

하지만 섣부른 실망은 금물이다. 두 브랜드는 여전히 국내 시장의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아퀼라

사회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레트로 흐름에 맞춰 바이크 시장 역시 과거의 멋을 새롭게 재해석한 레트로 스타일 바이크가 유행을 타고 있다. 이런 때에 KR모터스가 시기적절한 모델을 출시했다. ‘아퀼라'라는 이름의 신모델 바이크인데, 125cc의 낮은 배기량으로 최근의 저배기량 붐에도 함께 편승하여 일타이피를 노린다.

Q3

대림자동차는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좀처럼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시티 커뮤터 장르를 계속해서 노리고 있다. 특유의 안정적인 품질에 도회적인 스타일을 더해서 편안하고 멋스러운 도심 주행용 스쿠터를 다양하게 출시 중이다.

우리나라 바이크 문화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과 라이더들의 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 자국 생산 브랜드의 존재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복잡한 마음으로 대림과 KR을 응원하게 된다.


*1 언더본: 일반적인 바이크는 차대 가운데에 엔진이 있다. 하지만 언더본은 차대 아래에 엔진이 있다. 뼈대 아래에 엔진이 있다고 해서 언더 본Under Bone.

*2 리어: 바이크의 맨 뒷 부분을 칭함. 보통 번호판과 방향지시등과 후미등이 있는 부분을 포함해, 뒷 자리 시트와 뒷바퀴까지 리어로 본다.

*3 쇼크 업소버: 도로의 굴곡이나 돌기들을 지날때 차체에 전해지는 충격을 완충시키기 위해 자동차, 혹은 바이크에 장착되는 부품. 야구방망이같이 생긴 쇠기둥에 스프링 코일 등이 감겨져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줄여서 ‘쇼바'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4 차대: 바이크를 자세히 보면, 바이크의 뼈처럼 보이는 금속의 구조물을 볼 수 있다. 파이프처럼 둥글게 생겼거나, 각이 져있을 때도 있다. 모델마다 서로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지만 아무튼 이 구조물들의 역할은 모두 같다. 바이크의 각 부분을 지탱하는 뼈대의 역할이다.

*5 스윙암: 노면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의 일종. 바이크에서는 엔진룸 쪽의 차대에서 이어지는 구조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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