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바이크 6. 삑, 2종소형으로 '환승'입니다

알다바이크

그래서 바이크 6. 삑, 2종소형으로 '환승'입니다

이비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로드윈을 떠나 보내기로 결심함과 동시에, 그 다음 바이크도 이미 결정이 끝났다. 마찬가지로 국내 브랜드인 효성자동차에서 나온 GT250N, 일명 코멧250이라고 부르는 네이키드 모델. 국산 브랜드라서 가격도 저렴하고 수리비도 저렴하다.

내가 이 바이크를 산 시점에는 효성이 아니라 S&T의 코멧이었지만, 효성자동차가 S&T그룹에 인수되면서 브랜드의 이름이 바뀐 직후였기 때문에 아직은 효성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때였다. 효성이 S&T로 바뀌면서, 몇몇 모델들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페이스 리프트 되기 시작했다. 당시 국산 쿼터급*1 바이크의 대표주자인 코멧250 역시 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 

새로운 모습의 코멧은 정말 멋졌다.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나는 이 새로운 코멧을 내 다음 바이크로 정했다. 그것도 무려 신차로.

바이크는 원래 조금씩(!)은 넘어뜨리면서 타는 건데, 무거운 바이크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면 더더욱 넘어뜨리기 쉽다. 그럼에도 심적으로 부담이 적은 중고가 아니라 신차로 사는 것은 어쩌면 무모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코멧은 이제 막 시장에 나온 상태고, 중고매물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어쨌든 예쁜 건 무조건 좋다.

결국 나는 원래 타던 로드윈을 팔고 남은 돈에 훨씬 더 얹어서 신차를 뽑았다. 자주 가던 센터에 신차 주문을 하고, 공장에서 출고 되는 그 모든 과정이 너무 신기하고 새삼스러웠다. 20대 초반에 내 이름으로 된 (이륜)차를 새걸로 뽑았다는 그 기분은 스스로를 꽤 멋진 사람처럼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출고된 바이크를 내 집 앞으로 가져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하나 있었다. 관심이 없다면 죽을 때 까지 그 존재도 모를 수 있지만, 일단 알게 되었다면 꼭 갖고 싶어지는 것. 라이더들의 절대 소망. 있는 자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없는 자는 끝없이 원하는 바로 그것.

제 2종 소형 면허.

일러스트 이민

면허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

125cc를 초과하는 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는 바로 이 면허가 필요하다. 나 역시 새로운 바이크를 타기 위해선 이 면허가 필요했다. 뭐, 누군가는 ‘탈 수 있으니까’ 그냥 면허 없이 대배기량바이크를 그냥 운행한다지만, 법 없이도 살고 싶은 나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우선 주위에서 대충 줏어 들은 정보만 가지고 용기 있게 면허시험장을 찾았다. 어쨌든 나도 바이크를 운전할 줄 아니까, 한 방에 합격하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무난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들급*1 바이크를 타고 시험장 주차장에 도착한 퀵서비스 복장의 아저씨가 2종소형 면허 접수 창구로 걸어가시는 걸 보고 나서는 그냥 아무런 기대도 생각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종 소형 면허는 총 4가지 코스를 완주하면 취득할 수 있다. 코스의 순서는 지역마다, 시험장마다 조금씩 다르다. 가장 메이저 한 조합은 굴절, 곡선, 좁은길, 연속진로 전환 순서다. 모든 코스 바깥에는 검지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선을 바이크가 밟을 때 마다 10점 감점이다. 코스를 돌고 있는 도중 발이 땅을 닿을 때 역시 10점씩 감점. 시험 통과 가능 점수는 90점이니까 모든 과제 도중 실수는 딱 한 번만 허용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예 실수를 해 볼 기회조차 없이 시험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 출발 신호가 나오고서 20초 안에 출발하지 못하거나, 출발하자마자 화단으로 돌진하는 등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면 자동 탈락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삡-! 하는 출발 신호가 나온지 10여 초도 지나지 않아 탈락한다는 것이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7~80%는 시작하자 마자 끝이 난다. 솔직히 80%도 후하게 쳤다. 4~50명 중 합격 인원은 한 손으로도 꼽을 수 있을 때가 많다.

2종 소형의 악명을 드높이는 것은 굴절 코스다. 가장 극악의 난이도이면서 대부분의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코스로, ┌─┘이렇게 생긴 코스를 검지선에 닿지 않고 통과해야 한다. 요령을 설명하자면 간단하다. 아주 낮은 속도로 주행 하다가 핸들바를 확 꺽어서 바이크의 균형을 무너뜨린 뒤 다시 균형 잡기. 

급커브는 어려워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조작하기는 매우 어려운데, 아무리 작은 바이크라도 균형이 무너져 버리면 금세 넘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코스의 의도는 넘어지려는 순간 다시 균형을 되돌릴 수 있을 만큼의 기술을 보겠다는 뜻이겠지만,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막힌 길에서 이리 저리 자동차들을 피해 횡단보도 앞에 서는 법을 익히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내가 이상한 걸까?

협로 코스는 또 어떻고? 폭 40cm의 아주 좁은 길을 15m나 달려야 한다. 꽤 쉬운 구간이지만 속도를 좀 붙여줘야 하는데, 이 코스는 러시아워 속 자동차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갈 때 써먹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속에서 바이크를 넘어뜨리지 않고, 좁은 길에서도 민첩하게 잘 달리는 것이 곧 훌륭한 바이크 컨트롤이 맞다. 하지만 그 이상의 교육 없이 오로지 저 기술만을 평가해서 면허를 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 특유의 대충대충스러움이 여기서조차 드러난다.

당연히 눈치채셨겠지만, 나는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응시까지도 굴절 코스의 첫 번째 꺽이는 구간에서 탈락했다. 나는 매우 승부욕이 있는 사람인데, 시험의 첫 번째 코스의 첫 번째 굴절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를 너무 허망하게 만들었다. 돈도 내고 시간도 냈는데! 다행히 그런 나를 위로하는 것은 비싼 헬멧에 보호자켓과 부츠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시험장에 도착한, 연륜 깨나 있어보이는 사람들 조차 대부분 나와 상황이 비슷했다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나는 시험장을 세 번째 방문하고 나서야 합격 도장이 찍힌 응시서류를 받아들 수 있었다. 그 때 조차도 굴절코스에서 검지선을 밟는 실수가 있었지만, 이후로는 무난하게 모든 코스를 통과했고 마지막 연속진로 코스까지 빠져나가자 시험장 내에 경쾌하게 녹음된 목소리가 나왔다. “합격입니다!”

드디어 ‘2종소형’이 찍힌 면허증이 내 손에 들어왔다. 바이크가 센터에서 나를 기다린지 아마 몇 주 정도는 지난 뒤였다. 당장 내 사랑스러운 코멧이 맡겨져 있는 센터로 달려갔다.


*1 쿼터급, 미들급: 1000cc,즉 1리터를 기준으로 그 절반 정도 되는 600cc 정도는 미들급이라고 하고, 그 1/4인 250cc 즈음은 쿼터급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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