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나는 런던 여행을 꾸렸다. 온전히 어쩌다 알게 된 서점 하나 때문이었다. 이곳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는데, 바로 여성 작가의 작품만이 서점 책장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커다란 책장 앞에서 여성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여자는 글을 배워선 안 된다’는 말이 ‘책 읽는 여자는 까다롭다’는 말로 이어졌고, 그렇게 어느 누구도 작가도 독자도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이곳은 여성 작가의 처음으로 안내한다. 이제는 잊혀진, 다양한 작품의 초판을 수집하고 모아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여성 작가 작품의 경우, 대부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재조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귀중한 처음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원래대로 돌아갈 뿐이다. 훌륭한 책은 책장의 더 높은 칸으로, 더 앞으로, 더 빼곡하게 자리해야 하니까. 이 서점은 <The Second Shelf>다.
앨리슨 데버스(Allison Devers)은 ‘The Second Shelf’의 멋쟁이 주인장이자 작가, 매거진 에디터,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다. 그리고 최근 ‘희귀 서적 수집판매가’라는 직업이 또 추가되었다. 단호한 어휘 선택으로 인터뷰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호탕한 웃음이 매력적이다. 뉴욕의 문학평론잡지에서 여성 편집장을 지우려는 시도를 할 때, 이 행위를 고발하고 수면 위로 올리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이역만리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낯설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퍽 반가우면서 영 씁쓸하기도 했다.
에디터, 작가 그리고 서점 주인까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어요.
저는 작가이자 예술 분야의 저널리스트예요.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해 왔죠. 특히 문학사에 관심이 많아서 문학 평론을 자주 쓰고 수필도 써요. ‘책’이라는 물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희귀 서적에 관심이 생겨서, 5년 전부터 거래하는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희귀 서적 시장이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더라고요. 수집가도, 거래하는 책의 작가도, 거래자도 모두 남성이었죠. 여성 작가가 쓴 책은 같은 방식으로 거래 하지도, 평가 하지도 수집 하지도 않는다는 생각에 제가 직접 딜러가 되기로 결심했던 거예요.
‘The Second Shelf’만을 위해서 런던으로 오셨다고요.
3년 전에 뉴욕에서 런던으로 이사 왔어요. 런던은 희귀 서적 시장이 굉장히 날렵한 도시죠. 희귀 서적 세미나가 종종 열리는데, 거기서 책을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여기서도 계속해서 글을 쓰며 지내요. 다른 매체에서 기고 요청을 받고, 또 <The Second Shelf: Rare Books and Words by Women >이라는 잡지를 발행하고 있거든요.
왜 여성 작가의 초판에 집중했나요.
이 사업은 희귀 서적 시장에 남성이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 반대로 여성이 얼마나 배제돼 있는지를 목격하다가 영감을 받은 거예요. 아, 그리고 이것도요. 여성 작가들이 쓴 책은 아무리 저명한 작가여도 남성의 것과 달리 가치보다 낮게 낪을 매겨요. 게다가 책 박람회를 가도 찾아보기 어렵고요. 그걸 보면서 ‘여자는 무얼 하든 한평생 저평가 받는구나. 그래서 아무리 세대가 달라져도 아무도 피할 수 없던 거구나’ 싶더라고요. 문학사에 여성의 이름이 한 자리 차지하기 어려웠던 이유기도 하죠.
그래서 희귀 서적을 더 들여다 보았고, 사람들의 수집 욕구를 일으킬 수 있도록 현대 여성 작가들의 초판을 모으고 싶었어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든 거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들을 귀중하게 여길수록, 더 큰 시장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그러면 훗날 더 많은 여성 작가들이 기억될 거고 재평가받을 수 있겠죠.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점점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영원히 책으로 기억될 기회를 주는 거예요.
서점 이름이 ‘The Second Shelf’예요.
작은 말장난인데요(웃음). 유명 여성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제2의 성(The Second Sex)>에서 따온 거예요. 우리는 두 번째 성이 아니잖아요. 아니어야 하고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대우받고 있죠. 이 서점을 운영하기 막 시작했을 때, 뉴욕타임즈에 실린 서평을 하나 읽었어요. 소설가 메그 월리처(Meg Wolitzer)가 쓴 거였는데, 여성 작가들이 남성에 비해 왜 그렇게 평가 받지 못 하는지, 왜 그들의 작품이 책장의 낮은 층에만 머물다가 잊히고 마는지 등을 이야기했어요. 그때 그 서평 제목이 바로 ‘The Second Shelf’였고요. 메그 월리처에게 서점 이름으로 쓰고 싶다고 물었는데 아주 너그럽게 응해주었어요. 무척 감사한 일이에요.
고서를 찾고 수집하고 관리하는 게 힘들지는 않은가요?
책에 따라 달라요. 저는 굉장히 작은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에 맞춰서 수집할 수 있는 책들만 구매해요. 아주 어려운 작업이지만 종종 행운이 따르기도 해요. 중고 서점이나 기증품 가게에 가기도 하고요, 인터넷으로도 사요. 이따금 책 딜러가 저에게 연락을 주거나 직접 가게에 와서 실물을 보여주기도 해요. 일이 정말 많지만, 그만큼 엄청나게 재미있어요.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책을 유일하게 만드는 게 뭔지, 우리가 무엇을 두고 ‘희귀본’이라고 말하는지 등 감각이 생겨나요.
서점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2018년 11월에 문을 열었어요. 아주 대단하고 멋진 한 해였죠. 새로운 일을 한다는 건 그만큼 고통도 함께 자라는 일이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간신히 서점을 운영하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됐고 거기서 힘을 얻어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저희의 소식을 듣기 때문에 온라인 스토어도 문을 열고 싶어요. 그래야 런던 밖에 있는 사람들과 더 맞닿을 수 있지 않겠어요? 세상에는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여성 독자들이 무척 많아요. 우리에겐 아주 멋진 고객들이기도 하죠. 많은 여성들이 이곳을 찾는데, 적지 않은 비율로 남성 독자들도 방문하곤 해요. 이곳에 왔다고 해서 불행해하거나 기분 나빠 하거나 우울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와서 자신의 짝꿍을 위해 선물을 사가는 이들도 많았고요.
한국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무척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요.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 운영 비용과 수입을 계산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여성’ 카테고리로만 한정을 하는 게 마이너한 주제가 될 수도 있잖아요. 런던은 어떤가요?
다달이 수익으로 서점 운영 비용을 맞추는 게 절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서점만이 가진 특장점은 다른 곳에서 절대 보기 힘든 귀중한 책을 보유하고 있고, 무엇보다 초판을 제공한다는 거예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가치의 측면에서나, 현실적인 운영을 생각하는 측면에서나 적당한 가격을 책정하려고 해요. 6파운드부터 16,000파운드까지 ,책값이 무척 다양해서 고객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의서적을 구매하죠. 아직 저에게 돌아오는 큰 수익은 없지만, 일단 첫 번째 한 해는 잘 넘긴 것 같아요.
서점에 갔을 때, 여성들이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주 멋진 일이죠. 여성은 다른 여성을 지원해야만 해요.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저희가 원하는 것, 갈망한 것에 세상이 한번도 버팀목이 되었던 적이 없잖아요. 남성 독자들도 종종 이곳에 들러 여성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즐거운 일이요. 하지만 특히 여성들이, 이곳에서 함께 나누는 대화에 높은 확률로 더 감동하고 더 기뻐해요. 그들이 사랑하는 작가들이 있는 자리이기도 하잖아요.
서점에서 독자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보통 어떤 행사를 진행하나요?
다른 서점들처럼 낭송이나 토론을 해요. 대부분 여성 작가의 작품을 조명하는데 절판이 되었거나 혹은 재조명이 되는 작품을 둘러 보죠. 수집용 초판과 함께 새 책들도 판매하고 있거든요.
한국에서 래디컬 페미니즘의 물결이 크게 일고 있어요. 아이돌, 배우, 코미디언 등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힘을 더하는 말을 전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경우 많은 남성들의 공격이 이어져요.
일단 한국에도 큰 페미니즘 물결이 일고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뻐요. 절대적인 수를 늘리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잖아요. 여성이 해방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온∙오프라인에서 극심한 괴롭힘이 이어지고 침묵을 강요하죠. 희망이 있다면 우리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서로를 몰라도 온라인 상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보호해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엠마 왓슨이 공식석상에 나와 “If not me, who? If not now, when?” 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저는 자신의 목소리를 온라인에 드러내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든 여성들을 많이 봤어요. 여자들도 목소리가 있잖아요. 우리는 그걸 쓸 줄 알아야 해요. 엠마 왓슨은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배우인데도 자신의 페미니스트 스탠스를 확고히 다졌고,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 충격적일 정도로 멋졌어요. 정말 너무나요. 젊은층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여성들에게 더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해요. 자신의 신념이나 마음의 상태, 감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도 안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요. 비록 사이버 불링이나 여성에게 위해를 가하는 언어 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이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싸울 생각조차 할 수 없던 보수적인 사회보다 낫지 않겠어요? 전세계 여성들이 불평등과 부정의로부터 고통 받고 있잖아요. 유럽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어요.
사라진 여자, 브리지드 휴스
로린 스타인(Lorin Stein)은 미국 유명 문학잡지 <파리 리뷰The Paris Review>의 네 번째 편집장이다. 2011년, <뉴욕 타임즈>의 줄리 보스만(Julie Bosman) 기자가 그에 관한 인터뷰를 썼을 때, “로린 스타인은 파티를 좋아하는 인텔리로, 삶에서 문학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고 극찬했다. 이어 “<파리 리뷰>의 세 번째 편집장으로서 58년 잡지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문제가 불거졌다. 사실 그는 <파리 리뷰>의 네 번째 편집장이었고, 두 번째 편집장이자 최초 여성 편집장인 브리지드 휴스(Brigid Hughes)가 공식적으로 삭제된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에 앨리슨을 비롯한 소설가와 블로거들이 줄리 보스만에게 기사를 정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답장하지 않거나, <파리 리뷰> 자체도 판권 기록에서 휴스의 이름을 삭제했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말로 일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별 다른 공지나 통보 없이 조용히 기사를 수정했다. 그리고 6년 뒤, 로린 스타인 편집장은 성추행 혐의로 회사를 사임하게 된다.
앨리슨의 칼럼 중 다양한 직군에서 여성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글이 인상 깊었어요.
미국 문학잡지 <파리 리뷰>의 여성 편집장, 브리지드 휴스에 대해 쓴 적이 있어요. 그는 업계에서 ‘탑 에디터’라는 평을 받을 만큼 유능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로린 스타인이 성추행 추문으로 회사에서 해고 당하면서 그의 이름도 같이 지워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이전에 있었던 일이 다시 불거지는 게 언짢은 거죠. <파리 리뷰>는 물론, <뉴욕타임즈>와 <뉴요커>까지도요. 기사, 인터뷰, 프로필, 바이오그래피 등 휴스와 관련한 것은 종이책이든 온라인이든 점점 사라졌어요. 심지어 <파리 리뷰>에서는 그가 역대 두 번째 편집장이라는 것과 첫 번째 여성 편집장이라는 사실 마저 지우려고 했죠. 이런 일은 비일비재해요. 딱 남성들이 받는 만큼. 딱 그만큼의 환대와 인정을 받길 바랄 뿐인데도요. 대부분의 전문분야는 남성이 독식하고 있고, 그 안에서 남성은 남성만을 돕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 같아요.
한국도 다르지 않아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전문적으로 일 할 기회가 훨씬 적고, 심지어 완수를 해도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해할 수 없어요. 브리지드 휴스는 심지어 위키피디아에서 그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일을 해왔는지 알려줄 엔트리 조차 없었어요. 그는 수많은 작가의 등용문이 된 <퍼블릭 스페이스(A Public Space)>를 11년 째 발간하고 있는데도요. 내셔널 북 어워드를 2회 수상한 제스민 워드(Jesmyn Ward)를 비롯해서, 록산 게이(Roxane Gay), 마리 은디아예 등이 함께 했었고요. 이름이 삭제되었던 일은 휴스에게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켰던 것 같아요.
제가 자원 에디터로 <퍼블릭 스페이스>에서 함께 일할 때, 옆에서 상황을 바라보면서 들었던 상상이 하나 있어요. 새 매거진을 발행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선 매체를 시작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저희는 설명이 너무 많이 필요한 거예요. 우리가 누구고, 이 책은 뭘 다룰 거란 걸 말해줘야 아는 거죠. 만약 <파리 리뷰>가 휴스의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면 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은 거예요. 투자를 받고 협업을 하고 좋은 작가들과 연결하는 모든 과정이요. 더 북돋아주길 바란 것도 아니고 그냥 휴스가 해온 일들이잖아요. 그가 두 번째 편집장이고 최초의 여성 편집장이라는 사실들. 그것을 인정만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한국에서도 그런 고리를 두고 ‘알탕 카르텔’이라고 하거든요.
저희도 이러한 남성간의 연대를 ‘The old boys club’이라고 불러요. 말 그대로 올드하죠. 이런 환경은 출판계와 미디어 분야 곳곳에 만연해 있어요. 개인적으로 제 커리어를 쌓기 위해 달려오는 동안 매번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여러 차례 느꼈어요. 제가 남성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그들을 대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요즘엔 여성들이 서로를 많이 지원하면서 대화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생겨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남성들의 페미니즘 몰이해가 큰 문제가 되고 있어요. 실제로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2%가 “여자친구가 페미니스트라면 헤어지는 게 낫다”고 답하기도 했죠. 이런 불만의 이유는 대부분 ‘엄마나 할머니 세대에나 성차별이 있지 요즘에는 오히려 역차별이 더 심하다’는 내용이었어요.
그건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예요(웃음). 여성 대상의 차별은 사회 전반에 구조적으로 깊숙이 내재돼 있어요. 단언컨대 모든 여성이 이미 그걸 겪고 있고요. 결혼 후 자신을 지지해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날 순 있겠지만 가사 노동을 완전히 균등하게 분배한 집은 평생 본 적이 없어요. 부부가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돈을 벌더라도, 육아나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으로 남는 경우가 훨씬 많고요. 저는 부모들이 여자아이가 사회에서 어떻게 쉽게 복종하고 친절하도록 자라는지 알아차려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남자아이들은 자기 스스로를 케어하는 법을 좀 알아야 하고요. 이게 안 되니까 여성들이 결혼해서 남편을 위한 엄마가 되는 거거든요. 나는 그래도 엄마까진 아니다? 그러면 보모 정도 되겠죠.
‘블룸즈버리Bloomsbury’1)섹션이 있는 걸 봤어요. 서점에 블룸즈버리 자체가 섹션이 되다니 엄청 놀랐어요. 일부러 만드신 건가요?
대부분의 손님들은 버지니아 울프의 엄청난 팬이에요. 버지니아 울프의 저서 <자기만의 방>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예술을 하고 글을 쓰는지에 대해 큰 영감을 주잖아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책이죠. 게다가 블룸즈버리에는 그를 포함한 다른 여성들도 있었어요. 울프의 친구이자 동성 연인인 비타 색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는 작가였고, 친언니인 버네사 벨(Vanessa Bell)은 화가였는데 모두 아주 중요한 작업을 했죠. 하지만 블룸즈버리 클럽 안에서도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의 그림자에 가려지고 말았어요. 종종 형편없는 푸대접을 받기도 했고요. 이런 어려움에도 여성 작가들은 굉장히 멋진 작품을 만들었고 그게 바로 이 섹션이 존재하는 이유예요. 해냈잖아요, 그들이. 아주 멋지게요.
가장 좋아는 소설 속 여성 인물은 누군가요? 그리고 여성 작가도 궁금해요.
하나를 못 고르겠어요! 도디 스미스(Dodie Smith)가 쓴 <아이 캡처 더 캐슬(I Capture the Castle)>의 캐샌드라를 가장 좋아해요. 제가 지금껏 읽었던 소설 중 가장 똑똑한 젊은 여성이거든요. 이 책이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가는 너무 많은데. 제인 구달(Jane Goodall)을 사랑해요. 작가이자 동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이죠. 그의 삶과 아프리카 고릴라에 대한 연구가 담긴 책들을 보면서 어릴 때 ‘여자도 이런 걸 할 수 있는 거구나’를 처음으로 느꼈거든요. 같은 여성으로부터 받은 영감인 거죠.
고전 소설을 읽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옛 시절의 여성혐오적인 표현이나 상황들에 몰입이 방해되기도 해요.
굳이 그걸 다 읽을 필요는 없어요. ‘고전이다’, ‘위인이다’ 했던 것들에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배제됐었나요? 그게 너무 힘들다면 그냥 미소지니가 없는 현대의 책들을 읽으세요.
마지막으로 ‘The Second Shelf’의 바람을 말씀해 주세요.
저는 그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이 알려지고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여자라는 이유로 재야에 가려졌던 이들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키고 싶어요. 너무 안타깝게도 여성 작가들은 그저 천재였을 뿐이에요. 우리는 그걸 이제 알아야 하고요(웃음).
Info.
A. 14 Smiths Court, London, UK, W1D 7DW
H. instagram.com/secondshelfbooks
O. 월~토 11:00 ~ 18:00/ 일 12:00 ~ 17:00
각주
1) 블룸즈버리 클럽Bloomsbury Club: 1906년부터 1930년경까지 런던과 케임브리지를 중심으로 활동한 영국의 지식인·예술가들의 모임. 페미니스트 ‘버지니아 울프’가 리더가 되어 일원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