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아모 쿠바 5. 쿠바의 교통

알다여행

떼아모 쿠바 5. 쿠바의 교통

나오미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노장의 투혼, 올드카 택시

19살 때 영화 <더티 댄싱 하바나 나이트>를 보고난 뒤 나에게 있어 '쿠바=춤' 이었다. 하지만 2010년 실제로 쿠바에 입성했을 때 나의 시선을 가장 먼저 끌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차다. 길 위에는 영화 속에 등장했던 올드카들이 아직도 주행 중이었다. 

올드카 택시 뒤로 구아구아(버스)가 보이는 아바나 거리
올드카 미니버스
이 차는 여주인공 가족이 쿠바로 이민 올 때 탔던 차고, 저 차는 얌생이 미국놈이 타고 다녔던 차잖아?"

차에 대해선 전혀 지식이 없어 흔한 이름조차 나열할 수 없지만, 딱봐도 이건 19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차들이다. 백 살은 족히 먹은 올드카는 달릴 때마다 기합이라도 넣듯 엔진 소리가 대단했고 뒤로는 시커먼 배기가스를 쿨럭대며 뿜어댔다. 왜 쿠바를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했는지 깨달았다. 

아직도 쿠바에는 이만 은퇴하셔야 할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버젓이 택시로 영업 중인 차들이 많다. 외부는 선명하게 도색했을지라도 막상 탑승하면 굴러가는 게 신기한 차들이 대부분. 실제로 달리다가 길에서 퍼지는 경우도 많고, 커브를 틀다 뒷문이 열려 굴러 떨어질 뻔한 아찔한 경험도 있었다. 쿠바에서 택시라 함은 공항이나 호텔에서 볼 수 있는 노란색 국영 택시, 그리고 올드카 택시 두 가지다. 양쪽 다 99% 흥정으로 운영된다. 올드카 택시는 정면에 <TAXI>스티커가 부착되어있다. 

노란색 국영 택시

올드카 택시 앞의 표지판

삽질 경험담이 빠지면 섭섭할테니 이쯤에서 썰을 하나 풀어본다. 2011년, 두 번째로 쿠바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한푼이라도 아끼기위해 배낭을 매고 공항 주차장까지 가서 기웃거리다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시내까지 단돈 10쿡을 불렀다. 국영택시는 25쿡이니 반도 안되는 값이다. 나는 얼른 오케이를 외쳤고 그는 올드카 뒷좌석에 나를 태웠다. 조수석에는 이미 한 중년 여성이 앉아있었다. 

그렇게 출발한 우리는 채 3분도 안되어 차를 세우게되었다. 검문 중인 경찰의 호출 때문이었다. 차에서 모두 내리라는 명령을 듣자, 중년여 성이 갑자기 뒤를 돌더니 거두절미하고 내게 말했다. "친구라고 해."

나는 경찰서로 끌려들어가 여권조회를 당했다. 아직 사태파악은 안됐지만 어쩐지 쥐도새도 모르게 끌려가는게 아닐 지 겁이 났다. 경찰이 내게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흘끔 뒤를 돌아보니, 중년 여성이 입모양으로 내게 말했다. '아.미.고.(친.구.)' 

흠칫한 나는 눈을 피했다. 그리고 경찰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저들이 택시라고해서 탔는데? 뭐 잘못됐어?"
"이건 불법 영업 차량이야. 앞으로는 앞에 <TAXI>라고 써있거나, 노란색 정식 택시만 타도록 해."

경찰이 어딘가로 전화를 하니 금세 노란색 밴이 한 대 왔다. 공항에서 내게 열심히 흥정을 걸던 기사님이었다. 그렇게 큰 밴에 혼자 타게 되었고 나는 15쿡 아끼려다 졸지에 35쿡이라는 돈을 혼자 부담하게 되었다.

미터기는 없고 당당함이 필요한 합승택시

쿠바의 택시는 미터기없이 흥정으로 운영되다보니 신시가지로 한번 이동할 때마다 요금 부담이 크다. 이럴 때 도움 요청을 할 사람이 매우 가까이 있지 않은가? 까사주인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곧장 꿀팁을 전수해주었다. 바로 합승택시를 타는 방법이다. 쿠바노들은 '콜렉티보' 또는 '마끼나'라고 부르며 일반 올드카 택시와 똑같이 <TAXI>로 표기되어 있다. 단지 사람이 잔뜩 타고 지나가면 아 저게 합승택시구나, 하고 추측할 뿐이다. 

합승택시는 어디서든 손을 내밀어 잡아 탈 수 있지만, 아주머니는 익숙하지 않은 나를 위해 주로 모이는 정거장을 알려주었다.

"택시가 서면 네가 갈 행선지를 외쳐. 택시에 탑승하게 되면 절대! 가격을 묻지 마.
베다도(신시가지)에 갈 경우 10쿱 또는 0.5쿡을 내면 돼. 여유로운 표정 잊지 말고."

연습삼아 코펠리아 아이스크림 판매점까지 합승택시를 타보았다. 어찌나 떨리던지! 표정은 당당한데 목소리는 삑사리가 나고 난리도 아니었다. 시작이 조금 떨렸을 뿐, 합승택시는 현재 내 전용 자가용이 되었다. 

올드카 택시. 앞유리창에 택시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버스라 쓰고 콩나물시루라 읽는다

두 번째 소개할 교통수단은 버스이다. 스페인어로 버스는 아우또부스(Autobús)이지만 쿠바에서는 귀여운 애칭인 구아구아(Guagua)라고 부른다. 구아구아의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아바나는 0.4쿱(20원), 지방도시는 0.2쿱(10원)이다. 구아구아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쿠바인들에게 두 발이 되어주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사람이 빠지고 한산해진 구아구아 내부 모습

1쿱 미만의 동전은 쿠바인들도 돈으로 취급하지 않아서 대부분 1쿱을 내고 타며 거스름돈도 없다. 그래서 간혹 시내버스를 탈 때 잔돈이 없어 난감해하면 어디선가 쿠바노가 나타나 쿨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내 줄게. 기사 양반, 여기 이 치나(중국 여자) 내 일행입니다!"

20원 내주는 그의 표정을 보면 세상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하지만 쿠바를 여행하면서 시내버스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그 흔한 버스노선도 하나 갖추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익숙한 노선 몇 군데는 가끔 타고 다닌다지만, 야속한 쿠바 정부는 심심하면 노선을 바꿔버린다. 아무래도 외국인은 타지 말라는 뜻 같다. 

노선을 알아도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모든 노선에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인파가 덮친다. 그야말로 콩나물 시루나 다름이 없다. 모로까바냐(Morro Cabaña) 방문을 위해 버스를 탔던 적이 있다. 얼굴은 땀범벅이 되고 ,앞뒤로 첨보는 사람들과 어찌나 딱 붙어서 갔는지, 두 정거장이 마치 억겁의 시간 같았다. 주머니에 넣은 휴대폰과 핸드백 속 지갑이 신경 쓰였지만 중심 잡을 기둥을 찾느라 그야말로 무방비였다. 실제로 교통비 아끼려고 버스에 탑승했다 소지품 소매치기를 당하는 어이없는 사례도 있었다. 

만일 버스를 탑승한다면 두 가지를 기억하자. 1쿱 동전, 그리고 내 주머니 속 잠금장치!

어쩐지 미안하게 만드는 그대들, 비씨딱시&꼬체까바요

쿠바에는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어정쩡한 거리에 이용하기 딱 안성맞춤인 교통수단이 있다. 비씨딱시(bici-taxi)라 부르는 자전거택시와 꼬체까바요(coche caballo)라 부르는 마차이다. 

비씨딱시 타고 가기

두 가지 교통수단의 공통점은 누군가의 힘을 빌어 이동을 해야한다는 점. 그래서 너무 장거리거나 오르막이 심한 구간은 이용하기가 조금 어렵다. 대략의 정가를 알기 때문에 흥정을 하면서도 막상 탑승하고 나면 흥정이 죄책감을 자극하여 나도 모르게 돈을 더 얹어주게 된다. 두 교통수단에 얽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화 두 가지를 풀어 보겠다.

산티아고 데 쿠바는 중심가가 언덕 꼭대기에 있고 그로부터 4방향으로 도시가 생성됐다. 작년에 일행들과 함께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말레꼰을 산책하러 갔다. 뙤악볕이 내리 쬐이는 날씨에 30분 이상 걸었더니 생각보다 많이 지쳐서 돌아갈 땐 택시를 이용하고자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아까부터 우리를 응시하는 비씨택시 기사들이 말을 걸어왔다. 그들은 비씨택시 두 대로 중심가까지 무리없이 이동할 수 있다고 장담을 했다. 산티아고에 여러 번 방문했지만 꼭대기까지 올라간 비씨택시는 본 적이 없었다. 늘 호언장담을 했다가 중턱도 못가서 돈을 요구하곤 했다.

"세스뻬데스 공원까지 딱 도착하지 않으면 나 돈 안낼거에요."

그렇게 비씨택시에 탑승을 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세스뻬데스 공원까지 잘 도착했다. 다만 출발부터 도착까지 정확히 50분이 걸렸고, 5분이면 도착할 택시와 같은 값을 지불했다. 두 사람은 제법 경사가 얕은 평지를 찾아서 끊임없는 지그재그 운임을 했다. 그나마도 계속 오르막이었기에 화를 내기도 애매했다. 분명 편하고자 뭔가를 탔는데 다음 날 코어부분에 집중적인 근육통이 왔다. 목덜미 뒤로 뚝뚝 떨어지는 땀과 흥건히 젖어가는 등판을 보니 50분 내리 궁둥이에 힘을 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을 내고도 너무나 미안해지는 마차. 다시는 안 타!

산타클라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 지역의 대표적 교통수단은 마차다. 그래서 마차 두 대를 반나절 동안 대절했다.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자 한 시도는 좋았지만, 채찍에 맞아가며 질주하는 말을 보자 극도의 미안함이 밀려왔다. 언덕구간에서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달리는 것 같아서 "내려서 걸어갈까요?"하고 마부 아저씨한테 계속 물었고, 말에게는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는 말만 계속 반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차가 약속된 장소 외에 비싼 레스토랑이나 시가 암거래상에 데려가서 마음이 살짝 언짢았지만 좋게 넘어갔다. 그런데 두 장소 모두 거절하자 갑자기 마부가 이만 가겠단다. 약속된 시간의 절반도 못미치는 시간이었기에 약속된 금액의 절반만 지불하겠다고 하자 마부의 본성이 나왔다. 중심가의 레스토랑 앞에서 내게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말이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달릴 수가 없는 건데 이기적으로 굴 거야?"

이런 말을 반복하며 나를 동물학대범으로 취급해서 죄책감을 자극했다. 결국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그의 말은 퇴근을 시키고, 3시간 뒤에 다른 말을 데리고 와서 우리를 터미널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한참이나 손해 보는 흥정이었으나 그 이상 매정하게 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말이 너무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에잇 이 놈의 마차, 다시는 안 타련다!

목숨 걸고 타는 트럭버스, 까미욘

쿠바의 장거리 교통수단은 비아술버스(내외국인 겸용, 가장 비싸다), 옴니부스(내국인 전용버스) 그리고 까미욘이다. 이 중 까미욘(camión)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내외국인 겸용 장거리 버스인 비아술버스
내국인 전용 장거리 버스인 옴니부스

A급 까미욘

까미욘이란 스페인어로 화물차, 트럭을 뜻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쿠바에서는 장거리 교통수단의 한 종류를 일컫는다. 말 그대로 화물차 짐칸을 개조하여 버스 대용으로 운영하는 것. 까미욘은 세가지 장거리 수단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상시 노선이 있기 때문에 교통비를 절약하거나 예약없이 당일 탑승을 원하는 승객들이 즐겨 찾는다.

하지만 나는 여행자에게 까미욘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쿠바 트럭기사들은 과속을 즐긴다. 2년 전에 버스 예약을 미처 못해서 까미욘을 탑승한 적이 있다. 휴게실에 도착해서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오니, 까미욘보다 2시간 먼저 출발했던 옴니부스가 휴게실로 들어와 주차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과속을 한 건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까미욘은 사설로 트럭을 개조했기 때문에 좌석 간격이 비좁다. 좌석을 많이 만들수록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엄청난 짐들과 함께 낑겨 타야 한다. 급정거를 하면 앞쪽에 쌓아 둔 짐이 와르르 쏟아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난번엔 열심히 졸다가 선반에서 짐이 떨어져 나의 뒤통수를 내리 찍었다.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지 두 눈이 튀어나가는 줄 알았다. 

까미욘은 트럭 상태에 따라 여행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 운이 좋아 새 트럭에 탄다면 비교적 수월한 여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평상시에 뽑기 운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쉽게 최악 중의 최악을 뽑는다. 창문이 없는 트럭에 당첨돼서 모기 때문에 밤새 종아리가 벌집이 된 적도 있고, 도로에서 차가 3번이나 퍼져서 길 위에 26시간을 묶여 있었던 적도 있다. 물론 가격은 차 상태와 상관없이 노선별로 같은 가격으로 책정된다. 

창문이 없는 까미욘. 밤이 되면 모기들이 무임승차한다

실제로 쿠바의 뉴스를 듣다보면 까미욘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소식이 적잖이 등장한다. 그러니 여행자들이여! 우리 까미욘은 쿨하게 제끼자. 우리의 목숨은 푼돈과 쉽게 바꿀 만큼 사소한 존재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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