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들 사이에 그런 말이 있다. 동남아에 빠지면 답도 없다고.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동남아라고.
여러 동남아 국가 중 나는 캄보디아와 사랑에 빠졌다. 뜨거운 날씨, 복잡한 거리, 불편한 것 투성이인 캄보디아가 왜 매력적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느림의 미학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해를 피할 그늘만 만나도 기쁘고, 길거리에서 사먹는 500원짜리 연유커피가 주는 달달함 한 모금이면 웃음이 절로 난다.
뭐든 천천히 해도 괜찮다. 캄보디아의 하루는 마치 48시간인 것처럼 흘러간다. 그렇기에 캄보디아의 매력에 빠지기에 2박3일이면 충분하다. 지금부터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캄보디아에 빠져 2년째 살고 있는 사람이 직접 소개한다.
떠나기 전
아시아나, 대한항공이 인천-프놈펜 구간을 직항으로 운행하고 있다. 시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오후 6시~6시 반 인천 출발, 프놈펜 현지시간 10시 반~11시 도착, 밤 11시 반~오전 12시 프놈펜 출발 새벽 7시~7시 반에 인천에 도착한다. (한국보다 캄보디아가 2시간 느리다) 캄보디아는 여행비자가 필요한 나라다. 물론 공항에서 신청할 수 있지만 빠른 공항탈출을 위해 e-Visa신청은 필수 아닌 필수이다. 여기에서 가능하다.
단돈 $10이면 데이터6기가를 사용할 수 있는 여행자 요금제가 있으니 굳이 로밍은 하지 않아도 된다. 프놈펜 공항에서 바로 개통이 가능하다. 캄보디아 말을 전혀 모르고 영어를 잘 하지 못해도 내가 있는 곳과 목적지만 찍으면 찾아오는 PASS App, Grab APP으로 툭툭이, 택시를 이용할 수 있으니 목적지 이동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첫째날
벙깽꽁 - 이온몰 2 - 메콩강변
숙소는 벙깽꽁(Boeung Keng Kang)에 잡도록 한다. 캄보디아는 인도와 도로의 경계가 정확히 있지 않아 도보가 위험하고 어려운 나라다. 물론 더운 날씨때문에 장시간 걷기는 힘들지만 벙깽꽁은 외국인이 많이 살며 굳이 비교하자면 캄보디아의 강남이라 부를 수 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다. 더불어 주변에 마트, 분위기 좋은 카페, 음식점들이 많아 걸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숙소를 정할 때 분위기와 야경이 중요하다면 아쿠아리우스 호텔 앤 어반 리조트 (Aquarius Hotel & Urban Resort)를 추천한다. 통유리 루프탑 수영장이 트레이드마크인 이 호텔은 수영장이 인생샷 스팟이기도 하거니와 해가 저무는 시간 칵테일 한잔의 여유를 갖기에 좋은 장소이다. 스탠다드 룸을 기준으로 평균 1박에 $55 정도다.
가격이 중요한 변수라면 드 나인스 부티크 호텔 앤 스파 (DE NINTH BOUTIQUE HOTEL & SPA)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2017년에 지어진 신축 건물로 깨끗함을 자랑한다. 보통 $30불이 안 되는 가격이지만 실외수영장에 사우나 시설까지 있으니 가성비로는 따라올 곳이 없다.
비교적 선선한 오전시간에 벙깽꽁 동네 구경에 나서자. 호텔 조식도 좋지만 샴젤리제호텔 (champs elysees hotel, preah trasak paem st. (63) phnom penh)에서 해산물 쌀국수를 먹어보자. 오징어 육수를 진하게 낸 따뜻한 국물을 한 모금 넘기는 순간부터 진정한 캄보디아 여행이 시작된다. 달달한 연유커피 한잔을 테이크아웃한 뒤 기분전환 겸 네일아트를 받으러 가도 좋다. 손, 발 젤네일 시술을 다 받아도 한국에서 손만 받는 것 보다 싸게 관리받을 수 있다. 한국 네일샵의 퀄리티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원하는 디자인을 보여주면 제법 비슷하게 따라 그려준다.
해가 타들어가는 정오, 이온몰2(AEON MALL SEN SOK CITY, Street Somdach Sothearos, 프놈펜)에서 볕을 피해본다. 이곳이 캄보디아가 맞나 느껴질 정도로 이질감이 드는 큰 규모의 이온몰2는 현재 프놈펜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눈에 익숙한 한국 브랜드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1층 캄보디아음식을 즐길 수 있는 푸드 코트와 3층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모여 있는 식당가중 입맛에 맞는 집을 골라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식사 후 밤 비행으로 쌓여있는 피로를 발마사지로 풀어내고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메콩강변에 위치한 왕궁(Royal Palace, Samdach Sothearos Boulevard (3), 프놈펜) 구경을 위해 적어도 오후3시에는 이동을 하자. 보통 관광객들이 프놈펜에 오면 대학살의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는 킬링필드와 뚜얼슬랭박물관을 찾는다. 역사적 의미로 보자면 왕궁보단 킬링필드나 뚜얼슬랭박물관을 가는 것이 어떤 한 면에서는 더 의미가 있겠지만, 즐거운 여행의 기억만 간직하고 싶다면 과감히 패스하는 것을 권한다.
왕궁 관람을 마치고 메콩강변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캄보디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앙코르맥주 한 잔이 행복을 선사한다. 보통 오후5시부터 오후7시까지 하는 해피아워에는 단 $0.5로 물보다 싼 생맥주를 마실 수 있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이 모여 있는 메콩강변은 어디를 가도 기본은 하지만 멕시칸 음식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강변에 위치한 Viva restaurant을 추천한다! 식사 후 르문 루프탑바 (Le Moon Rooftop Lounge)에서 칵테일 한 잔과 함께 야경을 즐기면 좋은 하루의 마무리.
둘째날 - 셋째날 새벽
러시안마켓 - 벙깽꽁 - 공항
아침부터 부지런히 뚤떰봉시장(러시안마켓)으로 이동한다. 뚤떰봉시장은 외국인들의 방문이 가장 많은 현지 시장으로 각종 기념품, 옷, 신발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공복쇼핑은 과다쇼핑을 초래할 수 있으니 배부터 채우자. 시장 안 음식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실내포차처럼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쌀국수, 볶음국수, 각종꼬치, 생과일쥬스 등등 다양한 음식을 팔지만 그중에서도 롯차+아보카도 쉐이크를 꼭 먹어보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롯차는 올챙이같이 생긴 독특한 모양의 쌀국수를 야채와 소고기를 넣어 볶은 볶음 국수 요리다. 오리알 프라이와 바떼라는 캄보디아 전통 햄을 추가해 가게만의 특제소스, 칠리소스와 함께 먹는다. 캄보디아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서 먹는 것이 덥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현지 느낌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뚤떰봉시장에는 캄보디아와 주변국의 봉제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는 여러 브랜드의 옷들을 판매한다. 보물찾기하는 마음으로 옷더미 속을 뒤지다 보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좋은 아이템을 살 수 있다. 뚤떰봉 쇼핑리스트를 꼽자면 악세사리(은귀걸이, 은반지), 라탄제품, 아로마오일, 캄보디아산 커피, 운동복 정도가 되겠다.
더운 시장 안이 싫다면 뚤떰봉 시장 주변에 있는 잔도의류샵(ZANDO)에서 시원하게 쇼핑하는 방법도 있다. 마트구경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캄보디아 대형슈퍼마켓인 럭키마켓(Lucky Market), 수퍼두퍼(Super Duper), 타이훗마켓(Thai Huot Market) 구경을 빼놓지 말아야한다. 캄보디아는 공산품이 없는 나라기에 전 세계 물건을 수입한다. 특히 소스류가 아주 많다.
외국인 관광객과 거주가 많은 뚤떰봉 지역은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이 포진해있다. 양식을 좋아한다면 브루클린(Brooklyn Pizza + Bistro, Saint 123, 프놈펜)을, 일본 라멘을 좋아한다면 스프링 베일(Spring Vale, 73A, Street 450)도 방문해 볼 만 하다.
캄보디아 여행의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사진관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촬영을 하는 것도 괜찮다. 캄보디아 전통의상을 빌리고 메이크업을 받는 사진 촬영세트가 보통 $50다.
어느덧 여행의 막바지, 호텔로 다시 돌아와 짐을 놓고 마사지로 피로를 푼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사와디 마시지샵(Sawasdee, Saint 57, 프놈펜)에서 좋아하는 스타일의 마사지를 고른다. 오일마사지, 타이마사지 어떤 것이든 좋다. 동남아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저렴한 가격의 마사지 아닌가. 1시간은 짧다, 2시간 몸이 녹을 때까지 마사지를 받아보자.
사와디 마사지샵 바로 앞 캄보디아 전통음식 레스토랑 크마에 수린(Khmer Surin)에서 캄보디아의 마지막 식사를 즐긴다. 캄보디아 전통 음식인 아목(Amok)은 코코넛밀크를 넣고 찐 생선요리로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록락(Lol lak)은 소고기를 큐브형으로 썰어 굴소스와 후추를 넣어 볶은 요리이다. 아목과 록락 두가지 음식은 동남아 특유의 향채냄새가 적은 요리라 누구나 무난히 먹을 수 있다.
어느덧 저녁이 되어 일상으로 복귀할 시간. 든든하게 먹은 저녁과 마사지로 노곤해진 몸을 비행기에 싣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한국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2박3일이 쏜살같이 흘러갔지만 꽉 찬 캐리어가 흘러간 시간의 알참을 증명할 터. 훌쩍 갔다 오기에 이보다 더 좋은 도시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