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상해
깨끗하다. (밤 열 시 전이라면) 돌아다니기 편하고, 안전하다. 한국에서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놀러간 기분을 내기엔 딱이면서 지나치게 피로하지 않다. 한국과 시차도 크게 나지 않는다. 아시아 음식을 좋아한다면 아시아 음식대로, 서양 음식을 좋아한다면 서양 음식대로 맛집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가기 전
상해 직항 항공편은 아주 빈번하며 비행 시간은 두 시간 내외로 일본보다 조금 더 걸리는 수준이다. 많은 항공사의 취항지이므로 한두 달 전에만 티켓을 끊으면 비슷한 값에 원하는 항공사를 골라 갈 수 있을 정도. 티켓은 왕복 기준 20만원 선이다.
상해에서는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고, 중국어만 통한다. 도로명, 지하철명 정도는 영어로 표기되어 있으나 그것이 끝이다.
한자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이라면 본토 발음으로 읽을 수는 없어도 대략의 뜻은 이해할 수 있다. 상해는 택시비가 서울에 비해 싼 편이라 택시로 많이 이동했는데, 그때마다 구글 번역기의 텍스트/음성 송출 기능을 이용했다. 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세세한 대화를 요구하는 물품(예를 들어 종류가 매우 많은 찻잎 같은)을 구매할 때는 중국어를 모르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상해는 서울보다 조금 따뜻한 정도다. 부산과 거의 비슷한 기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이 있어 강변 바람은 역시 쌀쌀하다. 이 점을 참고해 입을 옷과 머플러 등을 챙겨 가면 딱이다. 언제 가도 비슷한 기후라 큰 문제는 없지만 여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상해의 여름은 정말 덥다.
상해에는 중국에서 힙한 갤러리와 미술관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작품 감상과 구매를 좋아한다면 일정을 길게 잡아도 갈 곳이 끝도 없이 많다. 적당히 둘러볼 생각이라면 3박 4일, 혹은 4박 5일만 가도 충분하다.
여행 예산 중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지참해야 한다. 알리페이가 없으면 거의 모든 지불을 현금으로 해야 한다. 알리페이만 되면 택시비부터 편의점 결제까지 모조리 편하게 진행할 수 있으나, 현재 알리페이를 가입하려면 중국 신분증과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니 관광객에겐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큰 쇼핑몰과 공항, 기차역, 유명한 관광 및 쇼핑단지에서만 카드가 먹힌다. 심지어 카드가 되는 곳이라도 유니온페이가 아니면 받지 않는 곳도 있다. 가능하다면 카드는 유니온페이에 가입된 신용카드를 챙겨가는 것이 좋고, 아니라면 속 편하게 가용 예산 전부를 현금으로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환율의 경우, 꽤 변동폭이 있는 편이지만 (2019년 2월 기준) 만 원이 약 60 위안이다.
비자 받기
상해에 여행을 가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숙소와 비행기 예약을 마친 후, 예약 관련 서류, 6개월 이내의 최근 여권 규격 사진, 중국비자센터의 서류를 작성해 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서울역 바로 앞 서울스퀘어 6층이다. 서류는 센터에 가서도 수기로 작성할 수 있다. 참고로 여행 계획표를 아주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들릴 예정인 관광지 이름 정도는 매 칸에 꼬박꼬박 적어야만 서류를 통과시켜준다.
비자 발급 비용이 있다. 거절당해도 비용을 일부 내야 하긴 하지만 거절당하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비자는 서류를 접수한 후 빠르면 사흘, 느리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걸리고 그 기간동안은 여권을 맡겨놓아야 하므로 참고해서 떠나기 전 일찍 신청하는 게 속이 편하다.
이동 수단과 일정 짜기
상해도 지하철이 무척 잘 되어 있다. 지하철로 가기 어려운 몇몇 장소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 무난하다. 다만 막차 시간만 주의하자. 열한시 반 전후다. 사실 지하철 뿐만 아니라 상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동수단은 열 시가 넘어가면 이용하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 택시의 경우 열 시가 넘으면 잘 잡히지도 않는다. 이 점을 악용해 사설택시가 영업을 하거나, 브랜드가 있는 회사 택시의 경우에도 바가지를 씌우려 드는 경우가 대다수다. 강변의 야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보고 열 시 전에 들어오거나, 강변 근처의 숙소를 잡아야만 할 것이다.
택시비가 생각보다 싸다. 20분 정도 이동하는 거리는 20위안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택시를 잘 골라 타야 한다. 상해에는 여러 택시 브랜드가 영업 중인데 그 중에서 대중(따종, 大众, dazhong)택시를 타는 게 속이 편할 것이다. 요금 바가지가 없다. 강생(창셩, 强生) 택시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 외의 택시는 바가지가 엄청나며 특히 말이 통하지 않는 관광객을 상대로는 원래 나올 가격의 세 배, 네 배씩 바가지를 씌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택시회사는 차의 색깔로 구분할 수 있으니 보고 타면 된다. 대중택시는 연하늘색 폭스바겐, 강생택시는 샛노란색이다.
숙소
무난한 호텔이 많다. 가격대에 맞추어 호텔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에어비앤비 중 후기가 좋은 몇 곳을 골라도 되겠지만, 사실 웬만큼 후기가 좋다면 호텔이 가능한 가격대일 것이다. 숙소의 위치는 역시 지하철역 근처가 최고다. 난징서로, 화이하이로 등 대로변에 위치한 지하철역 근처 숙소를 잡으면 택시로 돌아갈 때도 주소를 쉽게 알기 때문에 여러 모로 편리. 쇼핑을 많이 할 예정이라면 신천지역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것도 좋다.
비싸고 유명한 호텔들은 전부 와이탄 옆으로 흐르는 강을 끼고 와이탄, 혹은 바로 그 건너편의 푸동 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와이탄의 야경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러한 호텔 중 한 곳에 1박을 해보는 것도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볼 것
미술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상해에 일주일, 혹은 그 이상도 머무를 만하다고 느꼈다. 그만큼 국영, 민영 갤러리가 많다. 엑스포 후 상설 미술관이 된 중화예술궁부터 시작해 옛 프랑스 조차 지역 인근의 조그마한 갤러리들, 옛날 아파트의 지하실에 위치한 프로파간다 아트 센터까지 크고 작은 구경거리가 풍부하다.
개인적인 추천은 프로파간다 아트 센터(PPAC). 비싼 입장료를 감당할 수 있다면 사설 미술관인 롱 뮤지엄(Long Museum)도 괜찮다. 전시 내용은 가는 시기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지만 건물이 무척 멋지게 설계되어 있다. 하루를 온전히 미술관에 써도 괜찮다면 그야말로 중국 미술의 백과사전 같은 느낌의 중화예술궁에 도전해 보자. 거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이 국영 미술관은 일단 입장료가 무료다. 서예나 수묵화 같은 중국의 고전적인 예술부터 시작해 현대 중국 작가들의 작품까지 감상할 것은 끝도 없고 전시실 번호는 30번을 훌쩍 넘는다.
또, 상해는 건축을 잘 아는 사람이 가면 무척 재밌게 돌아다닐 도시다. 식민시절 각국에 조차되었던 지역들에 각국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중 상당수는 내부만 수리해 박물관, 샵, 백화점, 은행, 호텔 등으로 사용되고 있어 드나들며 건물의 안과 밖을 모두 엿보기 좋다. 특히 강변을 쭉 따라 걸을 수 있는 와이탄 부근의 건물들은 이미 유명하다. 대로변의 건물을 와이탄 1호, 와이탄 2호, 와이탄 3호와 같이 번호를 붙여 구분하는데 끝이 없다.
각국의 대사관처럼 쓰이던 건물들이 대부분이라, 나라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 있다. 한창 건물을 짓던 당시의 부를 과시하듯 실내 장식도 굉장히 공들인 건물들이 많다. 해가 진 후 와이탄의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면 왼편에는 붉을 밝힌 와이탄의 건물들이, 오른편에는 상해의 야경을 수놓는 마천루가 빼곡하다.
와이탄이 옛 건물이 많은 지역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화이하이로를 따라 프랑스 조계지 주변을 다니다 보면 유럽 느낌의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쭉쭉 뻗은 대로변을 걷다 보면 상해에 스민 유럽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중국의 역사적인 장소와 유적 등을 둘러보고 싶다면 단연코 예원을 추천한다. 중국식 조경의 정수를 보여준다. 단, 입장 마감 시간이 꽤 빠르기 때문에 (오후 네 시 경이면 문을 닫고, 세 시 반 경부터 입장을 제한한다) 오전에 시간을 할애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예원 주변의 큰 상점가에 먹고 살 것들이 많은데, 상점가는 늦게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에 일단 안쪽으로 파고들어 예원을 본 다음 나와서 상점가를 구경하자.
먹을 것
볼 것도 많은데, 먹을 것도 많다. 좋아하는 음식을 종류별로 골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상해에 왔으면 만두를 먹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만두와 면 종류는 어딜 가도 맛있고, 어딜 가도 싸다. 만두와 딤섬을 전문으로 하는 체인점도 많고, 식당에서 가장 흔하게 파는 메뉴이기도 하다. 만두는 취향 폭이 한없이 넓지만 그중에서도 상해의 시그니처 메뉴 격인 게살만두를 먹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만두 속의 육수를 전부 먹을 수 있도록 넓은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이 대단한 만두는 툭 터뜨리면 게살 맛이 진하게 나는 육수는 물론, 보드라운 만두피까지 식감과 맛이 압도적이다. 보통 생강을 곁들여 먹는데 진한 맛과 어우러지는 느낌이 일품. 참고로 중국식 면과 밥 등등의 메뉴에는 고수가 일상적으로 들어간다. 그게 싫다면 주문할 때 고수를 빼 달라고 반드시 말을 해야 한다.
중국식 식사만 내리 하기 질린다면 프랑스 조계지, 혹은 와이탄 지역에 들러 역사가 깊은 비스트로와 펍을 즐기자. 특히 프랑스 조계지 근처에는 해피아워를 하는 펍이 많다. 펍의 종류도 오이스터 바부터 맥주 한 잔 가볍게 즐기기 좋은 스포츠펍까지 다양하다. 서양식을 오랫동안 해온 집들이 군데군데 많아 대충 들어가도 식사는 대부분 성공적. 물론 중국식 식사보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먹을 만 하다.
돌아다니면서 출출하다면 노점과 프랜차이즈 찻집, 편의점을 들리자. 간단한 만두, 전병, 꼬치 등을 파는 노점이 관광지 주변에 많고 대부분 맛도 좋다. 물론 와이탄과 같은 번화가 주변의 노점은 음식값이 좀 비싸긴 하니 유의.
중국은 차의 나라답게 우리나라에 카페가 분포하는 빈도수만큼 프랜차이즈 찻집이 여기저기 있는데 대부분 맛이 훌륭하다. 대만에서 들어온 버블티 체인점도 곳곳에 있다. 무난한 차 선택으로는 자스민차, 혹은 국화우롱차(오스만서스 우롱티)를 추천한다. 자스민차는 익히 아는 그 맛인데 훨씬 깔끔하고 담백하며, 국화우롱의 경우 유독 상해에서 자주 마주친 블렌딩 우롱티다. 편의점 같이 당연한 선택지를 굳이 언급한 이유는 중국의 편의점에서는 백탕과 홍탕을 팔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하는 재료와 꼬치를 선택해 1인분 몫의 커스텀 탕을 즐길 수 있다.
살 것
예로부터 중국에 가면 차와 비단을 사오던 조상님들 틀린 게 하나 없더라. 질 좋은 스카프가 정말 싸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실크 위주의 스카프를 사는 게 좋다는 것. 캐시미어가 섞인 쪽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차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 차를 파는 상점들 역시 중저가부터 전문가를 위한 고가까지 분포되어 있다. 원래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차 구입을 위한 예산을 여행 예산 중 일정 부분 미리 배정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국식 잎차를 즐기는 이라면 잎차를 위주로 구매하자. 녹차, 홍차, 백차, 우롱차, 보이차 등 원하는 종류의 차를 원하는 만큼, 원하는 숙성도와 블렌딩으로 살 수 있다. 질 좋은 다구를 구입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소리. 보통 찻집에서 곁들여 파는 경우가 많고, 자기를 전문으로 파는 상점들도 심심찮게 위치해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니 본인이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좋은 것을 고르자. 타이캉루의 상점가에 괜찮은 찻집, 그리고 다구 집이 많다.
홍콩과 비슷하게, 상해에도 들어오는 브랜드의 종류가 많고 한국과 같은 브랜드가 들어와도 쇼핑할 수 있는 품목의 종류가 훨씬 많다. 신천지 주변에 큰 쇼핑몰이 많다. 난징시루, 난징동루에는 중국판 명동 같은 대로변을 따라 나이키, 자라, 포에버21, 아디다스, 세포라, 맥 등 각종 유명 브랜드의 플래그스토어들이 있다. 참고로 상해의 세포라는 미국처럼 다양한 브랜드가 들어와 있지는 않고 대부분 면세점에서 구입 가능한 브랜드만 들어와 있다.
명품 브랜드를 구경하거나 구입하고 싶다면 화이하이로, 즉 프랑스 조계지 주변의 복합 쇼핑몰에 들르면 된다. 상해의 지역 중에서도 이쪽이 가장 부유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혹은 실물을 접하기 힘든 명품 브랜드가 정말 많이 입점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