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다시 줍는 시 8. 그의 비명과 나의 비명 사이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솜솜

매일 서울의 한 종합 시장 거리를 걸어서 통과한다. 작업실이 시장 근처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낮에 그곳을 걸어서 통과하는 일은 내게 무척 자극적이다. 이번 겨울, 내가 본 것들을 그려보자면. 거리 입구에서 커다란 바구니에 시래기를 잔뜩 담아 팔던 노인 그리고 수북하게 담겨 있던 시래기 위로 끊임없이 내리던 눈송이들. 한 블록마다 서 있던 풀빵 장수들, 놀랍게도 풀빵의 이름은 국화빵, 붕어빵, 은어빵으로 모두 달랐다. 아주 좁고 긴 골목 끝에 앉아 조개와 굴을 까서 팔던 노인 부부, 비가 오는 으슬으슬 추운 날에도 그곳에 하염없이 앉아계시곤 했다. 낮에는 과일 장수로 지내고 밤에는 외제차를 몰고 달린다던 소문의 과일 가게 아저씨. 그리고 두 손 가득 봉지를 들고 빠르게 걷던 동네 사람들.

2018.04.04 20:16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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