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모자의 폭주하는 예술관람차: 카셀 도쿠멘타 (2)

알다여성 예술가

언니모자의 폭주하는 예술관람차: 카셀 도쿠멘타 (2)

쥬나 리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지난 시리즈까지 다양한 형식과 주제를 다루는 여성 미술가들을 살펴보았다면, 오늘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주체성에 대해 거리낌 없이 발화하며 ‘노골적'이기를 두려워 않는 솔직하고 당당한 급진주의자들을 만나 보자.

애니 스프링클 & 베스 스티븐스
(Annie Sprinkle and Beth Stephens)

애니 스프링클, 베스 스티븐스. 조각, 사진, 영상, 잡지, 단명하는 것들, 수집 자료. 1973-2017 설치 장면. 노이에 갤러리, 카셀. Annie Sprinkle and Beth Stephens, sculptures, photographs, videos, magazines, ephemera, and archival materials, 1973-2017 installation view, Neue Galeries, Kassel, photo: Mathias Völzke

애니 스프링클과 베스 스티븐스는 ‘친환경 섹스(ecosex)'를 모토로 삼는 아티스트 듀오로 2000년대 초반부터 함께 활동해오고 있다. 그들의 생태주의는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건전하고 온화하지 않다. ’자연에 대한 (실체적) 사랑’과 ‘썅년-섹슈얼리티’의 놀라운 결합이라고나 할까? 침대 위에 흙을 퍼부어 놓고 세 명이서 맨몸으로 함께 뒹구는 퍼포먼스 <Dirt Bed (2012)>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도쿠멘타에서 그들은 매춘부(whore)들을 자신들의 롤모델로 공표하고 1973년부터 수집해온 포르노 자료를 분석한 아카이브를 선보였다. 벗어던진 여성용 팬티를 브론즈로 제작한 조각이 한 켠에 걸려 있는 것이 앙증맞다. 그들은 2005년 이래 7년 동안 정기적으로 지구, 아팔래치아 산맥, 베니스 해안, 스페인의 석탄, 핀란드의 호수, 달, 태양 등등의 자연물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들의 대담하고 유머러스한 프로젝트들은 인간 대 자연의 이분법, 폐쇄적인 이성애 섹슈얼리티를 교란하며 우리에게 당혹스러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리암 칸
(Miriam Cahn)

미리암 칸, 나일 수도 있다, 2015-2017, 캔버스에 유채, Miriam Cahn, Koenneteichsein, Oil on canvas, Installation view

미리암 칸의 부서질 듯 예민하지만 강력한 회화들은 이슬람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주체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스치듯 날렵한 붓질로 부르카 아래 가려진 여성의 신체를 뻔뻔하게 드러내며, 이들이 살아 있는 몸과 성욕, 폭력성을 가진 존재들임을 보여준다. 비록 얼굴은 가려져 있지만 여성들은 꼿꼿이 선 채 관객을 두 눈으로 똑바로 응시하고 있으며, 성기는 빨갛게 강조되어 노출되어 있다. 이것은 부르카와 차도르로 감싼 여성의 숨겨진 나체를 보고 싶다는 관음증적 욕구를 조금도 해소해주지 않는 불편한 누드화다. 이 이미지들은 도발적이지만 관객을 조금도 유혹하지 않는다. 칸의 그림 속 여성들은 도도한 얼굴로 성기를 드러내거나 자기 손으로 만지면서 이 신체와 성은 자신만의 것임을 선포하고 있다.

세실리아 비쿠나
(Cecilia Vicuña)

세실리아 비쿠나, [왼쪽부터] 월경의 천사 (1973), 비올레타 파라 (1973), 마리아 사비나 (1986),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1986), 캔버스에 유채, 각 61X49 cm Cecilia Vicuña, Angel de la Menstruacion (1973) Violeta Parra (1973) Maria Sabina (1986) Gabirela Mistral (1986), Oil on Canvas 61X49 cm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세실리아 비쿠나는 1947년 칠레에서 태어나 1980년대부터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 도쿠멘타에 신작 설치 작업과 1970-80년대 발표했던 초상화들을 개별적으로 전시했다. 그는 잘 알려진 맑스와 레닌의 초상 뿐만 아니라 여러 여성 인물들을 그렸다. 그 중 마리아 사비나는 멕시코의 전통 샤먼으로 환각 버섯인 실로시빈 버섯을 신과 교류하는 제의에서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담배를 물고 손에 버섯을 그러모아 든 채 따뜻한 눈빛으로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은 1945년 라틴 아메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시인으로 그가 쓴 시가 담겨 있는 작은 쪽지를 쥔 채 차분하지만 뚜렷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그의 누드는 여성으로서의 주체성을 각인시키며 어딘가 탈속적인 느낌을 준다. 비쿠나가 그린 이 작은 그림들은 오만하게 인물을 과시하는 대신 부드러운 존경과 애정을 담은 채 인물들의 투명한 영적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애슐리 한스 셰릴
(Ashley Hans Scheril)

애슐리 한스 셰릴, 금 고환, 2017, 캔버스, 카드보드에 아크릴릭, 설치 장면. 노이에 갤러리, 카셀 Ashley Hans Scheril, Golden Balls, 2017, Acrylic on canvas and cardboard [Right] installation view, Neue Gallerie, Kassel, photo: Milan Soremski 

애슐리 한스 셰릴은 오스트리아 출생의 트랜스 젠더 예술가로 테스토르테론 주입으로 남성의 신체적 특성을 갖게 되었지만 ‘그’로 탈바꿈 했다가 다시 ‘그녀’로 불리고자 하는 작가의 모호한 욕망을 작품에서 드러내고 있다. 그의 퍼포먼스와 회화는 남성적 기표와 여성적 기표가 혼재하면서 상호 긴장을 연출하는데, 어딘가 과장되어 있는 섹슈얼리티의 상징들은 거꾸로 성 정체성이 간단하게 규정될 수 없음을 나타낸다. 그의 퍼포먼스는 높은 플랫폼 슈즈를 신고 바닥에 누워 피스톤 운동을 연상시키는 동작의 반복하거나, 흉물스럽게 만들어진 커다란 고환을 목에 매달고 있는 등, 기괴하고 불편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로써 작가는 성별의 구분, 신체와 섹슈얼리티의 통념에 균열을 내고 딱 잘라 규정될 수 없는 ‘트랜스 섹슈얼리티’의 복잡한 층위를 구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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