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학교에서 봐

생각하다여성 노인

내일 학교에서 봐

BOSHU

청춘학교
선생님과 공부와 친구를
만나는 곳

봄에 나는 대전의 NGO 단체들을 인터뷰하는 일을 했다. 그러면서 성인 문해교실인 청춘학교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우리 할머니뻘인 학생들이 쓴 글을 보여주셨다. 낱장 팔절지를 넘겨 읽으면서 글자한테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시는 경험에서 나오는 거라고 어떤 책에서 그랬는데. 엄마랑 할머니 생각이 났다. 꼭 여기 다시 와서 학생들을 만나야지 했다. 수박이랑 모찌를 사서 여름에 다시 갔다. 학생들이 수업 듣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엔 슬프지 않았다.

과학 시간

감자는 뿌리인가 줄기인가

교장선생님의 과학 수업. 선풍기는 앞에서 한대 뒤에서 한대 돌아가고,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 수업은 나른하다. EBS 문제 풀이 - 5학년 과정 영상을 틀어놓고 다 같이 화면을 본다. 물이 이동하는 과정, 뿌리, 물관, 광합성, 양분. 과학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중간중간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이해하기 쉽게. 기억하기 쉽게. 학생들은 칠판과 화면을 번갈아본다. 수업은 대화처럼 이어진다. 화면에 꽃 사진이 보이면 “나는 저거 물 빼서 먹었어.” 자리에 앉은 누군가 말씀하신다. “저 열매는 못 먹지”, “난 열매 먹어봤는데.”

화면에 문제가 뜬다.

[문제] 저장기능을 하는 뿌리를 가진 식물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 
무, 감자, 인삼, 고구마, 당근

교실이 소란스러워진다.

"인삼...?"
"무...?"
"하기는 다 해."
"우엉은?"
"답은 2번 감자입니다."

선생님도 거든다. 

"이상해... 감자가 왜 뿌리가 아니고 줄기야?"
"줄기여. 줄기가 싱싱해야 감자가 커."

껄껄껄. 웃음이 터지고 나서야 선생님이 바로잡는다.

"감자는 뿌리가 아니고 줄기!"
"나 감자 줄기 저번에 먹었는디? 여기 학교 가져와서 먹었잖여."
"아, 이제 고만해. 넘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거랑 다른 게 많아요. 감자는 뽑아보면 뿌리 따로 있어요."
"얼른 저거나 풀어, 다른 얘기 하지 말구."

분위기를 바로잡는 건 선생님이 아니라 또 다른 학생이다.

청춘학교에서 만난 친구

저번에 학교 왔다가 선생님들 시 쓰신 거 보고 너무 좋아가지고, 여기서 어떤 공부 하셨는지 궁금해서 들으러 왔어요.

변연수 학생 : 나는 시 안 썼는디? 

도중은 학생 : 뭐 엊그저께 방송국에서 와서 찍어가구 했는디. 토요일날 케이비에스에서 인터뷰하러 왔는데 뭐... (두 분은 KBS 도전 골든벨에 출연하실 예정이다.) 

앗, 저희가 지금 연예인분들 몰라뵙고... 

변연수 학생 : 그건 아녀. (웃음)

나는 가수원에서 여기까지 버스 타고 와. 이름은 도중은이야. 2월 5일 날 여기 처음 왔어.

변연수야 나는.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마 엄마라고 해. 엄마 학생이야 우리는. (웃음) 나는 2월달에 처음 왔는데. 우리는 비슷하게 왔어. 같이 왔어.

아까 엄청 열심히 공부하시던데요! 

그런디 일러주면 금방 까먹고~ 

감자가 왜 뿌리가 아니고 줄기여~ 

그러니까. 

저희도 뒤에서 감자가 줄기였어? 이러면서 듣고 있었어요. 

칠십 넘겨 살았어도 이제 알았어. 그냥 캐먹고 그러니까. 

옛날에는 그냥 일하고 밥 해먹고 그랬지. 그랬는데 여기 와서 신석기가 어쩌고, 갈돌 주먹돌 배우니까 벼 벨 때 낫이 안 들어도 힘든데 옛날 사람들은 돌을 갈아서 벼를 베었구나, 너무 신기해. 배운다는 게 참 즐거워. 

공부하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서 갈 데가 있다는 게 좋은 거야. 부모님이 옛날에 안 가르쳐줬으니까 여기 와서 친구도 만나고 했지. 안 가르쳐놔서 감사해. 봄에는 소풍도 가. 

옛날에 소풍이 어딨어. 밥 싸갖고 가서 둘러앉아서 니꺼 내꺼 같이 나눠 먹고 하면 좋지. 매일 나와 우리는. 고시 공부 한다고 열심히 나와. 

멋지다! 

그런데 시험 보러 가면 무슨 문제를 많이 내? 힌트 좀 얻고 싶은데. (웃음)

서로에게 한마디

우리? (쑥쓰...) 우리는 마음이 똑같아. 서로 주고받는 거 좋아하고. 우리는 한 살 차이야. 

(친구분 손 잡으며) 열심히 해 봅시다! 

대학교까지 갑시다! 

(바라보시며) 건강하고 우리 오래 살자고. 아무튼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은 글자가 되고 시가 되고

청춘학교에 다니려면

전화 042-254-2007
주소 대전시 중구 대흥동 147-6 4층
교육과정 한글, 생활영어, 초등 및 중등 검정고시 무료 교육
                  문화교양(연극, 영화, 연주회, 전시 문화예술 체험학습)
교육시간 월~금요일 오전 10시~12시

 

인터뷰 BOSHU 권사랑 서한나
사진 BOSHU 여송하
정리 BOSHU 서한나
디지털 편집 PINCH 신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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