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지 않으면서도 읽고나면 레즈비언 섹스를 하고 싶게 만드는 글을 쓸 수 있을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등과 목의 곡선과 가슴의 능선이나 유두가 솟은 방향을 쳐다보거나 팔의 빗면을 손등으로 쓰다듬고 몸의 구석구석에 어떤 체취가 있는지를 코와 혀로 느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만. 여성 간 섹스 권장글이니 남성과의 섹스 경험도 있는 여성들의 답을 종합해 더 좋은 점을 써보겠습니다.
여성 간 섹스는 성기결합에 집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성기결합 섹스라는 것은 사정을 하면 끝나버리는 남성중심적 섹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나 질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성의 비율은 생각보다 아주 적어, 남성과의 숱한 섹스에서 한 번도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 없는 여성들이 적지 않습니다. 혹자는 질오르가즘을 단순한 일을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해결하게 만드는 ‘골드버그장치’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여성 간 섹스는 곧바로 상대방의 클리토리스를 혀와 손으로 자극해 오르가즘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섹스가 끝나고 찜찜하고 불만족해하는 대신에 나른한 만족감을 느끼며 등에 가슴을 대거나 마주보고 서로를 껴안고 잠들 수 있습니다.
또한 정해진 각본을 따르지 않는 섹스의 가능성이 보다 열려있기에, 여성 간 섹스는 온몸을 사용해 서로의 몸을 구석구석 탐색하기에 보다 용이합니다. 흥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을 기브, 받는 것을 테이크라고들 하는데 기브나 테이크를 하는 사람의 역할이나 자세나 위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유동성 또한 풍성한 섹스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폭력적이고 강간에 가까운 거친 섹스일수록 흥분되는 섹스’라는 이성애 각본에서 벗어나, 하나씩 동의를 구하고 차근차근 함께 나아가는 부드러운 섹스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다 열려있습니다. 남성과의 섹스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구멍에 뭔가 자꾸 박고 있는 느낌’만을 느꼈다면, 여성과 섹스를 하면서 자신과 상대방의 몸의 가능성을 보다 깊고 넓게 탐색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남성과 섹스를 하더라도 각본을 거부하고 여성의 쾌락에 집중할 수 있다면 좋은 섹스가 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여성과 섹스하는 것이 좋은 섹스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입니다. 다른 섹스를 통해 달라지는 몸과 관계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필자 정혜윤
봄알람 출판사 마케터. 학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섹스 너무 하고 싶은데 못 한다고 했더니 레즈비언 섹스 글을 청탁받았습니다. 섹스도 하고 싶고, 대전에 가서 보슈 분들과 축구도 하고 두부두루치기도 먹고 싶어요.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