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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HU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아 맞다, 브라

교실안에 브래지어를 하는 친구가 한두 명씩 늘던 때, 엄마가 사온 스포츠 브라를 기억한다. 가슴 때문에 옷 입을 때 태가 변하는 게 싫었다. 몸에 굴곡이 생기는 거, 그래서 ‘여자애’로 보이는 게 싫었다. 엎드려 자는 습관이 생겼다. 엎드려 있으면 눌려서(?) 안 나올 줄 알았지. 2차 성징은 나에게 기다리던 일이 아니어서 어색하고 낯부끄럽기만 했다. 나중엔 패드에 와이어까지 장착된 브라도 종일 입을 수 있게 숙련됐지만, 브라를 처음 하던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통을 조이던 밴드와 어깨를 눌러 조이던 끈이 떠오른다.  

일러스트 이민

엎드려 자는 게 효과가 있었는지 가슴은 많이 안 자랐다. 브라 사이즈는 항상 작은 거로 주문했고 그럼 내가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패드가 두껍게 장착되어 왔다. 나름의 배려? 가슴과 브래지어 사이가 패드로 붕 떠 있는 걸 보면서 그 공간만큼 내가 부족한가 생각했다. 패드 때문에 크로스백을 메면 브라 선이 도드라져서 몇십 초마다 한 번씩 가방끈을 끌어당겼다.  

그 사이 학교 안 풍경은 변했다. 여자인 친구들은 몸의 굴곡을 최대한 드러내는 옷을 사기 시작했고, 교복도 몸에 딱 맞추어 수선했다. 그때쯤 가슴 성형수술, 가슴 크림, 몸매 교정 속옷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몸에 굴곡이 생기는 게 부끄러웠는데, 이젠 몸매에 굴곡이 없어서 부끄러웠다. 

TV에서는 가슴이 큰 여자 연예인만 나왔고, 인터넷 기사를 누르면 이거 하고 가슴이 커졌다는 광고가 따라붙었다. 나도 저런 걸 꿈꿔야 하나? 남자들은 가슴을 신성시했다. (아, 그 아낙네의 젖무덤!) 여자의 몸은 동그라미 두 개에 역삼각형 하나면 모두 설명되었다.  

아직 가슴 콤플렉스를 다 떨쳐버린 건 아니지만 지금은 안다. 게임 캐릭터처럼 말랐지만 가슴과 엉덩이가 공격적으로 나온 몸은 환상 그 자체고, 몸의 모양은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걸. 몸매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나와 비슷한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브라 없는 삶이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는 박보람 감독의 말, 이젠 가슴이 작아도 아무래도 괜찮다는 뮤지션 이랑의 말이 나는 통쾌했다. 조금 느슨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나는 까먹고 브라를 안 입었고, 그대로 집 밖을 나섰다.

일러스트 이민

필자 다다

와이어 브라를 버리고 편한 브라를 입는 시기를 보내며 완전한 무 브라 상태를 꿈꾸고 있습니다. 편하고 많이 달라붙지 않는 니플패치 아시는 분은 디엠주세요. @dayoung_d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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