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성소수자는 과연 '좋은'가

생각하다퀴어칼럼

'좋은' 성소수자는 과연 '좋은'가

루인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성소수자 운동에서 동성애가 아닌 다른 성소수자 관련 범주로 활동하는 활동가에게 정체성 범주의 가시화는 매우 중요한 의제다. 이성애를 자연 질서로 여기는 사회에서 비이성애 실천이나 트랜스젠더퀴어와 관련한 다양한 범주는 모두 특이하고 이상한 행위거나 ‘동성애’로 인식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가시화 운동은 세상 모든 사람이 이성애-비트랜스가 아니라고 말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려는 작업이기도 하다. 트랜스가 정신 이상 및 이상 성욕과 관련 있는 변태 행위고, 무성애는 미성숙하고 아직 좋은 사람을 못 만나서 생긴 현상/착각이며, 바이섹슈얼은 문란하고 자신을 동성애자로 인정할 용기가 없어 변명하는 행위라는 편견을 반박하고자 한다.

긍정적인 성소수자 내세우기

성소수자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 중 하나는 사회에서 성공한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다. 애플의 CEO 팀 쿡이 게이라는 점, 유명 정치인이 동성애자라는 점, 헐리우드의 여러 배우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동성애자거나 바이섹슈얼이라는 점을 나열하는 식이다. 인기 있는 트랜스젠더 배우가 유명한 잡지의 표지 모델로 나오는 것 역시 가시화 운동에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성소수자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함께 말하고자 한다. 이것은 성소수자가 사회의 해악이라는 목소리가 강한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긍정적 이미지의 인물을 반복해서 내세우는 것이 성소수자에게 반드시 긍정적 영향을 끼칠까? 성소수자인 국회의원이 나오고 대통령이 나오면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개선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모델 마이너리티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 이것은 성소수자를 향한 태도를 우호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고, 성소수자 당사자가 인생의 역할 모델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성소수자를 전시하는 일이 반드시 성소수자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불렸고 흑인의 인권이 증진되었다는 식의 기사가 여럿 등장했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하지만 그의 대통령 당선 후에도 미국 경찰에 의한 부당한 흑인 살인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했고 때로 매우 심각한 형태의 인종 차별 폭력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흑인이라는 점과 흑인 개개인의 인권, 삶의 질은 별개의 문제다. 19대 국회의원이었던 이자스민 의원의 경우, 이주민의 인권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사람들은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중첩시키며 부정적 이미지만 반복해서 생산했다.

한 명의 혹은 소수의 성소수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지위를 성취했다고 해서 다른 많은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이미지가 개선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경우에 따라 성소수자의 삶은 더 고달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퀴어로 커밍아웃한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하자. 이것은 많은 트랜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고 트랜스를 가시화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트랜스 대통령을 통해 트랜스의 이미지를 재규정할 수도 있다. 

성공한 성소수자의 모습은 성소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았지만 규범적으로 혹은 모범적으로 사는 모습이 성소수자의 클럽 문화를 문란하고 음란한 것으로 만들고, 의료적 필요를 불필요하거나 나중으로 충분히 미룰 수 있는 일로 만들고, 다양한 성적 실천을 더욱더 감추어야 할 일로 만들 수 있다. 성소수자를 위해 좋은 이미지, 성공한 인물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이 항상 성소수자에게 좋은 일일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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