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범죄는 어떻게 '사악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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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범죄는 어떻게 '사악해'지는가

루인

2010년, 한국에서 하나뿐인 10대 여성 구금시설에서 열리는 섹슈얼리티 인문학 강좌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내가 배운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은 충격이 아니라 구금시설의 성격, 범죄인의 구성 등과 관련한 무지, 어리석음, 편견으로 만들어진 나의 세계가 부서지는 충격이었다.

범죄냐 아니냐,
사회적 계급의 문제

범죄는 많은 경우 사회적 계급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무엇보다 10대 청소년이 범죄자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부모의 경제력이다. 당시 프로젝트를 하며 프로젝트 참가자들과 나눈 이야기이기도 한데, 부모가 중산층 이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10대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고, 결과적으로 커리어가 생긴다(혹은 피해자가 전학을 가고 무마된다). 하지만 부모가 가난하면 10대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는 구금시설(이른바 소년원)에 감금되고 범죄인이 된다. 

구금시설에 있는 10대 여성에게 부모가 자주 면회를 오면 일찍 석방(시설에서는 퇴원이라는 용어를 쓴다)될 여지가 커지는데,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매우 적다. 부모가 모두 생계를 유지하기 바쁜 일용직이거나 비정규직인 경우가 상당해서 직장을 빠지고 면회를 올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가 우연히 구금시설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른 퇴원의 여지는 사실상 없다. 형량을 다 채우고 퇴원해도 여전히 돈이 없고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범죄에 참가했다가 잡히거나, 혹은 가출청소년으로 경찰에 잡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문제’로 인식된 행위가 범죄로 구성되느냐 무마되느냐, 범죄인이 되느냐 유학생이 되느냐는 부모의 계급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셈이다.

그래서 무엇이 범죄인가?

그런데 내가 느낀 충격 혹은 인식론적 전환을 야기한 또 다른 측면은 범죄가 구성되는 방식에도 있다. 무엇이 범죄가 되는가? 흔히 교도소, 구치소, 소년원과 같은 구금시설의 수감자들은 모두 악랄하고 나쁜 사람인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사례에서, 7년형 정도를 구형받은 A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지속적으로 가정폭력 피해를 겪다가 10대 중반이 되어 부모에게 반항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어느날 외출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부모가 A에게 욕설을 하고 집에서 나가지 못 하고 막아서자 A는 소리를 지르며 부모에게 컵을 던졌다. 부모는 A를 경찰에 신고했다. A의 범죄는 부모의 폭력에 저항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10대 여성의 범죄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구성된다. 10대 여성이 꾸준히 폭력 피해를 겪다가 폭력에 저항하자 바로 그 저항이 심각한 폭력으로 인식되고, 특히 여자아이가 폭력적인 것은 이 사회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판단/편견 때문에 그는 7년형 혹은 10년형과 같은 중형을 선고받는다.

사실 10대만이 아니라 여성 범죄인의 구성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지속적 폭력 피해를 겪다가 이에 대항할 때, 대항 행위는 심각한 범죄 행위로 처벌받는다. 30년 넘게 아내폭력 피해를 겪던 여성이 더 이상 그 폭력을 견딜 수 없어서 혹은 우발적으로 저항하다 남편을 살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재판부는 그 여성의 죄질이 심각하게 나쁘다며 중형을 선고한다. 아내폭력 가해자인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면 이는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지만(술을 마셔서, 흥분해서, 아내가 비명을 질러서),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면 아내가 이제까지 그랬듯 참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참지 않았고 때로 사전 범행 계획의 여지가 있었기에(남편의 폭력이 너무 심해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음이 사전 범행 계획이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는 심각한 범죄가 된다. 빈번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을 때보다 아내폭력 피해자인 아내가 남편에게 저항하다 남편을 살해했을 때 형량이 2배에서 3배 정도 더 높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이원젠더화된 범죄의 구성은 남성의 폭력성과 여성의 폭력성을 다르게 해석하는 사회적 편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여성은 온화하고, 덜 폭력적이고, 관계지향적이어야 한다고 보는 프레임이 여성의 범죄를 더욱 심각하고 사악한 것으로 만든다.

타자가 구성되는 방식

계급과 젠더에 인종이 개입되면 범죄는 더욱 복잡하게 구성된다. 한국의 안산, 대림과 같은 지역은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동시에 이들 지역은 범죄 발생률이 높다는 소문이 돌기에 밤에는 절대 돌아다니면 안 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등록이주민의 범죄율은 현저하게 낮을 뿐만 아니라 범죄의 피해자가 될 때도 신고를 하지 못 하고 피해를 온전히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한국 선주민의 편견에 따르면 동남아 출신 외국인은 위험한 집단이지만, 실제 미등록이주민에게 한국인은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외국인 1명의 범죄는 한국인 1,000명의 범죄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스리랑카 노동자 한 명의 범죄는 스리랑카 사람 모두의 이미지를 만든다. 익숙하겠지만, 여성 한 명의 잘못은 모든 여성의 잘못이 된다. 타자가 구성되는 방식은 동일하다.

범죄는 계급,젠더, 인종 등 사회적 편견을 통해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인에 대한 사유는 지금보다도 훨씬 복합적이어야 한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은 오랜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로 1990년대 들어 비로소 범죄로 법제화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경찰은 이 폭력을 사소한 일로 취급하고 재판부는 정상참작하기 바쁘다. 사회적 편견이 가해자-권력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것을 우리는 ‘정상참작’이라고 부른다. 정상참작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범죄인을 단순하게 이해하는데 저항하고 복잡하게 사유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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