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교회에게 무엇을 감사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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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교회에게 무엇을 감사한단 말인가?

루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처음으로 서울시청광장에서 개최되기로 한 2015년 봄, 새에덴교회의 소강석 목사는 성소수자 운동이 네오마르크시즘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설교했다. 

그 후, 일부 기독교 교단은 그 해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기간이 끼어있던 주간을 동성애 반대 주일로 지정하고 소속 교회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내용으로 주일예배 설교를 진행했다. 급하게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설교를 준비해야 했던 목사 중 일부는 소강석 목사의 설교 내용 일부 혹은 전부를 그대로 사용했다. 동시에 성소수자가 한국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소강석 목사의 주장은 현재 동성애로 인해 가족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나라가 망한다는 반퀴어 혐오 세력의 주장을 통해 익숙해진 것이기도 하다. 소강석 목사는 지금도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내용의 설교나 발언을 계속하고 있고 관련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감사하고 축하한다고,
누구에게

2018년 11월 11일, 한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명의로 “새에덴교회 설립 30주년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냈다(미국 대통령 트럼프도 보냈다). 이 서한은 새에덴교회가 이땅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실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 참전 용사를 위해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에덴교회에 서한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한국 전쟁 참전 용사를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새에덴교회에 감사의 서한을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1월 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국 사회가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가 되어야 하고 한 명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말만 두고 보면 감동적이다. 하지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이 말에 분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2017년, 페니미스트 선언을 하며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행사장에 참가한 성소수자 활동가가 성소수자 의제와 관련한 질의를 하자 “(연설을) 듣고 나서 나중에 말씀하시면 안 될까요?”라고 대답하며 성소수자 의제를 ‘나중의 문제’로 미룬 적이 있다. 대통령 후보 TV토론회에서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와 함께 동성애에 반대하고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에 있어서 부정적 태도를 취했는데 사람들이 차별받아서는 안 되지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회적 논쟁"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할 때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사회적 논쟁을 유발할 여지가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회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는, 2018년 법무부가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발표할 때 다시 한 번 등장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이유가 있지만 사회적 논란이 존재하고, 성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종교계 등이 큰 이견을 내고 있다는 설명을 통해서다. 그리하여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기 동안,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문제 삼을 법적 근거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누구도 차별 받지 않아야 하고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정연설 발언을 어떻게 믿어야 할까?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있기 얼마 전 제주도를 찾은 예멘 난민 중 339명은 인도적체류 허가 결정을 받았다. 사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조금도 인도적이지 않다. 난민의 지위를 제공하지 않는 처분일 뿐만 아니라 1년에 한 번 새롭게 심사를 받아야 하며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제공받을 수 없고 안정적 직장을 구할 수 없다. 인도적 체류 허가가 당장 한국에서 떠나도록 하여 전쟁터로 내모는 결정은 아니라고 해도 이것이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의 태도일까?

이것은 현 정권이 누구를 시민으로, 차별 받지 않을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누구도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면 차별 행위가 발생했을 때 이를 구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성폭력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면서 성폭력 관련 법을 제정하지는 않겠다고 한다면 성폭력은 심각한 문제라는 발언을 믿을 수 있을까? 현 정권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언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교계의 이견을 이유로 들어 차별금지법 제정 의지 자체를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불교계 등 일부 기독교계를 제외한 다른 많은 종교계가 성소수자 인권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종교계 이견’이라는 표현 역시 잘못되었다. 

정말 차별받지 않는 사회란

보수개신교계의 반대 혹은 이견을 통해 성소수자 혐오를 차별이 아니라 사회적 ‘논란’으로 규정하는 태도로 유추할 때, 성소수자는 한국 정부 혹은 대통령이 상상하는 차별 받지 않을 사람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성소수자뿐만이 아니다. 장애인, 이주민, 여성, 양심적병역거부자 등을 향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 역시 사회적 논란, ‘종교계 이견’ 등을 이유로 방조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서한은 단순히 한 교회에 보내는 서한이 아니라 현 정부의 인권 정책,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인식을 간접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행위다. 정부는 한 사람도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차별의 기준에 보수개신교 교회의 입장만을 적극 반영할 때, 그 사회는 지금처럼 폭력과 혐오가 일상이지만 그것이 폭력과 혐오로 인식되지 않는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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